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이사하며 울던 딸

델리에서 첫 이사

by 샨띠정

처음 우리가 살던 동네에는 아이가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하루 종일 아이와 집 안에서 놀아야만 했다.

“엄마, 놀아.”

“응, 놀자.”

“하이드 앤 씩(Hide & Seek, 숨바꼭질) 해.”

“그래, 엄마 찾아.”

내가 아무리 달리기, 담요 말이, 비행기 놀이, 슈퍼맨 놀이, 자전거 타기, 그네, 미끄럼 타기 등 온몸으로 같이 놀아줘도, 집안에서는 샤이니의 넘쳐나는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공원이 잘 갖추어져 놀이터와 산책로까지 있는 동네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했다.

델리 공원에서

인도까지 와서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느라 애쓰는 샤이니에게 또다시 환경을 바꾸는 게 쉽지 않을 거 같았다. 그래서 이사 갈 집을 정할 때도 샤이니에게 물어보고 아이가 안심하고 좋아하는 집을 선택했다.

“이 집 좋아?

“응. 조아”

“우리 여기서 살까”

“응, 사라.”

“그래, 그럼 우리 여기로 이사 오자.”

이사하는 날을 정해 놓고 미리 이사할 집을 청소할 때도 샤이니를 같이 데리고 갔다. 청소도 하고, 샤이니에게 집 구경도 하게 하고, 마음의 준비를 시켰다.

“우리 여기서 살자. 알았지? 마음에 들어?”

“응, 조아.”

난 샤이니가 새로 이사할 집을 마음에 들어 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걱정했던 마음이 놓였다.


드디어 이사 당일날 아침이 되었다.

한국에서 가져간 피아노와 삼성 지펠 냉장고 때문에 그 당시 인도에서 흔하지 않던 포장이사 전문회사를 소개받았다. 그리고 옆집 쁘리마 안띠가 샤이니를 봐주시겠다고 하셔서 한시름 놓였다. 평소에도 샤이니가 안띠 집에 종종 놀러 가기에 나는 마음을 놓고 있었다.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이사할 준비를 하고는 일할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 7시에 와서 이삿짐을 싸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되어도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이었다. 2-3일 전부터 사람들이 와서 그릇이나 책, 피아노는 이미 다 싸 놓았고 나도 어느 정도 짐을 다 싸 놓았지만, 약속한 시간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자 마음이 초조해졌다.


매니저에게 전화했더니 지금 오고 있다고 했다. 다시 기다렸지만 오지 않아 또 전화를 했다. 10분 후에 도착한다고 했다. 다시 10분을 기다리고 더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 슬그머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벌써 약속 시간보다 1시간이 더 지나 있었던 것이다. 다시 좀 화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지금 바로 우리 집 앞이라고 했다. 안도의 쉼을 내쉬고 있는데, 여전히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바로 우리 집 앞이라고 했는데... 맞다. 여기는 인도다.

인디언 타임이다. 코리언 타임보다 훨씬 세다. 아주 심하다. 그 후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사람들이 왔다.

그리고 일할 사람이 10명이나 와서 깜짝 놀랐다.


드디어 짐을 싸고 차에 짐을 싣기 시작했다. 주위에 지인들이 물건이 없어질 수 있으니 잘 살펴야 하고 중요한 것은 꼭 차에 미리 실어 놓으라고 조언을 해주셔서 우리는 10명의 일꾼이 짐을 싸고 나르는 것을 꼼꼼히 살펴야만 했다.

옆집 안 띠는 샤이니가 좋아하는 빠 라타와 쿠키를 가지고 와서 샤이니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그런데 나와 아니가 아무리 구슬려도 샤이니는 좀처럼 안띠 집에 가려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옆집에 보내기를 포기하고 아이에게 엄마 옆에 가만히 있으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짐을 트럭에 다 싣고 나서, 마지막으로 샤이니 침대 커버와 베개, 이불을 싸야만 했다. 그런데 샤이니는 아침부터 침대에서 내려오려 하지 않았다. 아무도 침대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고 울기 시작했다. 예상은 했었지만, 샤이니가 이렇게 큰 스크레스를 받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우는 아이를 붙잡고 겨우 마지막 샤이니 침대 이불까지 짐을 모두 싸서 트럭에 실었다. 남편은 뒷정리를 하고, 나는 먼저 샤이니를 데리고 가까운 사모님과 함께 이사할 새 집으로 갔다.

인도에는 번호키가 있는 집이 거의 없다. 모든 인도의 집들은 집집마다 큰 열쇠 뭉치를 하나씩 가지고 다녀야만 한다. 내 가방 속에도 열쇠뭉치가 들어 있었다.


새로 이사할 집 현관 앞에서 내가 열쇠뭉치를 꺼내려고 가방에 손을 넣는 순간, 샤이니가 통곡을 하며 울기 시작하며 내 손을 붙잡았다. 그리곤 열쇠를 꺼내지 못하게 했다. 하는 수없이 결국 옆에 계시던 사모님께서 내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 현관문을 열어 주셔야만 했다. 나는 샤이니를 달래 보았지만,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딸, 왜? 이 집에서 살기 싫어?"

