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하신 고 이윤기 작가가 어느 날 시장판을 도시다가 노점 상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고 한다. 그 날의 화제는 어떤 집 젊은 아들의 자살. 이에 대한 한 노점 아주머니의 정리는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가가(걔가) 세상이 텅 비어 보였는갑다”
눅눅한 침대 위에서 홀로 맞은 아침, 바닥에는 맥주캔과 소주병이 나뒹굴고 숙취로 속은 뒤집히는데 문득 창밖에서 등교하는 여고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비틀거리며 바라본 창 밖 세상은 분주하기 이를 데 없다. 스타벅스 커피 한 잔씩 손에 들고 출근하는 직장인들부터 무엇이 그리 애틋한지 두 손 꼭 잡고 걷는 커플들까지.
문득 그는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우슈비츠 생존자이자 유명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 박사에 따르면, 인간을 죽이는 건 외부의 시련이 아니라 의미의 상실, 즉 허무다. 지니고 있던 모든 가치가 빛을 잃고 완전히 허무에게 잠식당했을 때 인간은 죽는다.
반대로, 그 어떤 가치라도 꽉 움켜쥔 채 놓지 않는 사람은 고통스러울지언정 죽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수 있는 일은 ‘텅 빈 세상에서 그래도 움켜쥐고 싶은 무언가를 찾는 것’. 그것 뿐이지 않을까. 어느날 불현듯 허무가 당신을 찾아오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