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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해서 산다는 건 어렵다.

나홀로 서기 전에 연습했던 독립 생활

by 은궐


지금은 완전히 집에서 나와 혼자 지내고 있지만, 회사 쉬는 날이나 집안 행사가 있을 때 본가로 가서 하루나 이틀 정도 자는 편이다.


내가 처음 독립이라는 걸 경험한 시기는 고등학교 때로, 정확히는 학교의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성적 향상을 위해 일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게 되었고 그 중에 내가 뽑혔다.


그렇다고 공부를 매우 잘한 것도 아니지만, 학교에서 성적 향상이라는 말에 나와 부모님이 혹 했었다.


그 때, 처음으로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장기간 지내보니 가능하면 독립은 최대한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뤄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의 케어가 없다보니 먹는 것이나 자는 것이 집에서 지낼 때보다 부실하기 짝이 없었고, 주말에는 집에 갔다오긴 하지만 아쉬움이 크기만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고등학교 시절보다 좀 더 성숙해 진 채 대학교에서도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자취에 대한 꿈이 있어 반 년동안 자취를 해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나가는 돈이 많다.

또한 하나부터 열까지 손가는 일이 많아 쉽지 않아, 2학기가 되자마자 바로 학교 기숙사로 들어갔다.


기숙사는 때에 맞춰 뜨거운 물이 나오고 시원한 에어컨이 자동으로 나오는터라 크게 세금에 대해서 신경 쓸 것이 없었고, 정해진 시간에 기숙사 식당에서 아침과 저녁 식사가 제공되니 특별히 밥에 대한 고민도 할 필요가 없었다.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지만 한 학기 기숙사비와 식비가 80 ~ 90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


기숙사비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게 있어 내가 충당할 수 있었고, 대학교에서 블로그 기자단으로 활동하며 일부 장학금 지원과 혜택이 있었어서 돈 걱정을 조금 덜 수 있었다.


아쉬웠던 건 내가 졸업하자마자 장학금 지원과 혜택이 더 커졌다는 거다.....




대학교 졸업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고민을 하다가 공무원 준비를 위해 노량진 고시원에서 지내보기로 했다.


당시 공무원 열풍이 불고 있었고 붙기만 하면 월급은 적더라도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공부 기간은 1년으로 잡고, 시험을 보고 그만 둘 지 계속 할 지 결정하기로 했다.


노량진 고시원은 잠만 자면 된다는 생각에 창문 하나에 침대 그리고 책상, 옷장을 놓으면 끝인 방 1개 미니룸으로 구했다.


그리고 에어컨과 난방은 개별로 키거나 끄는 것이 가능했고 인터넷도 설치되어 있었지만, 화장실과 샤워 공간 및 세탁실을 이용하려면 밖으로 나가야했다.


어떻게보면 열악하기 없는 환경이나 너무 편한 환경이면 이 곳에 들어와 놀 것만 같아 일부러 이런 방을 잡았다. 덕분에 거의 밖에서 생활하며 공부하며 지낼 수 있었다.


이 고시원의 가격은 보증금 없이 17만원 정도 했던 것 같다.

더불어 건물이 낡아 방음도 잘 되지 않고, 종종 벌레도 나오긴 했지만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지내는데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이 때에는 정말 순수하게 부모님의 지원을 받았으며 1년 간 열심히 공부해보았지만 합격까지 도달하기엔 어렵다는 판단에 노량진 생활을 접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앞에서 포스팅 했던 대로 제주도의 회사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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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무조건 집을 나가 독립 한다는 건 쉽지 않다.

대학교와 노량진에서는 내가 제대로 버는 상황이 아니기에 부모님의 도움이 있었고, 제주도에서 생활하면서부터는 꼬박꼬박 월급을 받았기에 그 때부터 부모님이 넣어주던 보험들도 받았다.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한 터라 독립하며 가장 큰 걱정은 돈이 빠져나가는 거다.

가만히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는 말을 옛날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나홀로 독립해서 살아보니 가만히 숨을 쉰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일단 내 몸을 뉘울 수 있는 집이 필요함과 동시에 유지비 및 관리비가 필요하다. 옷은 몇 벌 사 놓고 깨끗하게 돌려서 입는 편이라 크게 나가지는 않지만, 식재료를 비롯한 외식으로 돈이 나간다.


즉, 사람이 살기 위한 의식주 비용이 필요하다. 여기에 꾸준히 챙겨먹고 있는 영양제와 보험, 핸드폰 요금 등 고정 비용이 더해진다. 이렇게 돈을 나누면 한 달 월급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이 있다면 회사 지원으로 집과 식비가 어느 정도 세이브 되고 있어 이 돈으로 주식, 코인에 투자하고 작게 저축을 하고 있다.


정말 독립이라는 건 신중해야 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걸 경험을 통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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