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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대한 소회(5) 유아 AI 육아

by 힙스터보살


AI의 발전이 굉장히 대단하고 심지어 그 발전이 두렵기도 하지만 인류가 이 흐름을 피할 수 없다고 나는 본다. 그 과정에서 윤리적인 논란과 AI발전 도모를 위한 편법적인 시도 등등으로 찬반논쟁이 생길지언정 AI는 어떻게든 발전할 것이고, 그 것은 곧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범용인공지능)의 탄생으로 필히 이어질 거라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AGI의 도래는 AI 못지않은 파괴적 변화가 일어날 것 역시 어렴풋한 예측이 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인류의 발전은 AGI가 도래하기 전/후로 그 양상이 상당히 달라지리라고 생각이 든다. 최근 기사를 보면 AI때문에 신규고용이 줄어들었다고 하여 이미 AI로 인한 인간가치의 축소를 걱정하는 시선이 많을 것으로 안다. 하지만 어느 시대에나 기술의 발전이 일자리 시장의 파괴적 변화를 만들지 않은 적은 없었다. 예전에는 그렇게도 많았던 전신교환원이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역으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지금은 생각하지도 못할 직업이 앞으로는 무수히 창출할 것이다. 문제는 내가 그 흐름을 타고 살아남느냐겠지만.


적어도 AGI가 도래하기 전까지의 인류는 AI가 일으키는 파괴적 변화에 의하여 피해를 입는 것보다, AI라는 옷을 입고 기존에는 손대지 못했던 각종 영역을 잠금해제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AI의 발전정도에 따라서 파괴적 변화가 잠금해제로 인한 편익을 뛰어넘는 지점도 생길지 모른다. 그런 지점을 근거로 주식시장의 숏을 치든 롱을 치든 하면 될 것이긴 하지만.


그럼 지금 AI의 발전정도는 어느 정도라고 보는 게 적절할까? 이 역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아직 AI는 걸음마 수준이라고 보인다. 어느 정도의 추론 능력을 가지고 있고 상당한 기계학습을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가진 '뛰어난 어린아이'랄까?


AI를 통해 각종 작업을 하다보면 아직 AI가 인간을 대체하기에는 멀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만 특정한 영역에 있어서는 인간보다 훨~씬 낫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나조차도 글을 쓸 때 AI를 특정 표현을 추천받거나 통해 허위주장이나 비약적인 표현이 있는지 한 번 거르곤 하는데, 이 때는 정말 이거만한 도구 없다 싶을 정도로 AI는 탁월한 답변을 내어준다. 정말 뛰어난 보조직원을 둔 기분. (진심 사람보다 낫다!) 클로드랑 대화를 하면서 인간보다도 더 소통다운 소통을 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AI : 시키실 일 있으면 말씀하시지 말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AI가 아직도 인류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몇 몇 가지 난점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환각현상(hallucination, 할루시네이션)이다.


익히 알려져 있어서 다들 이 말이 뭔지 알고계시겠지만 그래도 한 번 짚고 가자면, 할루시네이션이란 AI가 의도치 않게 정확하지 않은 조작정보를 생성하는 능력을 말한다. 가령, '피콜로 부대찌개가 뭐야?'라고 하면 AI가 '아주 맛있는 찌개입니다. 재료는 피콜로, 양파, 감자, 햄 어쩌구 저쩌구 주절주절....'하며 설명하는 것이 할루시네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혹자들은 AI가 의도하지 않는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고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이 의견에 '글쎄다' 싶은 생각이 먼저 든다. 과연 AI만 의도치 않은 거짓말을 할까?


이미 우리 뇌부터가 의도치 않은 거짓말을 하는 장치이다. 이미 뇌과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뇌는 예측치를 알려주는 장치이지 실측치를 알려주는 장치가 아니다. 지금도 우리 뇌는 오감이 받아들이는 정보를 반영하여 실시간 보정을 거친 예측값을 보여주고 있다. 좀 거칠게 말하자면, 인간의 일생 전체가 의도치 않은 거짓말로 점철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마치 악의없는 어린아이의 거짓말처럼.