"응.... 시어."

"우리 여기 왔었잖아. 샤이니가 살고 싶다고 했는데?"

"아니야, 시어. 아앙~~~"

"왜 싫어? 그럼 여기 살지 말까?"

"응, 아앙~~~"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다른 선택이 없었고, 그 후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샤이니가 동네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는 했다. 우리는 기온이 36도로 올라갈 때까지는 날마다 공원에 나가서 놀았다.(기온 37도 이상은 도저히 밖에서 놀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집 앞 공원

이사한 첫날, 먼저 도착한 나는 샤이니를 달래며 창문에 커튼을 달고 새 집에서의 첫날에 잘 준비를 했다. 11시가 넘어서 도착한 짐을 사람들은 그냥 집에 내려놓기만 하고 내일 다시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가버렸다.

일단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잠 잘 준비를 하며, 대리석 바닥을 닦다 보니 피아노 다리가 내 눈에 들어왔다. 오른쪽 피아노 다리에 접착 본드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상해서 자세히 보니 포장을 해서 옮긴 피아노 다리가 부러진 것이었다. 10명이 계단에서 끙끙대며 거의 30분 동안 피아노를 올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다리가 부러졌나 보다. 우리에게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본드를 사다가 붙여 놓고는 가버린 것이다.

'세상에!, 진짜 너무 한다. 일하던 사람 10명에게 팁도 주고, 덥다고 간식도 사주고 잘해줬는데...'

휴우... 인도에서 이사는 정말 힘들다.


그렇게 이사를 하고 늦은 밤, 잠을 자려고 하는데 어쩐 일인지 샤이니가 울기만 했다.

무슨 나쁜 꿈을 꾸는 건지, 무서운 건지 계속 잠을 자지 않고 큰 소리로 울어댔다.

"딸, 왜 울어? 무서워?"

"응.. 무서워.. 엄마."

"이리 와, 무섭구나. 엄마가 기도해줄게. 괜찮아질 거야."

아이를 안고 위해서 기도했다. 기도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샤이니 마음에 평안을 주세요. 두렵고 무서운 마음이 사라지게 해 주세요.’

‘샤이니를 도와주세요. 샤이니 마음에 오셔서 평안을 주세요.’


그렇게 한참을 기도한 후에 샤이니는 곤히 잠이 들었다.

내 마음은 무너질 것만 같았다. 혹시라도 이렇게 샤이니가 힘들어할까 봐 나는 모든 것을 미리 샤이니와 함께 나누며 동의를 구하며 왔었다. 하지만 아이에게 새로운 환경으로 이사를 가는 것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올해 한국에 올 때도 우리는 샤이니를 위해 중앙기독초등학교에 입학 신청을 하고 입학 허가를 받아서 들어왔다. 나는 그것이 아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고, 우리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엄마의 욕심이고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학교 신·편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있던 날, 델리에서 밤 비행기를 타고 출발해서 다음 날 아침, 인천 공항에 도착해 우리는 부모님 댁에서 잠시 쉬었다가 바로 학교로 갔다.

그런데, 샤이니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이제 벌써 5학년 아이인데...

“나, 이 학교 안 다닐 거야. 싫어.”

“한 번만 가보자. 엄마가 같이 있을게.”

“그럼, 나 화장실에 갔다 올게.”

아이는 다시 화장실로 간다. 예전에 인도에서 했던 거처럼...

“그래, 엄마랑 같이 가자.”

나는 아이와 함께 화장실에 같이 가서 물었다.

"딸, 왜 울어? 얘기해 줄래? 좀 무서워?"

"응, 무서워."

"어떤 게 무서워?"

"학교가 너무 커. 선생님도 무서워. 난 한국말도 잘 못하고..."

아이가 흐느꼈다. 나도 눈물이 나려고 했다. 두려움에 떠는 아이의 마음이 전해졌다.

난 아이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무서울 땐 엄마한테 말해. 엄마가 도와줄 거야. 걱정하지 마. 그리고 기도할 수 있잖아."

"응, 알았어. 엄마."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 샤이니는 눈물을 닦고 화장실에서 나와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다.


한국에 와서 샤이니를 위한 다면적 발달 검사를 해보았다. 상담사 선생님께서 해석상담을 해주셨다.

“아이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데 많이 힘들어하는 유형이에요. 새로운 상황이나 새로운 것을 배울 때는 항상 아이에게 미리 자세히 설명을 해줘야 할 필요가 있어요.”

그 외 여러 말씀도 해주셨지만, 나는 그제야 아이의 성향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벌써 두 번째 전학한 학교에 다니는 딸이 대견하다.


나라도 더 힘들었을 텐데...

‘고맙다, 딸...’

어느새, 샤이니에게 한국은 모든 걸 새롭게 적응해야 할 타문화가 되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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