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앞서 포스팅을 했던 대로 친척들과 함께 관리도에서 1박 2일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아침을 먹고 섬에서 나오니 시간이 11시 즈음이었는데, 바로 장자도 선착장 주변에 있는 호떡집으로 향했다.
집 주변의 포장마차에 가면 호떡을 파는 집들이 있지만, 기름 없이 담백하게 구워내 파는 집들을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나는 기름이 있든 없든 상관없지만,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들이 기름 없이 구워내는 호떡을 먹고 싶다 하셔서 무조건 갈 수밖에 없었다.
정말 여러 개의 호떡 가게들이 있었지만, 비가 내리는 와중임에도 이 집만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고 있어서 이 집이 맛집이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2층에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먹을 수 있는 자리도 있지만, 워낙 사람이 많아 앉을 자리가 없어 바로 포장해서 차에서 먹기로 했다.
그런데 호떡을 구울 때 기름이 꽤 많았지만, 맛은 있었다.
사람들이 왜 줄 서서 먹었는지 이해가 되는 맛이지만 1개를 먹으니 달달함과 느끼함에 물려 2개는 먹기 부담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은 배가 고팠는지 연달아 3개를 먹었다.
이동하는 도중 비가 그치자 친척들과 근처 선착장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데, 군산에서 같이 밥을 먹고 갈 건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알아서 해결할 것인지가 토론의 중심이었다.
그때, 내가 꺼낸 말이 앞으로 펼쳐질 지옥의 시작이었다.
이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군산에 짬뽕 맛집들이 많지 않나요?"
이 말이 막내 이모와 이모부의 가슴을 불 질렀다.
평소 이 가족이 맛집을 찾아 돌아다니기도 하지만, 군산 이성당에 들러 빵을 사갈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워낙 발이 넓어 아는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 있었다.
바로 지인 찬스를 통해 현지인들이 가는 짬뽕 맛집이라는 수송반점이라는 곳으로 갔는데,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어마무시한 줄이었다.
물어보니 입장하기까지 최소 1시간이 걸린다고 하지만, 매장 크기를 보니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일단 나는 줄을 서고, 일행 중 일부는 이성당으로 향했다.
그곳도 줄을 서야 빵을 살 수 있는 곳이기에 여기서 줄을 서서 먹고 이성당으로 가면 저녁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성당은 빵을 산 뒤 그곳에서 먹지 않기에 이곳보다는 빠르게 줄이 줄어들어 들어갈 것 같았다.
짬뽕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다행인 것이 있었다면, 날이 선선했다.
약간 쌀쌀해서 다들 가벼운 재킷을 입고 있었는데 날이 덥고 햇빛도 쨍쨍했다면 기다리는 내내 더위와 싸워야 했을 것이었다.
중간중간 줄을 이탈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약 2시간에 걸려 입장할 수 있었다.
더불어 입장 전에 이성당에 빵을 사러 간 친척도 무사히 복귀해 같이 음식을 주문했다.
1인당 짬뽕 한 그릇씩 주문하고, 탕수육(大)을 2개로 나누어 받았다.
짬뽕은 해물 베이스와 무로 시원한 감칠맛이 있었지만 이게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맛이 있었는가는 약간 의문이다.
탕수육은 갓 튀겨내어 맛이 없을 수 없었고, 탕수육 소스는 파채와 어울리며 느끼한 기름 맛을 확 잡아주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약 2시간을 기다려 먹은 만큼 맛이 없더라도 맛있게 먹을 수밖에 없었다.
본가에 가족들과 도착한 뒤 나는 집에 가야 했기에 포장된 이성당의 단팥빵과 야채빵 하나씩 집어왔다.
그리고 시간이 늦어 다음 날 먹어보니 단팥빵은 팥이 달지 않아 괜찮았고, 야채빵은 속에 건강한 만두소를 넣어 만든 것 같았다.
이렇게 툭 꺼낸 말 한마디로 군산 맛집 여행을 다녀왔는데, 몇 년 만에 고속도로에도 갇혀보고 맛집 웨이팅도 해 보는 경험을 하고 왔다.
이 경험을 바탕 삼아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