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합작품 겨울 김장

남자들이 없으면 안 되는 김장

by 샨띠정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온 가족이 모여서 한 해동안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김장을 하는 날이다.

그동안 해외에 있던 나와 남동생은 김장 담그기에 참여하지 못했고, 부모님과 여동생 몫이었다.

작년에는 내가 합류해서 힘을 실어 함께 했고,

올해는 남동생도 해외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서

힘을 모았다.


배추를 절이고 씻는 일들과 양념을 준비하기 위해 파와 미나리, 갓, 양파, 생강, 마늘 그리고 덩치 큰 무까지...

김장을 위해서 준비할 것이 한두 가지 아니다.

그동안 연로하신 부모님께서 그 일들을 다 하셨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이제 두 분께도 김장을 준비하시는 일이 버거워 보여 죄송한 마음까지 들었다.

쌓아 올린 절임 배추들

고깃집에서 수육 할 암퇘지 앞다리와 삼겹살을 사서 준비하고,

동네 어르신께 받은 햇도토리 묵가 루도 가져가서

맛있는 도토리묵을 쑤어 네모난 우리 그릇에 담아두었다.


김장을 하기 위해 무 채 썰기는 필수 과정이다.

큰 장정의 팔뚝만큼이나 큰 무를 채 써는 일은 힘센 남자들의 몫이다.

다행히 수년간 단련된 기술을 소유한 남동생과 제부가 무 채썰기 담당을 맡았다.

어마무시한 무들

김장을 할 때면 채칼이나 칼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크고 작은 사고가 생길 때가 있다.

엄마는 이번에도 칼에 손을 베이고 마셨다.

그도 그럴 것이 남동생이 귀국해서 작년보다 김장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 마음이 더 분주하셨으리라.

삼 남매 가정과 부모님 그리고 그 외에 챙겨야 할 집들까지 김장을 많이 해야만 했다.


거실 한가운데 양념할 김장 포대를 깔고 가득히 붉게 맛을 내는 양념을 만들었다.

수북이 쌓인 양념을 보는 것만으로도 입이 쩍 벌어질 지경이다.

양념 버무르기

각자 집에서 가져온 김치통에

배추에 양념을 묻히며 김장을 완성하여 담는다.

올해 김치를 야무지게 잘 담그는 우승자는 올케였다.

그리고 제일 어설픈 사람은 당연히 나다.

나는 양념을 고르게 넣지 못한다고 엄마와 동생들의 야단을 들어야만 했다.

물론 해외에서 살다 보니 양념을 아끼는 게 습관이 되어,

양념을 많이 바르지 않는다는 변명이 조금 통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김장을 하는 중간 쉬는 시간에 엄마는 따끈한 수육과 생굴을 준비하셨다.

배추와 양념에 싸서 오물오물 고소한 수육과 시원한 생굴을 씹는 맛은 일품이었다.

김치와 수육, 생굴

다 같이 김장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고는

설거지는 제부가 담당해주었고,

조카가 커피 배달까지 해줘서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로 피로를 달래며 김장을 마무리했다.


아, 그리고 커피를 마시며 오고 가는 가족 간의 대화는

알콩달콩, 어쩌고 저쩌고....

웃었다가 울었다가...

속 마음을 나누며 이야기하고,

위로하고 격려하며,

해가 지기 전에 발걸음을 재촉해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내게는 우리 김치 세 통과 시부모님께 드릴 김치 한 통,

그리고 남은 절인 배추가 주어졌다.

숙제가 하나 남겨진 것이다.

배추를 너무 많이 절여서 남은 배추로 백김치를 담그기로 했다.

절인 배추를 집으로 가져와 밤 11시까지 백김치를 만들었다.


해외에서는 고춧가루가 부족하니

가끔 백김치를 담가 먹기도 해서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백김치 세 통을 담고 나니 쓰러질 지경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여동생이 백김치를 좋아하고 먹고 싶어 하니

언니 된 자로서

백김치 한 통을 동생을 위해 주고 싶은 마음에

고됨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백김치 완성

이제 내년 김장은 어떻게 진행될지...

한 해 동안 김장 김치 잘 먹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다가

모두가 다시 모여 김장할 날을 소망한다.


한 해 동안 건강하게 지켜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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