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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성립 v.s. 문화의 변화

by 힙스터보살


일전에 폴리아모리에 대한 글을 쓰면서, 이슬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가 특이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무슬림 지역에서는 아직도 동성애자에 대한 명예살인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무슬림 국가 상당수가 일부다처제(남편 하나+여러 아내)를 용인한다. 한편 무슬림들은 돼지고기는 불결하기 때문에 먹지 않는다. (잘 됐다, 삽겹살 맛있는 거 자꾸 세계인들에게 알리지 마.... 비싸지면 식비 올라간단 말이얌 ㅠㅠ)


문득, 그들은 왜 그렇게도 특이한 문화를 가지게 되었을까 싶었다. 그들은 어떤 환경에 처하고 어떤 사건을 겪었길래 그리 되었을까?


무슬림 역사가 태동한 지역을 우선 살펴봤다. 이집트, 이라크,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가 나오더라. 이들은 사막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사막은 낮에는 엄청 뜨겁고 밤에는 엄청 춥다. 비도 적게 와서 농사짓기도 힘들다. 전반적으로 살아가는 게 척박하다. 척박한만큼 식량과 물을 확보하기 어렵다. 생존력이 떨어지기 쉬운 환경이기에 자손의 번성을 위해서라면 동성애를 지양하고, 일부다처제를 지지하고, 많은 식량을 축내는 돼지를 기피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환경이 무조건 강한 이성애 지향, 일부다처제 수용, 돼지고기 식용 배척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조금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환경이 중앙아시아에 존재하는 무슬림 국가들의 문화형성에 영향을 안 끼쳤다고 보기도 힘들다는 게 내 생각이다. 굳이 무슬림 국가가 아니더라도 일부다처제를 용인하는 서아프리카 국가나 중앙아시아 국가가 있는 걸 보면 말이다.


낙타 안뇽?


이슬람 얘기를 하다가 문득 인도가 생각났다. 인도는 땅덩이가 넓다 뿐이지 섬과 같은 곳이다. 위쪽은 높은 산맥으로 막혀있고 아래는 바다로 둘러싸여있다. 내가 알고있는 몇 몇의 섬나라에서 계급사회 성향에 유독 도드라지는 걸 발견했는데, 재미있게도 인도에는 카스트 제도가 있다.


* 섬나라 계급주의 성향 예시 : 영국의 귀족계급 사회, 일본의 메이와쿠(迷惑, めいわく,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문화)를 들 수 있겠다


우리가 흔히 아는 카스트 제도는 계급을 브라만(승려), 크샤트리아(통치자), 바이샤(상민과 농민), 수드라(노동자), 이렇게 넷으로 나누고, 해당 카스트에 속하지 못하는 자들은 불가촉천민(달리트)라고 나눈다고 한다. 끔 뉴스로 접해 듣는 인도의 충격적인 성폭력은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달리트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러니 내가 폭압과 성폭력이 모종의 관계를 이루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언젠가 인도 출신 방송인 럭키 씨가,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설명 해 주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그가 말하길, 인도의 카스트는 4개 계급을 나누는 것이 맞긴 맞는데. 그와 별개로 일종의 '직업'으로 봐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인도의 카스트는 인도의 직업만큼 많다고. 누군가 길거리에서 차를 팔면 그게 그의 카스트이고, 누군가 음식을 배달하는 일을 하면 그게 그의 카스트인 셈이라고.


그 직업이 '카스트'라 불리는 건, 직업이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또 그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 해, 인도사회에서의 현실적인 카스트는 '직업이동의 자유를 막는 문화적 장치'라고 볼 수도 있다.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이미 정해져 있고 이를 따라가는 사회라면, 개인의 자유가 억압당할지언정 사회적 안정은 이룩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들의 넓은 섬 안에서?


하지만 인도는 지구에 존재하는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인 점을 기억해야 한다. (나의 애정채널 지식브런치의 내용을 참고하였다.)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자유와 평등의 이념이 그들에게 도달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들이 순순히 카스트를 받아들이기에는 시대가 변해도 너무 변했다. 인도인들 사이에서도 억압의 틀을 걷어차고 싶은 니즈가 응당 있을 것이다.


때문에 계급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싶은, 어디서 수재 소리 좀 들어본 인도인이라면 인도공과대학(IIT)에 진학을 희망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들어가는 것도 힘들지만 들어가서는 더 힘든 인도공과대학은, 나온 것만으로도 나의 가치를 증명 해 준다. 일단 나왔다 하면 나라 밖으로 나와서 고소득 직업을 획득할 수 있다. 그들에게 학력은 신분상승 고속열차 티켓이나 다름없다. (쓰나보니 우리나라 이야긴가 싶다...?)


