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브런치 글에서 나는 동성애를 찬성하지 않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이성애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는 틀을 벗어나면 경우의 수가 복잡해지기에, 복잡성 증가에 대한 개인적인 비호감을 표현했다.
그래서 아예 더 심플한 해결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니까, 번뜩 '폴리아모리(Polyamory, 다자간 연애)'가 떠오르더라. 폴리아모리가 사회에 존재하는 가장 흔한 연애형태라면 연애에 있어 고민을 할 필요기 없겠다는 기이한 발상이 튀어나와버리고 만 것.
그런데 폴리아모리가 무어냐. 폴리아모리를 쉽게 설명하자면... '나는 솔로'와 같은 짝찟기 예능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서로가 합의가 됐다는 전제 하에 이성/동성 관계없이 짝을 짓고, 한 사람이 여럿이서도 사랑할 수 있는 체계라고 보면 된다. 그렇게 되면 영철이 광수와 영숙을 사랑하고, 영숙은 옥순과 순자를 사랑하고, 순자는 영식과 사랑한다, 식의 관계도가 나올 수 있다.
설명을 보시고 '이야... 이 무슨 동물의 왕국이야? 심지어 남-녀만 커플이 아니네? 첩을 여~러명 둬도 되겠네? 이런 데에서는 불륜이 불륜이 아니겠네? 잠시만, 그래서 한국이 저 모양으로 바뀔려고 간통죄가 없어진 거야? 이러다 사회가 해체되는 거 아니야?' 등등 여러 반응이 있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사실 나도 저 '폴리아모리'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맨 처음엔 마음에 물음표부터 떠올랐었다.
너무 혁신적(...)이라 아연실색하게 되는 폴리아모리는 역시나 등장한 지역이 서구 문화권이다. 헬레니즘 문화가 찬란하게 꽃을 피운 그리스도 서구문화권인데. 동성애가 찬란하게 융성했던 지역도 그리스였지. 플라토닉 러브(Platonic love)를 육체적인 관계를 배제한 '정신적 사랑'이라고 아시는 분들이 많겠으나, 초기의 플라토닉 러브는 특히 남성간의 깊은 우정과 사랑을 가리켰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면 좋지 싶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딱히 동성애를 지지하거나 싫어하지도 않는다. 해서 내 아들이 동성애가 된다고 해도 그를 호적에서 파버릴 생각이 1도 없다. 동물의 세계에는 동성애가 있고 인간도 동물 중 하나이다. 역사적으로도 동성애가 다수는 아닐지언정 늘 존재 해 왔다. 동성애가 합법화 된 나라에서도 사회의 주류가 동성애로 되지도 않더라. 좀 찾아보니까 그리스의 동성 연인들도 일정한 시기와 조건에 따라 이성과 아이를 낳고 살았다더만. 생물이 가진 번성의 욕구와 니즈는 이렇듯 강한 것인가보다.
한편으로 나는 동성애와 관련한 한 가지 흥미로운 가설을 유튜브를 통해 접했다. 사람에게는 (1)성별에 관계없이 매력적인 사람에게 끌리고 사랑하고 싶어 하는 욕구(애정적 욕구)와 (2)이성에게만 끌리고 사랑하고 싶어 하는 욕구(이성애적 욕구)가 둘 다 있는데, 전자가 강하면 동성애자 후자가 강하면 이성애자가 된다는 주장이다.
난 저 주장이 꽤 마음에 들었다. 동성애와 이성애의 상존 이유를 심플하게 설명하는 것 같다. 내가 여고를 다니던 시절 알았던 몇 몇 동창의 사랑 이야기와 미디어에서 나오는 남성들의 진한 우정 이야기도 그렇고,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는 뭔가 비슷한 색깔이 있는 것같다. 그게 어떤 성별을 대상으로 하냐와 상관없이 말이다.
심플한 폴리아모리도 좋고, 애정+이성애적 욕구 가설도 좋은데. 자꾸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소유욕'
지금도 철이 없지만 지금보다 철이 더 없었던 십 대 시절에, 나는 '사랑'을 비판적으로 바라봤었다. 사랑은 아무리 예쁘게 포장해도 '사람을 가지고 싶어하는 소유욕'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연인의 바람폈다는 소식을 접하고 속을 끊이고, 반려자의 불륜을 보고 치정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다못해 어린이집 친구 사이에서도, 맨날 나랑 놀던 애가 딴 애랑 놀면 마음이 안 좋아지는 게 인간인데. 내가 우리 오빠와 연인이 된지 얼마 안됐던 시점에, 오빠가 전직장 동료와 술 한 잔 하고 온다고 해서 그러시라 했는데 알고보니 그 분이 여성이었다는 걸 보고 얼마나 울었는데....
그래서인지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국가들이 일부일처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게 서로서로 편하니까 자연히 그리된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이성애만이 절대적인 사랑의 형태야만 한다는 주장은 지나쳐 보인다. 그렇게 소리 높이는 사람을 보면 내 마음도 불편하고 '그게 맞긴 하냐' 싶은 반발심이 든다. 때문에 미국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게이라이팅이나, 이슬람 국가의 동성애 명예살인이 좀 안 좋게 보인다. (아 근데 보면 이슬람 국가는 일부다처제를 허용하잖음? 희한한 나라야... 이슬람 문화의 특이성은 추후에 한 번 더 글로 남기고자 한다.)
어찌보면, 인류사에서 빚어진 다양한 사랑의 형태는 애정적 욕구와 이성애적 욕구 그리고 소유욕이 다양한 비율로 결합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던 결과물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지금이야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나의 외할아버지는 첩을 들이신 일이 있다. 지역 훈장이었던 외할아버지는 친구네 동네에 놀러왔다가 발견한 신녀성에게 홀딱 반하여 끊임없는 구애 끝에 결혼에 성공하셨다 한다. (어머니 피셜, 외할아버지가 훈남이어서 동네 처녀들이 흠모하곤 했다고 ㅋㅋ)
하지만 할아버지에게 큰 관심이 없던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본둥만둥 하는 일이 잦았고. 이에 열이 받으신 할아버지가 질투라도 하라고 첩을 들였다. 그런데 웬걸... 우리 할머니는 '혼자 있으니까 외로웠는데 잘 됐네'라며 그 첩 분과 친해졌다고. (이렇게 보면 할머니 1승이지만, 우리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삼남매까지 낳으셨다 ㅋㅋ)
원리만 따져보면, 우리는 아주아주 라이트한 폴리아모리일지도 모른다. 기분이 나쁘셨다면 사과한다. 하지만 폴리아모리라는 단어에 어떤 색을 입혀 생각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그 단어가 어떻게 동작할 수 있을지 원리만 생각하면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애당초 없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취향은 있을테니 누군가는 찬성 누군가는 반대를 할 것이고, 그 의견이 무엇이 되었든 우리는 다양성의 사회에 살고 있으니 배척하려는 마음에 사로잡히지 말고 순연히 수용하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아~ 이 역시 심플하도다.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