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2025년 7월. 작년 이맘 때에는 아이의 말이 늦나 싶어 불안한 맘에 언어발달검사를 했다. 결과는? 오 마이 갓 하위 5%. 당장 언어발달센터 등록. 그렇게 6개월이 지난 후 아이는 무사히 졸업을 했고, 지금은 종달새마냥 뭐라뭐라 지저귀는 귀여운 아기새가 되었다. 어제는 '엄마가 너무 예뻐서 선물을 준비했어요, 두 개나!'라며 길가에서 채집(!)한 강아지풀과 깃털을 선물이라고 주더라. 어쩜... 이렇게 다정한 아이로 자라나고 있는 거지? 이대로만 자라다오. 오늘도 엄마의 마음이 흐뭇하다.
작년 그맘 때의 언어이슈는 눈 녹은 듯 사라져버린 지금, 이제는 배변이 문제다. 아들램은 본인에게 익숙해진 무엇인가가 있으면 그걸 좀처럼 바꾸고 싶지 않아하는 스타일이다. 때문에 그에게 기저귀 대신 팬티를 입히게 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물론 그의 속옷이 팬티로 바뀐 후에도, 팬티를 벗고 응아를 누는 것이 익숙치 않아 애미는 여러 번 응아 뭍은 팬티를 손빨래 했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난 참 바라는 게 많은 엄마이다. 요 녀석이 3개월일 때만 하더라도 '우윳병은 혼자 들고 먹었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12개월 전후에는 '안 넘어지고 혼자 좀 걸어다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년 이맘 때에는 '말을 유창하게 좀 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이제 그는 우유도 혼자 잘 마시고, 튼튼한 두 다리로 균형있게 달리기도 잘하고, 서윗한 멘트도 사정없이 날리는 로맨틱 가이가 되었다. 이만하면 진심 장족의 발전 아닌가!!!
그런데도 애미는 멈추지 않고 또 소원이 생겨버렸다. '아 이제는 응아를 변기에다 좀 쌌으면'. 매번 팬티를 손빨래하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가뜩이나 코딩수업을 들으며 정신적 여유가 쪼그라진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이 하나라도 더 늘어나면 신경이 날카롭게 서는 게 느껴졌다. (배우기만 해도 이정도로 지쳐하는데 막상 진짜 강사일을 시작하면 얼마나 여유없이 굴지 걱정도 된다....)
어쨌거나 한 번이라도 더 변기사용을 유도 해 보려고 응아 마려울 때 변기에 앉으면 촥헐릿을 제공했다. 응아 밀어내기에 성공하면 뭍고 더블로 달달구리를 주는 이벤트도 시행했다. 신호가 와서 변기에 앉으면 무한칭찬, 응아를 팬티에 싸면 그 날은 TV를 볼 수 없다는 강제규정까지 전방위적인 당근과 채찍을 휘둘렀다. 어린이집 하원하고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 신호라도 올라 치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집까지 잰걸음으로 달려갔음은 물론이고!
그런 그가 이제는 자연스럽게 변기에 또오오오옹을 싼다. 신호가 왔을 때 요란스럽게 배가 아프다고 어필을 하는데, 어쨌거나 신호가 오면 화장실로 곧장 달려간다. 가끔은 타이밍을 놓쳐서 앉아도 응아가 밖으로 안 나오기도 하지만, 요 근래 며칠동안 응아군의 출루율은 상당히 좋은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힘입어 아들램은 볼일을 본 후 당당하게 요구한다 :
"나 설탕뭍은 젤리 먹고싶어요. 그리고 티비 볼래요"
그의 머릿속에서는 '팬티에 응아를 하면 티비를 못본다 == 변기에 응아하면 티비를 본다'로 해석되었나보다. 네 언젠가 너에게, 참인 명제가 있다면 대우명제만이 참임을 꼭 알려주리....!
그가 변기에 또오오오옹을 누는 걸 성공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좀처럼 기존 방식을 바꾸기 싫어하는 자신을 무너뜨린 용기, 옆에서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가며 그의 행동을 유도한 애미의 노력, 그의 키와 몸무게만큼 성장한 항문근 조절능력(!) 등등. 기다림과 밀어부침의 적절한 조화가 있어줬기에 그가 감당할 수 있을 수준의 스트레스를 줬으리라 생각한다.
그럼 이 다음 퀘스트는 무엇인가 자문하니, 곧바로 답이 떠오른다 : '그가 스스로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는 세이펜도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 비싼 돈 주고 당시 최고급 모델로 구매했더니만. (혹여나 몰라 아직 당근에 내놓지는 않았다 ㅋ) 그가 글자를 통해 여러 다채로운 뜻을 알아가는 기쁨을 알았으면 한다. 작가들의 번뜩이고 따뜻한 생각이 녹아있는 글을 읽으며 '읽기'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알면 진짜 멋질 것같은데!!
하지만 그가 아는 글자는 본인 이름 밖에 없다. 그것도 TV로 유튜브를 연결했을 때 본인 이름으로 띄워져 있는 계정명 때문에 본인 이름글자가 통째로 익숙할 뿐이다. 그가 애정하는 고고다이노를 본보기 삼아 "◇◇아, 이게 그 고고다이노의 '고'자야!"라며 글자를 알려줘 봤지만 아직 그는 글을 읽는 데 흥미가 거의 없다. 아직은 때가 아닌가보다. 또 다음 스윙바이의 순간까지 기다리며 그의 행동을 관찰해야겠다.
이 애미는 나름 기대에 부풀어 있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이러저러한 잡지식을 쌓고 그것을 종으로 횡으로 역어서 이해하는 것을 취미삼아 살고 있지 않던가. (그래서 나는 글쓰기가 너무 좋다! 종으로 횡으로 엮은 것을 글로 구현해내는 건 너무도 신나는 일이다 ^^) 나름 강사와 상담원으로 쌓은 노하우를 120% 발휘하여 그에게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재미지게 전달하고 싶다. 뭐... 엄마는 재미있는데 아들램은 그닥 흥미가 없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지만, 그런 가운데 번뜩여하는 거 한 두 개만 건져도 나는 감지덕지지 뭐 ㅎㅎㅎ
그렇게 애미는 아이키우기에 새로운 퀘스트를 공략하기 시작한다. 파티원이신 애비도 관심을 좀 가져주면 좋으련만...ㅋ 참여가 부진하면 또 내가 독점육아로 하드캐리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 근데 안되겠다, 남펴니도 이제는 좀 애랑 많이 상호작용을 해야지! 파티원을 어서 소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