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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같이 노래불러요

by 힙스터보살


일요일 9시마다 독서토론을 한다. 이번 독서 사이클이 마무리가 되면서, 쉬어가는 타이밍처럼 영상을 하나 보고 토론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해당 영상은 요거. 30분 짜리 영상인데 책 못지 않게 알차다. 너무 알차서 평소에는 토론이 11시면 마무리되는데, 어제는 자정을 30분이나 더 넘기고서야 토론을 마무리지었다.


우리 독서토론방 패널분들께 '언젠가 방 하나 잡고 밤샘토론 하면 대존잼이겠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게 어쩌면 실현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 오전 12시 30분 토론종료는 우리 독서토론방 최장시간 토론기록이 되어버렸다.


아 우리 토론방 패널분들 애정합니다 ㅋㅋㅋ 여러 가지 의미로 ㅋㅋㅋㅋ


처음엔 AI의 도입과 노동의 변화를 주로 이야기했다. AI로 인한 시대의 변화가 너무 급작스럽기 때문에 위기의식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로 인한 가짜노동을 되짚는 시간도 좋았다. 하지만 AI의 도입으로 인해 과다노동에서 벗어나 여가를 누릴 수 있는 삶에 대한 지지도 못지 않았다. 이어서 기본소득에 대한 찬반논쟁도 각축을 벌였다.


나는 영상에서 김상옥 교수님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인간이 동원해야 하는 노동량이 현저히 줄어들어서 소득이 없어진 사회에서는 기본소득 도입을 응당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현재 이 시점에 기본소득 도입을 나는 반대한다. 아직도 인간을 갈아서 일하고 있기에 주 52시간 노동을 하네마네 하는 소릴 하는 대한민국이다. 기본소득 도입은 명분이 그럴싸 해 보일 뿐,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거라고 생각한다.


인플레이션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실제 사회의 생산량이 늘어 이를 표현할 화폐가 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여야 적절하지 싶다. 생산량 증가를 전제하지 않은 채 돈만 뿌리는 것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세금으로 인해 다수의 사람이 피해를 보는 면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어찌되었든 지금은 반대.


11시가 되어서 1차로 사람들이 빠져나갔는데... 때마침 들어오시는 운영진 님. 그리고 앞의 맥락을 모를 수밖에 없는 운영진께서는 AI로 인한 사회변화와 여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SF소설 이야기가 튀어나오고.. 각종 영화와 책 추천이 패널분들 입에서 우수수수 쏟아져나왔다.


* 당시 거론된 책과 영화들

- 애니, 카우보이 비밥 // 패널분들 여럿이 인정한 띵작

- 영화, 해피 엔드

- 웹툰, 파견체

- 애니, 닥터스톤

- 애니, 슈타인즈 게이트

- 영화, 로스트 룸

- 영화, 맨 프롬 어스 // 다른 분이 내 인생작을 추천 해 버리셨다. 대단히 강추!!!

- 영화, 컨택트(2016) // 원작은 테드 창 <네 인생의 이야기>

- 영화, 콘택트(1998)

- 영화, 인터스텔라 // 울면서 봤다...

- 잡지, NewPhilosopher

- 도서,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 영화, 세 얼간이

- 유툽, 과학을 BODA // 볼 때마다 재미있음, 어떻게 이렇게 끊임없이 재미있을 수 있지?

- 도서,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 // 시인들이 이렇게나 수다쟁이일 줄 몰랐다고....

- 영화, 당갈 // 세 얼간이, 당갈 모두 중간에 뜬금포로 춤추는 인도영화 아닙니다 ㅋㅋ

(와.. 노다지다 노다지야.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당분간 뭐 볼지 고민할 걱-쩡이 없겠네!)


SF영화를 이야기하다가 소설을 이야기 하게 되고, 소설을 이야기 하다보니 불쑥 시에 대한 이야기도 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함축적인 글로서의 시는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선호하지 않으셨고, 누군가는 시는 노래와 다를바가 크게 없기에 의외로 쉽게 접근 가능한 영역일지 모른다는 이야길 했다. (네 그게 접니다ㅋ) 나아가 에세이를 쓰든 시를 쓰든 무엇을 쓰든 글쓰기는 대존잼이라고, 어서들 글쓰기하자고 꼬시는 분도 있었다. (아 네 그게 저 맞다구요 ㅋㅋ)


음악에도 불교 껴 줘요~ 극락도 락이니까요! 예~~~~!!!


묵자는 음악을 백성들의 삶에 썩 도움이 되지 않는 낭비적인 행위로 본 반면에, 공자는 음악을 예악(禮樂)이라고 하여 사회의 조화를 이루는 중요한 수단으로 여겼다고 한다. 음악을 좋아했던 공자 선생님은 시(詩)도 좋아하셨다. 그래서였는지 선생님은 <시경(詩經)>을 지으셨다. 시경의 첫 번 째 편인 <관저(關雎)>에는 '사무사(思無邪)'라는 구절이 나온다. 사무사(思無邪)란 '생각에 있어 올바르지 않거나 간사한 면이 없다'는 뜻이라고 하던데. 학습시간 동안 배우고 또한 익히기에 몰입하다 생각을 정화하는 멋진 시를 즐기시는 공 선생님의 모습을 상상하니.... 캬~ 우리 선생님 낭만있으시다!


음악이라고 해서 생각나는 영화가 있는데. (지금 이 글을 쓰며 영화 이름이 도무지 생각이 안 난다 ㅠㅠ Gemini에게 힌트를 줘도 못찾는다. 아시는 분은 필히 댓글 좀!!!!!) 북극인가 남극의 어떤 탐험대가 조난을 당했다. 짐을 버리고 이동해야 겨우 살아남는데, 와중에 선장은 별 쓸모도 없어 보이는 악기, 빈 수첩, 세안도구를 챙기라고 한다. 선장은 조원들이 지칠 때 모닥불을 피워 악기연주를 하며 사기를 북돋고, 빈 수첩에는 먼훗날 언젠가 구조당했을 때를 대비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남기고 또한 구조 당했을 때 멀끔히 보이게 하기 위해 청결에 신경쓰도록 한다. 선장의 지혜가 발휘된 생존전략에 선원들은 포기하지 않고, 결국 모두 구조되는 이야기. (참고로 이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난 이 이야기에서 음악의 힘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여유가 있어야 음악도 듣고 시도 쓰는 거 같지만, 음악을 듣고 시를 써 보며 여유를 만들어나가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시를 잘 쓰지는 않지만, 수필을 쓰다보면 시를 쓰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특히 퇴고할 때 글을 다듬으며 시를 쓰는 기분이 난다.) 고래가 숨쉬기 위해 수면 밖으로 나오듯이 나도 내 삶에 있어 숨을 쉬기 위해 음악을 듣고 글을 쓰는 건 아닐까. 그렇게 폐에 한껏 바람을 넣고 또 달려보려 한다. 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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