한국에는 대표적인 학원가 대치동과 노량진이 있는데, 인도에는 도시급 학원가가 있다. 바로 코타(Kota)라는 곳이다. 엄청난 학업량과 치열한 경쟁,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주는 곳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문화적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는 평민들의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곳이다. 덕분에 인도공과대학을 나온 수재들은 미국과 전 세계로 뻗어나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Google CEO 순다 피차이, IBM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 등등...


그 세력이 미미하여 자국의 카스트를 해체할 힘이 아직은 없겠으나, 그 세력이 커지고 또한 강해진다면 카스트 화의 저력이 예전만치는 못할 거라는 예측은 피해가기 어려울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도공과대학을 모티브로 한 영화 <세 얼간이>의 배경도 공과대학이다. 중간에 갑자기 요상한 춤 안추고도 충분히 재미있는 인도영화다. 강추!


역사적 맥락 때문에 형성된 문화 v.s. 역사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갈 문화. 어떤 곳은 이미 그 문화가 생활에 잘 녹아들고 사회를 움직이는 원리로서 어느 정도의 효용이 있기에 바뀌지 않는 곳이 있을 것이다. 어떤 곳은 변화를 희망하나 지도층의 이해추구, 변화를 희망하는 무리의 나약함, 변화에 둔감한 자들의 안일함 등으로 인해 변화를 하고 싶어도 변화할 수 없는 곳도 있을 것이다. 전자라면 차라리 다행인데, 후자라면 문화라는 감옥 안에 갇힌셈이 아닐까?


변화의 니즈가 크고 강하게 존재한다면 진보적이라는 소릴 듣고, 기존 문화를 고수하고자 하는 니즈가 크고 강하면 보수적이라는 소릴 들을 것이다. 진보와 보수는 그저 관점과 성향, 이해관계의 차이일 뿐이다. 그래서 정치는 진보와 보수라는 양 날개로 날아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또한 정답도 없다. 우리는 그저 '현재 어떤 상황인지', '우리가 어떤 것을 지향하는지', '선택에 따라 어떤 인과관계가 펼쳐질지'에 근거하여 적합 해 보이는 방향을 선택할 따름이다.


와중에 자극적인 없는 말로 선동하는 자들, 단어 의미 를 교묘히 변용하여 대중을 우롱하는 자들, 지극히 개인적인 선호에 휩쓸려 미래 변동의 방향성 따위는 안중에 없는 자들이 있다. 분별심을 내려놓으라 해도 난 아직 이들을 보면 오물이 손에 뭍은 듯 즉각적인 혐오반응이 온다. (아아아 부촷님!!! ㅠㅠ) 한 생각 다시 돌이켜야지... 정중하게 이 사회에서 격리되어 달라고 부탁이라도 할까? 눈에서 땀이 나는 듯하다. 수행자는 눈물을 떨구며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또 정진할 따름이다....


대한민국 정상영업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면에서 한국은 재미있다. 전반적으로는 보수적인 사회라고 하는데, 간간이 꽤 진보적인 일이 생긴다. 동학농민운동이 그랬고, 6월 민주화항쟁이 그랬고, 호주제 폐지가 그랬다. 한국은 그럭저럭 진보와 보수의 양 날개로 퍼덕퍼덕 잘 날아온 덕분에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나보다.


하지만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내에서 갈등은 점차 심해져서 국회 앉혀놓은 양반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를 비방하기 바쁘다. 심지어 어떤 대통령은 상대편 진영을 쓸어버리겠다고 그럴싸한 명분을 들어 계엄을 선포하더라. 솔직히 그럴싸 해 보이지도 않았다. 기가 차서..... 나 참....


재미있는 건, 일동 대집합 한 국회의원과 시민들 덕분에 계엄이 두 시간만에 해제된 것? 그 대통령에게 체포영장 발부한 데 분노한 젊은이들이 법원에 쳐 들어가 집기며 시설을 부셔뜨려버린 것? 눈이 와도 길가에서 오들오들 떨며 잔치같은 시위를 이어나간 것? 헌법재판소가 계엄을 선언한 대통령을 파면한 것? 계엄에 동조했던 국무의원이 대통령 후보에 나오겠다고 설친 것? 다이나믹해서 드라마를 따로 볼 필요가 없는 K-민주주의다.


그러고 보니 곧 대선이네? 여전히 대한민국 정상 영업중입니다. 민주주의의 시끌벅적힌 축제를 즐겨봅시다. Hoo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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