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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궐 Dec 04. 2023

그냥 집에 가고 싶어! 퇴소할래! 공부 안 하고 싶어!

23_아프면 미치도록 서럽더라.


"으음...."

"진수야, 괜찮니?"

"서, 선생님?!"

"그래. 몸 상태는 어떠니?"


쓰러지며 기절한 후, 정신 차리니 자습실 천장과 담임 선생님이 보였다.

내가 쓰러지는 본 우리 반 학생들이 황급히 담임 선생님을 데리고 온 것이라 짐작했다.


"배 속이 쓰리고 타는 것 같아요. 머리도 어질 거리고요."

"오후에 체기로 병원 갔다 왔지?"

"네."

"잠깐 사이에 체기가 악화될 리 없고.... 혹시 모르니까 병원에 다시 가 볼래?"

"병원이요?"

"어. 근데 지금은 시간이 늦어 평소 가는 병원이 아니라 종합병원 응급실로 갈 거다."

"네. 알았어요."


자신도 이렇게 쓰러진 이유를 알지 못하니 응급실이라도 괜찮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쓰러진 이후 복통과 두통이 더욱 심해져 죽을 것만 같았다.


"로비 쪽 도로에 학원 차량을 주차할 테니 지갑하고 책 한 권 챙겨서 로비로 와."


응급실에 가는 건 담임 선생님의 몫인지, 학원 차량을 빌리기 위해 먼저 밖으로 나갔다.


"혼자 갈 수 있겠어?"

"도와줄까?"

"괜찮아. 얘들아. 고마워."


머리가 핑 돌지만 나는 천천히 자습실 책상 위에 있던 지갑과 책을 챙기고 로비로 움직였다.

주변에 반 친구들이 몰려들었지만, 충분히 혼자 움직일 수 있었다.


내려가자마자 마침 담임 선생님이 외진용 학원 차량을 주차했고 바로 탈 수 있었다.


"내 거 폰 줄 테니, 부모님에게 연락하자."

"연락이요?"

"어. 병원에서 부모님 카드로 결제할 거 아니니? 결제 내역이 부모님 핸드폰으로 연락 갈 텐데 병원 응급실이라 찍혀 있으면 얼마나 놀라시겠어. 이따가 다시 연락할 수 있게 할 테니 지금은 간단히 설명을 드려."

"네, 선생님."


말과 함께 내 앞으로 담임 선생님 핸드폰이 건네졌고, 화면에는 바로 어머니 연락처 화면이 띄어져 있었다.

긴장과 떨리는 마음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선생님.

"엄마, 저예요."


통화는 바로 이루어졌다.

평소 담임 선생님  핸드폰으로 내가 전화를 한 적이 없기에 어머니는 담임 선생님인 줄 전화를 받았다가, 내 목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랐다.


-어머, 아들! 무슨 일이니?

"엄마, 지금 병원 응급실에 가는 길이예요."

-응, 응급실?!

"네. 오후에 체기로 근처 병원에 갔다 왔는데 상태가 안 좋아서 응급실 가서 검사받아보려고요. 지금 담임 선생님과 같이 가니까 끝나고 다시 연락할게요."

-어, 어. 그래. 알았어.


괜히 부모님이 걱정하지 않기 위해 학원에서 쓰러졌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응급실에 가서 정확한 진료를 받고 이야기해도 늦지 않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도착했다. 선생님은 주차하고 갈 테니 먼저 들어가서 진료 접수부터 하렴."


차는 30분을 달려 종합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먼저 응급실 쪽에 차를 세워 나를 내려 준 담임 선생님은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설마 평생 이런 곳에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응급실 문을 열기 전, TV에서 보던 응급실이 떠올랐다.

의사들과 간호사들과 막 뛰어다니고 응급 상태의 환자들이 신음을 흘리며 누워있는 모습 말이다.


'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응급실 내부는 일단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고, 따로 진료 접수와 대기할 수 있는 장소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진료 접수를 하면 응급실에서 호출해서 진료를 받을 수 있어서 TV와 현실은 많이 달랐다.

주변을 둘러본 후 나는 접수처에서 증상을 말하며 진료 접수를 했다.


"알겠습니다. 여긴 응급실이라 접수 순서가 아니라 환자 분 상태에 따라 진료 진행되니 참고 바랍니다."


접수처의 직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린 후, 대기실 의자에 앉아마자 바로 담임 선생님도 들어왔다.


"접수했니? 응급실이라서 시간이 오래 걸릴 테니 가져온 책이라도 보자."

"아!!"


그제야 왜 책을 가지고 나오라는 것인지 이해했다.

응급실에서는 기숙학원에서 보지 못하는 TV가 있지만 소리 없이 뉴스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뉴스 보는 게 재미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똑같이 반복되니 가져온 영단어 책을 보는 게 좋을 듯했다.


"나진수 님. 응급실로 들어가세요."


약 40분을 기다린 끝에 호출이 있어 담임 선생님과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환자들이 간이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의사와 간호사 숫자가 부족한 지 빠른 걸음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디가 아픈 가요?"

"그게...."


진료를 하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오늘 병원에 갔다 온 일과 쓰러진 일을 말했다.

