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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띠정 Feb 09. 2023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이별

이별만큼만 아플 수 있다면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 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모든 만남은 이별을 기약하는 시작일 것이다.

기쁨과 행복, 따스한 만족감을 누리는 만남의 시간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이는 아무도 없으리라. 어쩌면 만남의 출발점에서도 이별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는 슬픔의 연속이 아닐까?

그리 준비한 이별은 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처럼 떠나는 님의 가실 길에 꽃을 뿌릴 수 있을 정도의 대인배 마음이 될 수 있으리라.

떠나는 이의 걸음이 닿는 그 길에 꽃을 밟을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할 수 있을 테니까.

저절로 흘러내릴 눈물을 흘리지 않을 각오를 할 만큼, 죽어도 울지 않을 만큼 마음을 꽉 채워 준비할 수 있도록 이별을 미리 대비해야 하는 걸까?


나이가 들어가며, 이별을 더 가까이에서 보고 겪는다.

붙들고 오래오래 곁에 있게 하고픈 이들도, 친구도, 마음처럼 그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그래서 이별을 이제 더 쉽게 준비할 수 있을 거 같다.


어느 날, 빠른 속도로 거침없이 다가온 이들이 서서히 썰물처럼 내게서 흘러 떠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붙잡고 싶은 유혹도, 욕심도 부질없다는 것을 알아채버린 어른이 되어 간다.


'애이불비(愛而不悲)', 슬프지만 겉으로는 슬픔을 나타내지 아니한다는 유교적 휴머니즘이 짙게 깔려있는 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처럼, 가슴 쓰라리고 아리며, 타는 듯한 이별의 고통을 표현하지 않으려 부단히 애써본다.

하지만, 어찌  이별의 아픔을 감출 수 있을까? 표현치 않을 수 있으랴?

왈칵 쏟아지는 눈물과 입술 밖으로 튀어나오는 탄식의 소리를 어찌 막을 수 있을까?


소월의 '진달래꽃'이 '애이불비((愛而不悲)'를 연습하게 한다. 모든 만남의 끝은 이별인 것을 알려주며, 좀 더 담담하게 이별과 맞서며 돌파해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읽게 하는 것만 같다.


이보다 더 가벼이 여길 수도 없고, 짊어지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운 이별이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이별은 이별만큼만 아프고 싶다. 딱 그만큼만 슬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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