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니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어내고 있는 요즘입니다. 어김없이 찬바람과 함께 비염이 찾아오고, 턱관절은 갑자기 제 자리를 이탈하지를 않나, 아이에게 감기까지 옮아 버렸으니 말이에요. 병원 나들이로 하루가 다 가고, 약에 취해 잠이 쏟아지다 보니 만사가 귀찮아지고 무기력해졌습니다. 짝꿍도 바쁜 요즘 인지라 육아와 집안일을 도맡아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간신히 아이들 끼니만 한 그릇 식사로 챙겨주고, 집 정리와 청소는 당장 해치워야 한다는 의지가 사라진 뒤였습니다. 그러자 집이 엉망진창 되는 건 순식간이더군요.
그러던 와중에 부모님 걱정하실까 싶어 한동안 전화를 안 드리다가, 전화 통화 한방에 바로 들켜버리고 말았습니다. “면역력이 얼마나 떨어졌으면 아이 감기를 다 옮았냐, 턱은 어쩌다 그랬냐, 병원은 가봤냐,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냐 등등.” 속사포 랩을 쏟아 내시곤 전화를 끊고 얼마 되지 않아 꼭 보약 지어먹으라며 용돈을 부쳐 주셨습니다. 다 큰 딸내미가 엄마께 해드리지는 못할망정, 너무 염치가 없었지만 감사한 마음과 함께 ‘난 우리 애들 엄마이기 전에 우리 엄마 딸이구나. 엄마는 나의 엄마니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누구의 딸이거나 아들이었을 텐데, 자라면서 나아가 자신의 가정을 꾸려 부모에게로부터 독립을 하게 되면 가끔 그 사실을 잊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래서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있나 봅니다. 내 아이는 한시도 잊지 못하면서 말이에요. 그렇다면 부모로부터 완벽한 독립이라는 것이 가능할까요?
가끔 우스개 소리로 ‘퇴사’라는 단어의 뜻도 알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엄마는 언제 퇴사할 수 있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조퇴나 임시 휴업 정도는 가능할 것 같은데… 그 시간들 역시 마음까지는 내려놓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이에 대한 걱정은 내가 관속에 들어가야 끝난다는 내용의 글을 소셜에서 지나치다 보곤 너무 공감이 돼서, 신랑에게 웃으며 전했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되었고, 엄마니까 더 강해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엄마 경력이 더 쌓이고 나면 부모님을 향한 ‘위로 사랑’도 커질 수 있는 엄마의 딸이 될 수 있기를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