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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래미 Aug 27. 2022

여행에서 배운 <행복의 지혜>

Written by 클래미

1. 행복에 대한 ‘탐구’


이전 글을 통해 직장에서 꽤 많은 동료들이 우울증에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 고리를 끊고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열심히 사는 것뿐인데 왜 고통스럽게 사는 걸까요?


최근 '조승연 작가'의 유튜브 채널에서 비슷한 주제의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과거 부모님 세대에서는 더 많은 '부와 명예'가 행복의 조건이라고 했는데, 그것만으로 온전히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우리 세대에서는 부와 명예 대신 더 많은 '경험'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믿었죠. 그래서 최근 밀레니얼 세대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얻기 위해 빠른 은퇴를 준비하는 FIRE 족이나 한번 사는 인생 제대로 즐기자는 YOLO 가치관이 빠르게 퍼졌습니다.


영상 출처 : https://youtu.be/6oIzFdKzNoE


이러한 세대 가치관에 부합하듯이 미국의 유명 셰프이자 여행 작가인 '엔서니 보데인'은 로드러너라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지구 26바퀴를 돌며 여러 나라의 문화와 음식을 소개했습니다.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직업을 가졌다는 그는 전 세계 많은 청년들에게 영감을 주며 이 시대 롤모델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프랑스의 한 호텔 욕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라는 그가 무엇이 부족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요?


위 조승연 작가의 영상을 보고 행복에 대해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세상의 기준에 속지 말자


우리 모두 행복을 느끼는 포인트가 다릅니다. 가난한 자는 돈이 있으면 행복할 거라 믿을 테고 자식이 안 생기는 부부에게는 평범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일 테니까요. 각자의 성향과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획일화된 기준'은 절대 정답이 될 수 없죠.


행복의 조건이란 무엇일까요? 돈, 명예, 경험, 성취감, 인정, 사랑, 관계 등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좋아도 하나에만 몰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엔서니 보데인'을 보았듯이 집착으로 인해 전체적인 '삶의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죠.


2. 스스로에게도 속지 말자


'엔서니 보데인'은 당시 많은 사람들이 추구했던 행복의 조건인 풍부한 경험을 쌓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며 분명 처음에는 즐겼을 겁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도 무뎌졌을 테고 자연스럽게 관심사나 가치관도 달라졌을 겁니다. 그럼에도 세상과 자신이 보는 시선의 괴리감 때문에 억지로 자신이 행복하다고 세뇌한 게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고 하는데요. 상반된 믿음, 생각, 가치가 부딪힐 때 생기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현실을 왜곡하는 것을 뜻합니다. 경제학의 관점에서는 너무 많은 시간, 노력, 돈을 지출하여 실패가 예상되더라도 계속해서 투자하는 '매몰 비용의 오류(Sunk Cost Error)'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2. 행복에 대한 지혜


'작용과 반작용'의 삶


사회에서 늘 앞만 보고 달리다가 여행을 통해 오랜만에 여유를 느껴보니 초반에는 너무 행복했습니다. 특히 늘 빠른 세상에서 살다가 유럽에서 느긋하게 지내니 삶의 밸런스가 채워지는 느낌이었는데요.


하지만 매번 늦게 일어나고 숙소에서 미적거리다 보면 지겨워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세밀하게 여행 코스를 짜서 퀘스트를 깨듯이 힘들게 돌아다니거나 아예 일하듯이 공책과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습니다.


결국 어떠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기보다 빠른 세상에서는 슬로우 라이프를 추구하고, 느린 세상에서는 패스트 라이프를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지속된 몰입보다 가끔씩 휴식을 취해주는 적절한 '작용과 반작용'의 패턴이 인생을 더 풍요롭고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활력소 역할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유명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이 잠시 휴식기를 갖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는데요. 일반적인 직장 생활을 벗어나 다이나믹한 세계여행을 도전했던 그가 언젠가부터 여행이 더 이상 가슴 뛰지 않고 식상하게 느껴졌다는데, 오히려 이럴 때는 남들처럼 어느 직장에 소속되어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게 더 새롭고 특별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죠.


‘프랙탈 지수 1.4’의 삶


조승연 작가만큼 '유현준 교수'의 유튜브 채널을 자주 챙겨보는데요.


그중 어느 빈민가의 임대주택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건축사에서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일부러 골격만 세우고 외관과 인테리어는 집주인이 취향에 맞게 알아서 빌드업하게끔 건축물을 설계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누구는 창문을 달기도 하고 누구는 노란색 페인트를 칠하기도 하는 등 결과적으로 경제적이면서도 매력 있는 주택지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초반에 틀을 세우고 빈 공간을 채워가는 방식이기에 중구난방으로 무분별하게 지어지진 않아 어느 정도 규칙성이 있는 상태에서 불규칙성이 들어가는 '프랙탈 지수 1.4'를 잘 표현한 훌륭한 건축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여기서 프랙탈 지수란 불규칙성을 표현하는 수치인데요. 흰색 도화지가 프랙탈 지수 1.0이라면 볼펜으로 새까맣해 낙서한 도화지는 프랙탈 지수 2.0이 되는 셈입니다. 여기서 인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때가 '1.4 정도의 불규칙성'이라고 합니다.


규칙성을 예측성이라고도 볼 수 있다면 우리 인생도 '프랙탈 1.4'인 상태 때 가장 행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때면 프랙탈 지수 2.0의 삶을 살지 않을까요? 그럴 때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안정적인 삶을 추구할 테고 이후 자녀가 독립하고 은퇴하면 노년에는 프랙탈 지수 1.0의 삶을 살 텐데 그럴 때는 모험적인 삶을 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아내는 이번 여행을 통해 노년에는 파리에서 요리 학교를 다니며 디저트를 배우겠다는 꿈을 키웠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여행하면서 무엇이 가장 좋았냐는 질문에 레퍼토리처럼 말하는 답변이 있는데요.


미스터리한 여정을 누군가와 함께
희망을 갖고 나아가는 것


이미 정해진 계획대로 사는 것만큼 허무한 게 없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느낌일 뿐일 테니까요.


여행도 사실 예상 가는 대로만 하면 재미없습니다. 하루하루 조금 불안하고 걱정되더라도 약간의 열린 결말을 두면 재미가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향후 3개월어치의 여행 플랜만 짜고 정확히 언제 한국으로 돌아올지 정하지 않은 채 편도 티켓만 끊었는데요. 그리고 여행 끝에는 한국 말고 다른 나라에서 잠시 살아보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계획의 성공 여부는 중요치 않은 것 같아요. 이렇게 급진적이고 도전적인 계획도 고민해 볼 수 있고,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행복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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