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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띠정 Apr 10. 2022

코로나 오미크론에 확진된 O형

이불을 친구 삼아 지낸 나날들

온몸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몸살이려니, 봄바람이 차가워서 감기에 걸릴까 해서 쌍화탕을 먹고 몸살약을 먹었다. 꿀도 잔뜩 넣어 따뜻한 꿀물도 마시고, 살짝 오는 감기 몸살이려니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학교 가기 전에 아이가 목이 아프단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많이 아파 보였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 전 날 온 식구가 자가 진단 키트로 검사를 했을 때는 모두 분명히 음성이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다시 진단키트로 검사를 했더니 딸아이가 양성 두 줄이 나오는 게 아닌가?


그렇게 오미크론에 온 가족이 감염되었다. 얼마나 아프던지, 말로 다 할 수가 없고, 앉아 있기도 힘들어서 이불과 친구 하며 누워서의 일상을 자가 격리로 이어갔다.

병문안 온 '꽃순이와 퍼지'

장군이 밥도 챙겨주고 청소도 해줘야 하는데, 못 간다. 결국 강 선생 님께 장군이를 부탁드려야만 했는데, 잘 먹고 잘 지낸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나저나 우리가 이곳에 들어와 살면서 늘 감사드려야 할 분은 강 선생 님이시다. 얼마나 감사한지.

혹여라도 장군이는 우리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6일째 장군이를 못 보고 있다.


정부에서 처방해준 5일 치 약을 다 복용하고 나니, 이제야 몸의 컨디션이 돌아오고 있다.  


"이제, 커피가 마시고 싶다."


이불과 친구 하며 지내는 동안 한 번도 커피 생각이 안 났다. 내가 커피 러버고, 커피 없이 못 사는 사람인데, 커피 생각이 전혀 나지 않을 만큼 아팠다는 거다.

아직 입술이 부르터서 말도  잘 못할 지경이다. 아파서 입이 부르튼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드디어 오늘 점심때쯤, 커피가 마시고 싶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이제 몸이 좋아졌다는 증거다.


"O형은 코로나에 잘 안 걸린대요."

매번 교회 성가대에서 부활절 칸타타를 연습을 위해 참석한 멤버 중에 두 분 빼고는 O형이었다. 심지어 지휘자님도 O형.

그래서 은근 우리는 내심 끝까지 버텨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우리에게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O형으로서 지닌 자존감이 무너져 내렸다.

사순절 기간이다.

마지막 막차를 타고 걸리다 보니, 그다지 혜택을 못 본다. 그나마 제일 좋은 약이라고 처방해준 것만으로 감사를 드려야 할 판이다.

정말 얼마나 아픈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빨리 회복될 수 있기만을 위해 기도할 뿐이었다.

엄마가 끓여준 쇠고기 미역국과 파김치, 콩자반, 직접 담그신 노란 단무지를 보내주셔서 약을 먹기 위해 꾸역꾸역 밥을 넘겼다. 약은 꼭 챙겨 먹어야만 하니까.


동생도 필요한 걸 보내준다고 해서, 육개장, 바나나, 가글, 물티슈, 바나나우유 등을 챙겨서 보내왔다.  

여긴 '배달의 민족'이 안 되는 시골이라 시켜먹는 일은 불가능하다.


딸아이의 교회 파워웨이브 전도사님께서 과자 상자를 택배로 보내주셨다. 맛있는 과자로 풍성한 택배 박스는 샤이니를 함박웃음 짓게 했다. 감사하다.


하루 늦게 확진을 받은 남편이 미리 나가서 우유며 돼지고기, 딸기, 바나나우유, 주스 등을 챙겨다 줘서 그나마 격리 생활을 무사히 마쳐나갈 수 있어서 그것도 감사하다.

위문 먹거리들

오늘 아침 처음으로 일어나 요리를 했다.

물론 겨우 '달걀찜'이지만 말이다.


딸아이가 자기는 괜찮다며 잔뜩 멋을 내어 간식을 챙겨줬다.

딸아이가 준비한 멋스런 간식

어서 쾌차하라고 걱정하며 기도해주신 사랑하는 분들께 더욱 감사를 드린다.


올해도 마당에 토종 하얀 민들레꽃이 피었다.

어여쁘다..

마당에 핀 토종 하얀 민들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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