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_날씨가 어떻게 바뀌는지 알 수 없는 곳이다.
4월 정기외출은 조용히 보내기로 마음 먹고 나왔다.
지난 번 정기외출을 겪어보니 너무 게임하고, 밤 새다보니 학원 생활 패턴이 완전히 깨져 학원에 복귀해서도 약 일주일을 고생했던 기억이 너무도 생생했다.
그래서 늦더라도 새벽 1시 안에는 자고, 아침 9시까지는 일어나는 것을 목표로 잡았고, 밖에 나가더라도 저녁 식사 시간에는 부모님 가게에 들러 밥을 먹고 집에 가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이러한 모습에 부모님은 의외라는 눈치를 주었으나, 이렇게 생활하지 않으면 진짜 학원 생활이 너무 힘들 것 같았다.
“진수야, 담임 선생님에게 주소 이전에 대해서 연락왔는데 알고 있니?”
“네. 외출 전에 이야기 들었어요. 학원으로 주소 옮기면 수능 접수나 병무청 신체검사 받을 때 여러가지 이득이 있더라고요.”
“선생님이 보내준 내용을 자세히 보니 주소 이전을 하는 게 좋겠다.”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던 중, 며칠 전에 담임 선생님이 이야기했던 주소 이전 내용이 나왔다.
“그건 엄마도 마찬가지야. 괜히 수능 전에 나와서 컨디션 깨져서 고생하기보다는, 힘들더라도 거기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수능 4, 5일 전에 나와서 잠이라도 푹 자면 안 되요?”
“음. 얼마 전에 있었던 응급실 기억하지? 엄마는 네가 결정 내렸던대로 끝까지 기숙학원에서 공부하다가 그 곳에서 수능 보고 집에 오면 좋겠다.”
엄마와 아빠는 단호했다.
병무청의 신검까지 이야기가 나오자 도저히 별 다른 방법이 없었고, 결정적으로 수능 전에 미리 퇴소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오실 수 없는 상황이라 수능이 끝나고 학원의 도움을 받아 퇴소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덕분에 담임 선생님이 보내준 안내문을 읽으며 컴퓨터로 학원으로 주소 이전을 마무리했다.
4월 정기 외출이 복귀하자 5월이 되어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했다.
아침이나 저녁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 시원한 편이지만, 낮에는 햇볕이 뜨거워 더운 편이다. 그렇지만 이건 밖의 날씨로 기숙학원 내부는 초가을 느낌이다.
안에서는 학생들이 강의실과 자습실에 몰려 있으니 사람에게서 나는 열기로 오랜 시간 있으면 열기가 뿜어진다. 그리고 천장의 조명도 장기간 틀어놓으니 빛 때문에 머리 위가 뜨겁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학원에선 에어컨을 틀어 쌀쌀한 편이다.
주변 애들을 보면 반팔을 입고 다니는 학생들은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고, 보통 반팔에 긴팔 단체복을 입고 다니고 추위를 타는 애들은 단체복 위에 따뜻한 옷을 한 겹 더 입고 다닌다.
-학원에선 여름엔 에어컨을, 겨울엔 온풍기를 빵빵하게 틉니다. 그래서 여름은 춥고, 겨울은 더우니 항상 겉옷을 챙겨 다니도록 하세요.
처음 담임 선생님이 이 말을 했을 때는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려서, 본격적인 여름이 되기 전에 학원 내부가 추울 줄은 상상도 못했다. 더불어 직접 겪어보니 너무 추워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릴 것 같아 긴팔 단체복을 입고 다니고 있다.
“에어컨 틀자.”
“틀면 얼어 죽어.”
“그냥 옷 껴 입어.”
“내 자린 진짜 덥단 말야.”
강의실과 자습실은 공부할 자리가 정해져 있다. 강의실은 40명의 남학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있기 때문에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상대방의 체온 때문에라도 더운 분위기가 형성된다. 하지만 반에서도 더위를 타지 않는 애들이 있어 트러블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자습실이다.
자습실은 학원의 모든 학생들이 한 곳을 사용하는데, 학생들이 수업을 들어가는 오전과 오후는 괜찮지만 모든 학생들이 모이는 저녁이면 에어컨 때문에 추운 경우가 많다.
학원에서는 너무 추위를 타는 학생들을 위해 에어컨을 틀지 않는 강의실을 만들었지만, 그 곳에서 오래 공부하기엔 공기가 답답하고 더워 가장 좋은 건 원래 공부를 하는 자습실에서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학생들이 속으로만 생각하던 불만이 수면 위로 드러나려고 할 때, 담임 선생님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나섰다.
