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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Jan 02. 2023

2023 벤자민버튼의 시간

감정 언어 [웃기다]

사전적 의미: 기쁘거나 만족스럽거나 우습게 하여 얼굴을 활짝 피거나 소리를 내게 하다, 어떤 일이나 모습 따위가 한심하고 기가 막히다


“실례지만 몇 년 생 이세요? 올해 나이가?” 동방예의지국에서 태어난 우리는 새로 만난 관계 속에서 서열을 정리하려는 경향이 강한 민족이다. 혹시 모를 나보다 나이가 많은 윗사람에게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한 차원에서, 혹은 자신도 모르게 대우를 받고자 하는 마음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본 사람에게 나이를 물어보는 것이 굉장히 무례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어학연수 차 영국에 갔을 때 알게 되었다. “너네는 왜 만나자마자 나이를 물어봐?” 그들 입장에서 ‘나이’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인 것이었다. 무엇이 옳고 틀리다기 보단 서로의 다른 문화에서 빚어진 의문일 것이란 생각이 크다. 이어서 ‘만 나이’의 개념은 한국 사람들도 많이 헷갈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엄마 뱃속에서 생명의 존재를 확인한 순간부터 1살이냐, 세상 밖으로 나온 후부터 1살 이냐의 차이를 두고 우리는 그냥 나이와 만 나이를 혼용해서 사용해 왔다.. 그런 데다가 예전에는 1~2월생 아이들은 학교를 빨리 들어갈 수 있었고, 그들이 사회에 나와 나이를 밝힐 땐 자신이 태어난 연도 앞에 ‘빠른’을 붙여 소개했다. 그러다 보니 빠른 A와 B가 친구인데, B는 C에게 형이라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빠른 A와 C가 친구였다. 이럴 경우 과연 서열은 어떻게 정리되었을까?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서열 정리에서 누군가는 빈정이 상해서 거리가 점점 멀어질 수도 있고, 누군가는 쿨 하게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웃어넘길 것이다. 이쯤 되면 ‘이게 이럴 일일까?’란 의문을 갖게 된다.


그런데 2023년 전 국민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하는 ‘만 나이 통일법’을 도입한다.

국가에서 나이를 정리해 주다니….

우리는 6월 28일부터 많게는 2살, 적게는 1살이 어려지게 된다. 시간은 분명 흘렀는데 나의 나이는 제 자리거나 어려진다니 웃긴다.

숫자란 무엇인지, 이와 상관없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의 주름은 늘 테고 아이의 키는 자랄 텐데, 한 해를 방금 막 떠나보낸 나에게 다시 살라고 하는 것 같아 찜찜한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다. 만 나이로의 통일은 새해 1월 1일에 떡국을 먹으며 다 같이 한 살을 먹을 수 없고, 각자의 생일이 지나야 1살을 먹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계산법은 심플해진 것 같은데 머릿속이 복잡한 이유는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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