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래미 Aug 21. 2022

세계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면 뭐 할 거야?

Written by 클래미

'산티아고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습니다.


10개월의 세계여행을 계획했으니 절반 정도 흐른 것인데요. 지금쯤 중간 점검하면 좋을 것 같아 노트북을 켜고 글을 한자씩 적어봅니다.




초심 돌아보기, 여행을 떠난 이유?


첫 블로그에 왜 여행을 떠나는지 동기를 적었는데요. 여러 이유를 차치하고 어느 날 회사에서 꽤 많은 분들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고민이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각자의 꿈, 행복, 자아실현 등을 위해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참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그것도 당시에는 티를 전혀 안 내시다가 어느 정도 상황이 호전된 후 예전에 우울증 약을 복용했다거나 꾸준히 심리치료를 받았다는 등 그동안 숨겨온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도 언젠가 이 길을 걷다 보면 똑같은 상황을 마주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며 너무 늦기 전에 '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재점검해보자는 차원에 여행을 떠난 이유도 꽤 큰 것 같습니다.




여행하면서 어느 정도 해답을 찾았어?


다시 학생의 마음으로 자유롭게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지금까지 쓴 글이 4개 정도 되는데 예전의 저라면 절대 쓰지 못했을 내용이 많아 나름 뿌듯했습니다.


그럼에도 가끔씩 SNS를 통해 친구들이 직장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면 저도 불안감에 휩쓸릴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더 열심히 글을 쓰고 유튜브 촬영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과거의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온 것인데 말인데요. 그래서 이런 사실을 자각할 때면 지금이 인생에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임을 상기하고 온전히 여행을 즐기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 가끔씩 친구나 가족들에게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오면 어디서 일할 거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요. 사실 저도 매우 궁금합니다.


나름대로 시야를 넓히며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 손에 잡히는 해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영국에서 세계 대학 랭킹 50위 졸업생에게 최소 2년짜리 취업비자를 제공하겠다고 하여 이참에 런던에서 일자리를 구해볼까 싶은 생각도 해봤는데요. 아직 구체적인 액션은 취하지 못했습니다. (Nothing이라는 영국 스마트폰 스타트업 회사가 요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 같아 지원해보려고 했더니 아쉽게도 저에게 맞는 직무는 없더라고요) 




앞으로의 마음 가짐


사실 저뿐만 아니라 아내도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습니다. 서로가 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같이 여행을 올 수 있었던 것 같은데요. 그렇게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보았습니다.


Q1. 여행을 통해 나는 진로에 대해 어떤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이번 여행의 취지는 사실 구체적인 커리어 서치보다 인생 전반적인 방향성을 재점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사실 일이란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면서 알게 되는 것이 많아 아무래도 이번 여행을 통해 구체적인 해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2. 그렇다면 나는 왜 이번 여행에서 진로에 대한 힌트를 얻으려 한 것일까?


회사를 다니면서 생긴 안 좋은 습관이 있는데요. 트렌드가 민감한 산업에서 회사가 조금이라도 발 빠르게 나아가기 위해 우선 결론부터 내고 로드맵을 끼워 맞추려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회사에서는 큰 규모의 프로젝트가 너무 산으로 가지 않도록 어느 정도 방향성을 정해 놓자는 취지이지만 로드맵 자체를 너무 신봉할 경우 오히려 현실성이 떨어지는 하나의 보고서로'만' 남을 수가 있습니다.


근데 문제는 이게 직업병이자 강박이 되어 진로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도 보고 들은 몇 안 되는 방법론을 돌려가면서 처음부터 구체적인 해답부터 들이밀 때가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이렇게 스스로 논리적이라고 착각하는 사고들이 방해가 될 때가 있습니다. 이번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은데요. 비싼 돈과 시간을 들여 여행을 왔기 때문에 여기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니 제가 다녔던 회사들은 사실 당시 상황에서 이것저것을 따져보며 가장 좋았던 선택지를 골라서 갔었던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남들에게 설명하다 보니 결과론적으로 스토리를 끼워 맞춰 마치 제가 미래를 예측하고 행동했던 것처럼 스스로를 포장했던 것 같습니다. 매 순간 정답이 있듯이 말하는 것은 똑똑한 게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주변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싶은 본능이 이렇게 잘못된 습관을 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목표가 있어야 방향을 정할 수 있겠지만 너무 정확한 정답을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시야를 좁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Q3. 이번 중간 점검을 통해 느낀 점


생각의 흐름대로 적다 보니 서론이 길어졌네요. 계획했던 여행이 절반이나 남았으니 아직까지는 앞으로의 커리어에 대해 너무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올해 12월까지는 여행에만 집중하고 내년 1월부터 집중적으로 알아볼까 싶습니다.


또한 이번 중간 점검을 통해 다른 사람들 때문에 흔들리고 자신을 속이는 일은 더 이상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이 끝나고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일터가 달라지는 것보다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을 기대해보려고 합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아내의 에피소드가 힘이 됐는데요. 학창 시절 1년의 어학연수가 끝날 즈음 한국 교육과정에 뒤처졌다는 조급함이 있었지만, 캐나다에서 배운 사제간의 관계와 당장의 성적보다는 발전에 의미를 두는 학교문화가 고등학교 3년을 남들보다 수월하게 보낼 수 있게 해 줬다고 했습니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연봉과 승진 등 일반적인 목표만을 쫓아 달리게 되는데요. 이번 여행에서 만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에서 얻은 영감을 통해 직업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좀 다른 저만의 목표를 설정해 나아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의 삶에 좋은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