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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면 운동을 해라.

운동하지 않으면 먹지 마라.

by 은궐


우리 집은 먹는 건 잘 먹는다.

워낙 어머니의 음식 솜씨가 좋은 것도 한 몫 하고, 가족들이 웬만한 음식들은 가리지 않는 편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잘 먹기 전에 절대 조건이 있으니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요즘에는 너무 맛있는 음식들이 많으니 정신줄 놓고 먹으면 금방 살이 찌는 건 기본이고 건강에도 좋지 않다.


그래서 먹는 건 잘 먹더라도 건강을 위해 운동과 어느 정도의 식이조절을 해야 한다.

우리 집의 식이조절은 무조건 샐러드 종류를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 양을 적당히 조절하는 것이기에 크게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이 집에서 살려면 운동 만큼은 정말 빡빡하게 해야 한다.




우리 집의 운동 코스는 2가지다.

일단 아침에 일어나면 수영장에 가서 50M의 풀을 10바퀴 도는데, 부모님은 손에 작은 오리발을 끼고 15바퀴를 돈다. 그 후 저녁에 집 근처의 종합경기장에 가서 10바퀴를 빠른 속도로 걷는 것이다.


아침 수영은 어렵지 않다.

일어나서 가는 과정이 귀찮고 힘들지만 막상 가면 수영하고 깨끗하게 씻고 나오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아침에 일찍 움직이면 하루에 긴 효과가 있다.


그렇지만 저녁 운동은 약간 고역이다.

수영과 달리 걷기는 날씨 영향이 크고, 종합경기장에 무슨 행사가 있다하면 운동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부모님에게 전혀 게이치 않았다.


날씨가 좋던 안 좋던 일단 그냥 저녁에 걸으러 나가고, 종합운동장에서 행사가 있으면 종합운동장을 크게 돌거나 그 옆에 있는 롤러장의 외곽을 돌면 된다고 한다.


말이 안 되는 소리 같았지만, 이렇게 하는 사람들을 현장에서 보았기에 반박할 수 없었다.



어느 날 저녁에 종합운동장을 방문했는데, 그 날은 바람에 구름과 나무가 미친 듯이 움직이고 있어서 계속 소나기가 쏟아질 것 같았다.

실제로 날씨 예보를 보니 2 ~ 3 시간 엄청난 양의 비가 올 것이라고 한다.


집에서 나오기 전에 이 사실을 부모님에게 이야기했지만, 우산을 들고 나가자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비가 쏟아졌지만 가져간 우산을 들고 걷기 운동을 했다.


덕분에 신발이 푹 젖었지만 목표했던 운동 량을 채우고 들어왔다.

만약 나 혼자 나갔으면 비가 오자마자 바로 집으로 들어왔을 테지만, 부모님이 함께 했기에 먼저 들어갈 수 없었다.


정말 우리 집에서 먹고 살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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