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It's a phenomenon!!" 딱 이짝이다. 메기 강 감독이 고국에 쓴 러브레터가 이렇게 세계적 대박을 칠 줄이야. 덕분에 문화에 대한 담론도 뜨거워지는 것같다. 케데헌 관련 영상 몇 개 봤다고 내 유튜브 피드가 국뽕 컨텐츠로 채워지는 가운데,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 드디어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다루었다.
조탐구 역시 내가 참 좋아하는 채널이다. 이 채널은 겉핥기 식으로 내용을 채우지 않는다. 다양한 각도로 사회현상을 접근하는지라 보는 내내 신선함과 발견의 즐거움이 있다. 때문에 이 채널에서 케데헌을 다루는 영상을 띄웠을 때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지 기대가 넘쳐났다. 그리고 영상의 내용?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나에게 큰 만족감을 준 이야기는 바로 "독자예술과 대중예술에 대한 문화권별 관점"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조탐구에서 나온 작가주의 vs 대중예술 담론을 반영하였습니다) 서양예술의 한 기류 중에는 '아방가르드'라는 게 있다고 한다. 약간 기괴하고 자신만의 독자성을 표현해야지만 인정받는 그런 세계. 일반인이 보기에는 '저게 뭐야?'싶은 느낌의 세계가 아방가르드의 냄새(?)라로 보면 되겠다. 이는 특히 개인의 고유성을 강조하는 유럽문화에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듯하다. 유럽문화가 이식된 미국문화 역시도 이 점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지 싶다.
미국이 대중문화를 추종한다지만 개성을 강하게 반영하는 문화가 적잖이 뒤섞여 있다. 그래서 공동체 중심의 문화(도덕중시 등)보다는 내 개인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노래들이 많은 것같다. 개인의 감흥을 끌어올리는 창작은 감정적이기 쉬울 수 있어서 그런지, 애들도 듣는 노래에 욕설이 포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생물의 욕구가 철철 넘치는 외설적인 내용이야 말해서 무엇하리. 문화란 대중이 선뜻 표현하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를 찾아내어 표현한다는 아방가르드적 철학을 재료로 삼고 있으면 이런 경향이 생기는 결과물이 있을 뿐이다.
반면에 공동체를 중요시 여기는 문화에서 피어난 K-POP은 미국의 대중문화와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K-POP에 누구나 따라부르기 좋은 이지 리스닝 곡이 많은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일 것이다. 케데헌 수록곡을 가지고 싱 얼롱(Sing along, 영화 등에서 나오는 노래를 함께 따라부르며 상영하는 상영방식. 사람 대신 영상이 등장하는 콘서트라고 보면 될 듯)이 가능한 것도 다 그러한 맥락에서지 않을까.
좀 더 거슬러 올라가서, 떼창도 그렇다. 외국인이 내한올 때마다 놀라는 게 한국인의 떼창 아니던가. 한국인들은 이미 대중이 함께 즐기는 노래문화가 익숙한지라, 즐기는 대상이 한국노래에서 외국노래로 바꼈을 뿐 대중이 노래를 가지고 노는 방식은 여전하기 때문에 떼창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같다. 집단광기(!)는 그 에너지가 무시무시하기에, 내한 온 외국 뮤지션이 에너지에 취해 어질어질해하는 그 모습을 보는 것은 또 하나의 흥밋거리기도 하고! (This is 국!뽕!)
예술가의 자존심을 지킨다고 대중과 타협하는 것을 폄훼하는 경우를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당신의 예술성만큼이나 대중의 취향도 소중한 것이지 않을까. 하지만 대중의 취향에 맞추다가 니맛도 내맛도 아닌 곡이 쏟아지는 것도 안타깝다. 비슷비슷한 거 만들거면 뭣하러 에너지를 끌어다 쓴담, 이전 꺼 다시 쓰지. 와중에 혁신을 해보려는 이들이 이런 문화 저런문화를 섞고 실험해보며, 맛있는 적절점을 딱 짚어내는 것 아닐까. (이런 방식의 발전이 약간은 헤겔의 변증법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중도의 추구같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면 K-POP의 진한 대중성이 식상해지는 때가 도래할지도 모를 일이다. 앵간하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생주이멸(生住異滅, 모든 존재와 현상이 생성되고, 존속하고, 변화하며, 소멸함)하지 않던가. 그러한 큰 흐름이 있다는 걸 알고 국뽕에 취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 미물인 나는 국뽕이 여전히 즐겁긴 하다. 적어도 내가 어렸을 때에 한국문화가 취급받는 열등성이, 현재 느끼는 뿌듯함의 씨앗이 된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에라이 즐길련다~~)
어찌됐든 오늘도 나는 나도 모르게 휘파람으로 Golden을 부른다. (목이 아파서 노래를 못부르겠다. 강사라는 직업이 그렇다. 일찍이 휘파람 스킬을 마스터 한 내 자신 칭찬해...) 대중가요는 이렇듯 강려크한가보다. 즐기세 즐겨~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즐기리~
* 글은 매주 수요일에 올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