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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by 시언


어렸을 때부터 유명한 악필이었다. 살면서 농담으로라도 '글씨 잘 쓴다'는 칭찬을 들은 게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였다.


그럼에도 굳이 낡은 만년필을 꺼내들고 끄적거린 시 구절을 포스팅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하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다.


어정쩡하고 불안한 모습도 결국 나다. 하지만 얄팍한 인정욕구는 이 사실을 망각하고 자꾸만 좋고 능숙한 모습만 드러낼 것을 종용한다.


그런 나에게 시인은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을 말한다. 뒤틀리고 상처입은 내 안의 사생아들. 흔히 '내면의 아이'라 불리는 그들은 내겐 언제나 부정과 극복의 대상이었을 뿐, 사랑의 대상은 아니었다. 그들에게 난 매정한 부모였다.


내 안의 어린아이도 꿈을 꾼다면,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을 꾸지 않을까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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