더불어 어제와 오늘 먹은 것을 말하는 말에 커피, 약, 식사한 것을 이야기했다.


"에휴."


그런데 뒤편에 서 있던 담임 선생님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의사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공부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을 텐데, 그렇게 약과 커피를 무식하게 먹었으니 몸이 버틸 리 있나? 지금 체기가 있는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위염도 온 것 같네요. 체기 약은 정량대로 먹고, 당분간 커피나 에너지 음료 등 카페인과 타우린이 들어가 있는 음료는 마시지 마세요. 

3일 치 위염 약을 처방해 줄 테니 속이 쓰리면 복용하고, 시간 되면 링거 하나 맞고 가요."


단번에 처방이 내려졌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모두 내 잘못이다. 

약을 정량대로 먹지 않고 한꺼번에 복용한 것과 물이 아닌 커피와 에너지 음료는 잠을 깨게 할지 몰라도 몸을 더욱 망가지게 했을 것이었다.


"시간은 괜찮을 것 같으니 링거 맞고 가는 거 어떠니?"

"네."

"그래. 링거 맞는데 넉넉하게 3시간 정도 걸릴 테니 맞으면서 잠이라도 푹 자. 링거 맞고 난 뒤에 주차장으로 오면 돼."

"알겠습니다."


일단 담임 선생님은 링거 맞는 것에 동의하여 나 또한 링거 맞고 가기로 결정했다.

결정이 되자 간호사 선생님의 말에 간이침대로 이동하고 바로 링거를 맞았다.


"하아, 이게 무슨 꼴이냐?"


설마 하다 하다 기숙학원에 공부하러 왔다가 병원 응급실에 누워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상하게 요즘 불행한 일은 다 나한테 일어나는 것 같고, 마치 기숙학원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느껴진다.

혹은 내가 기숙학원 생활에 아직까지 적응을 못한 상황이라 밖에서 하는 게 맞는 건지 의구심이 들기도 하다.


'근데 왜 잠이 쏟아지네.....'


원래 잠을 안 자고 가져온 영단어 책을 보려고 했다.

그런데 링거를 맞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속이 편안해지고 두통도 없어지니 긴장이 풀어졌다. 게다가 며칠 동안 제대로 잠을 못 잔 탓에 순식간에 잠들었다.




"환자 분. 일어나세요. 링거 다 맞았어요."

"네? 네."

"접수처에서 진료비 수납하고 약 받아 가세요."


간호사 선생님의 말에 정신 차리고 시간을 보니 어느새 3시간 넘게 시간이 흘러 있었지만, 컨디션은 신기하게도 최근 들어 가장 좋은 것 같았다.


'와. 금액이 엄청 뻥튀기됐네.'


평소 병원에서 진료받고 링거 받는 금액의 약 2배에 가까운 병원비가 결제되었다.

응급실이라 비싼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비쌀 줄은 미처 몰랐다.


이렇게 약까지 받아서 미리 담임 선생님에게 들은 대로 주차장으로 가니 학원 차량에 시동이 걸리며 문이 열렸다.


"왔니?  네가 링거 맞는 동안 어머니에게 연락이 왔었고, 다 끝나면 통화한다고 말해두었으니까 연락해 봐."


담임 선생님은 말과 함께 본인의 핸드폰을 내게 건넨 후, 운전을 시작했다.


-여보세요?

"엄마. 나야."

-지, 진수야. 선생님에게 이야기 들었어. 몸은 어떠니?


전화를 기다렸다는 듯 신호음이 한 번 울리자마자 어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괘, 괜찮아요. 흐흑."

-으응?

"흐흑. 흑흑."


신기하게도 엄마 목소리를 듣자마자 가슴이 울컥하며 눈물이 떨어진다. 울음을 참기 위해 입을 막지만 끅끅 거리며 신음 소리가 들린다.


"어, 엄마!!!"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이 터져 나왔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왜 이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심정과 아프니까 괜히 엄마가 보고 싶은 생각에 서러움이 들며 나도 모르게 투정 부리기 시작했다.


"그냥 집에 가고 싶어! 퇴소할래! 공부 안 하고 싶어!"

-진수야.

"너무 힘들어. 엄마.."


최근 유언비어 사건과  평소 공부가 힘든 것도 섞여 복합적으로 감정이 터졌다.

엄마는 조용히 울음소리가 섞인 내 목소리를 조용히 듣고 난 뒤 입을 열었다.


-아까 담임선생님하고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눴어. 요즘 학원 생활이 많이 힘드니?

"......"

-네가 정말 원하는 게 퇴소라면, 당연히 해야지. 엄만 아들 믿고 있어. 

"......."

-그렇지만 네가 선택해서 기숙학원에 간 만큼, 나오는 것도 네 마음이지만 다음을 신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아들, 알았지?

"..... 알았어요. 엄마."

-그래. 잘 생각하고 말할 거라고 믿어.

"내일 다시 연락할게요. 아빠한테도... 안부 전해주세요."


이렇게 전화를 끊고 조용히 핸드폰을 운전하는 담임 선생님 옆에 놓았다.

속마음을 엄마에게 털어놓으니 답답한 가슴이 한결 풀어지는 기분이지만, 기숙학원에서 퇴소할 수 있다는 말에 머릿속이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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