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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Dec 06. 2022

글을 쓸 수 없는 사람

6일 차. 고민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의 글쓰기 소재는 다양했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 저마다의 삶이 그대로 스며 있었습니다. 저의 글도 그렇겠지요. 그런데 ‘5일 차‘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저는 제 글에 나타난 저의 모습을 부정하고 있었습니다. 오렌지 캐릭터가 아니라고 말이죠. 이때까지만 해도 이 부분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작업하고 있는 그림책의 가운데 토막이 도저히 써지질 않았습니다. 꾸역꾸역 어찌어찌 쓰고 읽어보면 억지스러움에 몸서리가 쳐져 홀랑 뒤엎기를 수십 번… 결국 잠시 그림책 이야기에서 멀리 떨어져 보기로 했습니다.


대체 이유가 무엇인지 딱히 묘수가 떠오르지 않아, 다른 분의 이야기라도 들으며 잠시 고민을 내려놓고자 ‘글쓰기 모임’으로 향했습니다. 모임 자체가 출석을 강요하거나 정해진 클래스에만 나와야 한다던가 하는 게 아니라서 같은 시간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분을 다시 만나기란 우연을 가장한 인연이 닿아야만 가능했습니다. 연락처도 서로 몰랐거든요. ‘집에 돌아오고 나서야 왜 연락처도 주고받지 않았을까’ 잠시 후회는 했지만 그 또한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몇 분 연락처를 따긴 했지요.


그런데 첫 만남 이후 다시 꼭 뵙고 싶었던 분을 네 번째 모임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모르겠고, 저 혼자서 어찌나 반갑던지…, 그분의 빈 옆자리에 냉큼 앉아 안부를 여쭸습니다. 그간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정하셨고, 벌써 목차도 정하셨다면서 제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셨습니다. 저는 그저 어리둥절했지만 첫 만남 때 제가 한 얘기가 도움이 됐다고 하십니다. 그건 과찬이시고, 순전히 그분의 축적된 내공의 힘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저는 요즘 그림책의 이야기가 써지질 않아요.”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해주신 말씀을 빌리자면, 제가 정해놓은 결말의 글을 저는 쓸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댕~~’ 뭔가 머리로 한 대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실은 이야기의 소재를 결정함과 동시에 결말도 함께 정해 놓았었거든요. 정해놓은 결말은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슬픈 이야기 었답니다.


그분의 말씀을 듣고 진지하게 생각해 본 결과,

저는 ‘오렌지 니트’가 맞았습니다.

잠시 도망쳤던 그곳으로, 다시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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