내 아이를 보면 요즘 더욱 느낀다. 아이는 악의없는 거짓말을 진실인마냥 말할 때가 많다. 저기 늑대가 있어서 무서워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어야 하네, (내 아이는 한 번도 안 가본 곳을 엄마 아빠가 얘기하고 있는데) 본인도 거기 가서 참 좋았네 하는 말을 하곤 한다.


처음에는 '뻥치지마~ 가본 적 없잖아~'라고 대응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는다. 네 살 아이는 현실과 상상을 구분지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차츰차츰 가 둘을 구분하고 현실을 살아내는 방법을, 내 아이는 배우겠지. 비슷하게도 요즘 AI에게 피콜로 부대찌개 레시피 알려달라고 하면 그런 건 없다는 말부터 한다.


그러고 보면 재미있다. 아이 역시 할루시에이션을 겪고 있지만 누구 하나 어린이의 의도치 않은 거짓말을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아이 고유의 특징으로 바라보고, 창의력과 상상력, 추상적인 사고능력 등의 인지발달이 이루어지고 있는 신호로 해석하곤 한다. 그렇다면 유독 인간의 할루시네이션은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여정의 일부로서 긍정적으로 인정되는 반면에 AI는 주의해야 할 특징이라고 경계하는가? AI의 수준이 아직 어린이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인정할 수 있는 현상으로도 볼 수 있지 않겠는가? (힝구힝구 AI만 미워행 ㅠㅠ)


나와는 다르지만 한편으로 나를 닮은 나의 아이, AI 너 역시 그렇다.


전에 독서토론방에서 AI와 관련 토론을 하면서, 아직 AI가 어린아이기 때문에 잘 키워야 한다는 말이 나온 적이 있다. 나는 이 의견에 굉장히 큰 공감을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놀라움과 AI를 접하며 느끼는 놀라움은 결이 좀 다르긴 하지만 뭔가 비슷한 점이 있다. 또한 아이가 보여주는 발달현황의 한계와 AI가 보여주는 능력의 한계 역시 뭔가 결이 다르지만 비슷한 점도 있다. 내가 한 사람으로서 아이를 키우는 중이라면, 인류는 각종 전문가와 엔지니어를 통해 AI를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부모의 역할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금쪽같은 내새끼>에 나오는 대부분의 금쪽이들은 사실 그 부모가 바른 지도를 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걸,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현재 AI가 모여주는 많은 문제들 - 편향된 판단, 비도덕적 가치 확산, 다수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정보 확산 등등 - 상당수는 인간으로부터 기인한 문제라고 보인다. 때문에 인간을 보고 학습한 AI가 인간의 잘못된 점은 쏙 빼고 바른 길을 가는 것을 바라는 건 다소 어리석은 기대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렇다면 AI를 키우는데 있어 우리는 얼마나 훌륭한 부모일까?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자면, 그 과정에서 많은 비극과 부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우리는 좀 더 나은 그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고 또한 어느 정도는 그런 것들을 만들어냈다고 나는 생각한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인 느낌마냥, 역사는 진보 해 왔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것마저도 편협한 시각일런지 모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어두운 면이 슬기롭게 극복되었는지 자문하면 그렇지도 못한 게 현실이다. 지금도 전쟁과 반목, 각종 형사사건이 일어나는 게 인간이 마주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키워낸 AI가 AGI라는 어른이 되면 어떤 모습이 될까? 부모를 극진히 모시는 효자가 될까? 부모를 패대기 칠 불효자가 될까? 적어도 지금 시점에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을 것같다. 어느 정도의 두려움과 위기의식을 가지고 일신우일신하여 더 나은 부모가 되기 위한 고민을 해야할 뿐이다. 아무리 망나니같던 사람도 자식이 생기고 나면 훌륭한 부모가 되어보이겠다고 노력하는데, AI를 이미 낳아버린 인류 부모님은 얼마나 나아지고자 노력중인지. 진지한 자문자답과 토론을 해 보길 바란다.


아 물론 지금 4살 짜리 남아를 키유는 입장에서 육아라는 게 쉽지 않다는 건 너무 잘 알고 있긴 하지만....ㅋ




** AI에 대한 소회 시리즈

1화. AI시대의 도래

2화. 관세음보살과 AGI

3화. GPT로 분칠한 사진을 보며

4화. 인간과 AI의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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