“지금쯤이면 에어컨 사용으로 여러분 사이에서 말이 나올 거라 봅니다. 특히, 남학생들은 더위 타는 사람이 많아 더위를 타지 않는 학생들의 불만도 살짝 있을 거고요.”
반 학생들은 무의식중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솔직히 기숙학원에 와서 공부하기에도 정신 없는데, 이런 것에 신경쓰는 것이 짜증나던 찰나였다.
“사람마다 더위와 추위를 타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명확하게 기준 잡기가 애매모호합니다. 그렇지만 강의실에서 에어컨을 틀었을 때, 일정 온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안에서 물이 고여 냄새가 날 거예요.”
“맞아요.”
“특히 아침에 심해요!”
마치 본 것처럼 담임 선생님은 정확하게 우리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온도 체크를 하니 25도 이하로 틀어야 냄새가 나지 않으니 강의실 에어컨을 틀 때 30분 정도는 최하 온도로 튼 뒤에 24도로 고정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에어컨 온도는 건드리지 마세요. 에어컨 온도를 마음대로 바꾸면 그 순간은 편할 지라도 이 것 때문에 주변 학생들로부터 짜증과 괜한 눈초리를 받을 겁니다. 실제로 이 사건으로 싸워서 중대규칙 위반이 되기도 하니 진짜 하지 않습니다.”
“......”
“강의실 에어컨 온도 조정이 필요하면 제게 이야기해주세요. 그럼 날씨와 상황을 보고 기준 온도를 바꾸겠습니다.”
“선생님. 그럼 자습실 에어컨 온도는 어떻게 하나요?”
“곧 학원에서 자습실 기준 온도를 정해서 고정할 겁니다. 그런데 자습실 에어컨은 시설 중앙 제어로 전체가 움직이니 만약 여러분 자리의 온도를 개별 변경을 해야 한다면 자습실 감독 선생님과 제게 말하면 에어컨 리모컨으로 조정해 줄 겁니다.”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방안이 나오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긍했다.
“내일 점심 시간에 강의실 뒤 쪽에 자리 배치도를 붙여 놓겠습니다. 여기에 여러분들이 느끼기에 에어컨 바람이 바로 오는 자리와 안 오는 자리 등을 체크하세요. 다음에 자리 뽑기 할 때 참고하면 좋을 거예요.”
기가 막힌 방법으로 곳곳에서 탄성이 나왔다.
이러면 더위를 많이 타는 학생들은 에어컨 바람이 바로 오는 자리에 앉으려고 할 것이고, 추위를 타는 학생은 추운 자리를 피해 원하는 자리를 앉을 수 있어 진짜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자습실 자리는 일단 학원에서 정한 로테이션 기간이 남았으니, 더위나 추위로 자리를 바꾸고 싶은 학생들끼리 이야기한 뒤 제게 말해주면 됩니다.”
자습실은 구역이 엄청 커서 2달에 한 번씩 반 별로 구역을 로테이션하고 있었다.
이 시점까지는 약 한 달 정도가 남이었어 내가 생각해도 이게 최선이었다.
“그리고 겉옷 입고 있는 상태에서 덥다고 말하지 말고, 식사 시간에 운동하는 학생은 운동 끝나고 바로 강의실에서 와서 덥다고 에어컨 만지는 것이 아니라 5분만 일찍 마무리한 뒤 땀을 식히고 들어옵니다.
제가 늘 말하지만 기숙학원은 단체 생활로, 상대방을 배려며 지냅니다.
단, 여러분이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해야 할 건 본인 스스로의 공부 뿐이니 오늘 저녁 자습도 힘내길 바랍니다. 정신줄 놓고 지내다간 2주 뒤의 모의고사에서 크게 후회합니다.”
이렇게 담임 선생님은 말을 마무리했다.
그러고보니 4월 정기 외출을 다녀오니 정말 5월 모의고사가 바로 코 앞이었다. 게다가 그 사이에는 논술 모의고사도 있어 해야 할 것이 한 두개가 아니었다.
‘논술 준비한다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첫 담임 선생님과 상담 이후 논술 수업에 들어갔는데 글자수를 채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시간 안에 쓰고, 문제와 지문을 분석해서 원하는 답을 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논술 공부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비문학 공부를 할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4월 정기 외출 때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돌아왔기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공부하기 위해 바로 자습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