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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고기를 먹어 봤나요?

산마을 사람들 (6) : 니콜 선생님

by Bein

⭐️그린빈. Ms.Nicole 선생님 집 텃밭에서 직접 수확해서 만든 Greasy Back Bean. 니콜 선생님, 감사합니다.

⭐️ 한글쪽지. 맛난 빵을 직접 만들어 나눠주시곤 하는 옆 집에 남편표 지코바 치킨을 드렸더니 받은 귀여운 한글 쪽지.


음식으로 정을 주고받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같다. 연로하신 부모님, 그리운 사람들이 있는 내 나라에 어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이 낯선 나라에 조금만 조금만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은 사람이다.


ESL 수업이 없는 작은 규모의 둘째 아이 학교를 방문해 교장 선생님을 찾아갔다.

We have some concerns of progress in J’s English。 Anyway, “어서 ESL 선생님을 배치해 주세요!”


지금 돌이켜보면, 몰라서 용감했던 시절이었다.

교장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 그리고 우리 부부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중 관할 카운티의 ESL 담당자와 즉석에서 화상회의를 하게 되었다.

“ESL이 어렵다면 Speech therapist를 붙여주세요.”

“아니면 ESL 수업이 있는 인근 학교로 전학을 가야 할까요?”

한 시간쯤 이어진 다소 긴장된 대화 끝에

결국 그다음 주 화요일부터 둘째 학교에도 ESL 선생님이 오시게 되었다.


일주일에 네 번, 45분씩 1:1 수업.

그리고 그 선생님이 바로 니콜 선생님이다.

아이의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직접 경기장에 찾아와 응원해 주셨고,

학교에서 억울한 일을 겪을 때면 아이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주셨다.

그 따뜻한 관심 덕분에 둘째는 위축되지 않고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추석이 되어 한국 문화를 알릴 겸, 그동안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니콜 선생님께 김부각을 선물로 드렸다.

생각보다 너무 좋아하셔서 나까지 뿌듯했다.


그 후로 우리는 종종 아이스크림 가게나 식당에서 마주쳤고,

서로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꼭 경험해 보면 좋겠다며 할로윈의 Trunk or Treat 정보를 보내주시고, 추수감사절에는 나를 Thanksgiving Women’s Table에 데려가 주셨다.

크리스마스에는 남편과 나를 콘서트에 초대하셨고, 며칠 뒤엔 온 가족을 집으로 초대해 주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생님과 참 많은 추억을 쌓았다.



곰 사냥이 취미인 니콜 선생님의 남편인 마이클 아저씨가 올해 잡은 곰으로 베어스튜를 만들었다고 니콜 선생님이 우리 가족을 집으로 초대하셨다.

사냥은 미국 문화의 하나이다. 곰이 많은 이 지역에서는 매년 한 사람당 한 마리의 곰을 사냥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곰고기를 어떻게 먹는단 말인가’ 걱정이 앞섰지만 생각보다 훨씬 부드럽고 고소했다. 시즈닝이 덜 달 뿐 우리나라 갈비찜과 매우 유사하다. 요리 비법을 물어보니 미니당근, 감자, 베어 미트를 먹기 좋게 잘게 썰고 매코믹 비프스튜 시즈닝을 뿌려서 슬로우쿠커에 넣어 40분 동안 요리가 완성되기를 기다리면 된다고 미소 지으며 알려주셨다. 이야기에 빠져 정작 많이 먹지 못한 게 아쉬웠다.

니콜 선생님의 아들, 미 해군 출신의 하디스 형이 다양한 너프건을 들고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준 덕분에 아이들이 ‘이제 그만 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우리 네 사람은 술 대신 티와 커피를 마시며 밤이 깊어질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의 삶이 궁금했고, 그 궁금증이 대화를 이어줬다.

헤어질 때, 니콜 선생님은 여전히 소녀 같은 미소로 말했다.

“이곳을 떠날 일은 없으니, 언제든 놀러 오세요.”라고 신신당부하셨다.

“이곳을 떠날 일은 없으니, 언제든 놀러 오세요.”

니콜 선생님은 우리 가족에게 또 하나의 따뜻한 추억을 선물해 주셨다.

듬직한 마이클 아저씨, 소년미와 남성미가 공존하는 하디스, 만나서 정말 즐거웠어요. 조만간 돌솥비빔밥 먹으러 꼭 가요.


어둠 속에서 꼬불꼬불 산길을 내려가려니 곰이 나타날 것 같고, 우리가 대체 어디에 살고 있는 건지… 여전히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이곳의 삶은 한국과 너무 달랐다. 모르는 게 많았지만, 알면 알수록 매력도 많았다. 이제야 조금은 이곳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떠날 날이 다가오고 있다니 마음이 아릿하다.


섭섭한 마음이 드는 요즘,

그건 아마도 우리가 이곳에서 참 잘 지냈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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