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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언 Dec 28. 2017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 귀인이 납셨다, 울거라

출처 = 영화 <신과 함께 - 죄와 벌> 스틸컷

 차태현 배우가 소방관 역할을 맡았다 했을 때부터 불안했다. 소방관이 숭고한 직업이라는 것에 대해 반문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철도 녹일 듯 사납게 일렁이는 화마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 자기 돈으로 구입한 안전 장비를 자기 차에 싣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사람들. 더러는 죽기도 하면서 위태로운 생명에게 손을 뻗는 사람들. 소방관은 그런 사람들이고, 여기에 이견은 있을 수 없다. 이 이견 없음을 토대로 퍽 감동적인 신파극을 만들고자 애쓴 티가 역력하다. 게다가 주연 배우가 무려 차태현이다. 울리고 말리라, 작심했다는 뜻으로 독해해도 좋으리라.      


 (최근 논란을 모으고 있는) 원작 웹툰 <신과 함께> 와의 비교는 차치해 두자. 원작을 숙지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영화는 대중이 아닌 원작 팬들을 위한 이벤트물이라는 뜻이니까. 영화의 원작은 관객들에게 작품의 주요 모티브를 가늠케 하는 역할 정도로 충분한 법이다. 보는 이에게 중요한 건 감독이 영화를 통해 의도한 바를 얼마나 적절한 논증을 동원해 설득해 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원작을 충실히 재현하고자 했다면 그 재현 완성도에 초점을 맞추고, 원작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는 그 이야기의 창의성과 개연성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 그렇다면 영화 <신과 함께>는 무엇을 향해 가고자 하는가. 감동적인 눈물과 소소한 웃음. 그것 뿐이다. 이것들이 나쁜 건 아니다. 문제는 감독이 원하는 바를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설득해 냈느냐다.

      

출처 = 영화 <신과 함께 - 죄와 벌> 스틸컷
“귀인이에요 귀인!“
“정의로운 망자! 귀인 김자홍이오~~!”     


  김자홍(차태현 분)을 안내하는 세 명의 차사 중 한명인 덕춘(김향기 분)이 문장 구조만 바꿔 수차례씩 외치는 대사다. 대사의 뻔하기가 동어반복 수준이다. 불길 속 어린 아이를 구하다가 순직한 소방관이 귀인이 아니라면 또 누가 귀인이겠나. 덕춘은 관객들에게 자홍이 '귀인'이라는 사실을 집요하게 주입한다.     


 뻔한 사실을 몇번이고 강조하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49일간의 저승 재판에서 ‘귀인의 추락과 회복’ 서사를 사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판관들은 귀인 김자홍의 구린 면면을 집요하게 폭로하고, 변호를 맡은 차사들은 “사실 그가 그런 행동을 한데에는~”으로 시작하는 변론으로 판결을 뒤집는다. 짐짓 악해 보이는 행위 뒤에는 선한 의도가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이 변론의 골자다. 변론과 함께 오버랩되는 자홍의 선하디 선한 표정은, 감독이 오열 포인트로 점찍은 지점이 이곳임을 짐작케 한다.     

 

출처 = 영화 <신과 함께 - 죄와 벌> 스틸컷

 콘크리트에 깔린 동료를 두고 화재 현장을 나왔지만 그건 다른 피해자를 구하라는 동료의 일갈 때문이었고, 죽은 동료의 어린 딸에게 아빠인 척 거짓 편지를 써왔지만 그 아이는 그 편지를 통해 좀 더 성숙해졌다. 그의 일생은 (무려 귀인답게) 선한 의도와 행동만으로 가득하다. 소방관이자 귀인, 김자홍의 숭고함에는 영화 종반까지 여전히 이견이 없다. 이 이견 없음이 관객들의 감정 이입을 막는 장애물이 된다. 우리는 많은 죄를 짓고, 가끔 참회하고,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려 발악하는 한낱 인간이기 때문이다. 


 제작에 품을 많이 들인 영화라는 건 확연히 느껴진다. 이게 한국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 퀄리티를 자랑하는 CG와 차태현, 하정우, 이정재 배우의 진지한 연기가 돋보인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너무 많은 감동을 주고자 했다. 웃기겠노라 작정하고 던지는 개그가 분위기를 경직시키듯, 울리고 말겠다 작심한 영화는 어딘가 지루하고 비현실적이다.      


 <신과 함께-죄와 벌>의 흥행 때문일까. 벌써부터 2편 제작 소식이 들려온다. 다음 편에서는 좀 더 힘을 뺀 서사와 편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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