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쉬기도, 일어나 걸어 다니기도, 잠을 잘 수도, 몸을 움직이기도, 먹기조차 힘든 살인적인 델리의 무더위를 겪어보기 전에는 인생에서 날씨에 대해 그리 진지하게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거 같다.
나약한 인간의 힘으로 감히 어찌할 수 없었던 사막 기후로 인한 무더위 앞에, 아무 손을 쓸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들이었다.
인도 델리에서 첫여름을 맞이했을 때야 비로소 불가항력적인 날씨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에어컨을 틀 수 있는 그 순간만큼은 살 거 같다가도 전기가 끊어지면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전기가 나가면, 가정용 발전기에 의지하여 잠시 더 누릴 수 있었던 천장에 매달린 벙카(인도 선풍기)를 틀어 그나마 바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발전기 용량이 다하면 선풍기조차 틀 수도 없는 상황엔 어디론가 피신을 가야만 했다. 우리는 줄곧 맥도널드를 찾아갔었다.
그토록 인구가 많은(거의 인구 세계 1위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도 사람들은 이 더위 속에서 어떻게 더위를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수수께끼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것과 같았다. 전기도 없을뿐더러 물도 턱없이 부족한 곳에서 에어컨은 그림에 떡인 채로 말이다.
인도 학생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이렇게 뜨거운 폭염 속에서 어떻게 이겨낼 수 있어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가만히 있어요. 그러면 괜찮아요."
그렇다. 아무것도 할 수도 없고, 두뇌를 사용해서 머리를 쓰는 것도 힘들다. 요리는커녕 밥을 먹을 식욕조차도 일지 않을 때가 다반사였다. 한 달, 두 달, 무려 세 달 동안도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는 곳에서 더위가 조금이라도 꺾이고 비라도 쏟아지기를 기다리고 기다렸었다. 그러면 몸을 움직이고 활동하기에 조금은 괜찮아질 테니까.
날씨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늘 동행하는 동행자다. 날씨 없는 삶은 없다. 날씨가 빠진 날은 어느 하루도 없다. 우리는 날씨와 그렇게 늘 함께 해왔다. 맑은 날에도, 흐린 날에도, 비가 오고 폭풍우가 닥쳐오는 날에도, 눈이 오고, 춥고, 무더운 모든 종류의 날씨와 함께 해야만 한다. 날씨는 내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도 없다. 그저 주어진 날씨를 받아들이며 살아야 하는 우리의 삶이 아닌가?
모든 인간관계와 삶에 얽힌 모든 일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것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나의 의지나 계획과 상관없는 인간관계와 일들이 내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펼쳐질 때가 얼마나 많은가?
그 모든 것들을 날씨처럼 받아들이자. 나를 찌르고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번개가 치던 날이나 나쁜 날씨로 인해 곤란했던 것처럼 받아들이면 어떨까? 비가 오고 흐린 날씨와 같은 사람과의 어려움도, 세상이 영하로 꽁꽁 얼어붙게 하는 얼음판 같은 일들이나 사람을 만난 거라 여겨보면 어떨까? 푹푹 찌는 폭염과 같이 마음으로 열받게 하고 힘들게 하는 사건과 사람이라고, 그렇게 생각해 보자. 그러다 보면 화창하고 맑은 날도 오지 않던가 말이다. 마음 따스하게 위로하고 환한 미소 짓게 하는 일들이나 가슴 따뜻한 사람들도 만나게 될 테니까.
맑고 푸른 하늘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인간관계라면 그저 날씨처럼 받아들여보자.
너무 깊이 날씨에 대해 생각하거나 몰입하지 않고 묵상하지 않는 것처럼, 상황과 인간관계까지도 너무 깊게 고민하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면 어떨까?
'오늘 날씨가 맑고 좋네.'
'오늘은 날씨가 흐리네.'
'오늘은 비가 많이 내리네.'
'오늘은 무척 춥네.'
'오늘은 후덥지근하네.'
'오늘은 무진장 폭폭 찌네.'
삶 가운데 그날그날의 날씨를 받아들이듯, 나의 상황과 사람들도 그렇게 받아들여 보자.
'기분이 좋네.'
'일이 잘 안 풀리네.'
'저 사람 때문에 화가 나고 속상하네.'
'이런 상황은 너무 열받고 기분이 안 좋아.'
'저 친구는 내게 저런 식으로 행동하지.'
'이 일은 너무 긴장되게 하네.'
날씨처럼,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은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여 보자.
날씨가 내 삶에 너무 큰 영향력을 갖고 칼자루를 쥐어 내 삶을 쥐락펴락하게 되지 않도록, 너무 오래 깊이 생각하지 않도록 하자.
흐린 날은 흐린 대로, 맑은 날은 맑은 대로...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