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악마를 사랑해!

부박하다를 정의하는 법

by 에디터 Rii


내가 사랑하는 악마야

내가 사랑에 독을 타도

너는 모른 척 먹어줘

네가 화를 물리치지 못하게 내 정성에 응답해

너는 별똥별에 소원을 빌고

나는 보름달에 소원을 빌면

네 소원은 지구로 달려오다 소멸하거나

한낱 자갈밭에 처박혀 형태가 부서지겠지

내 소원은 다시 돌아오는 거야

달이 뚱뚱하게 차는 날 넌 날 보러 와야 해

네가 우주로 날아가 달을 파괴할 때까지 말이야

네가 달을 파괴해도 난 널 사랑할 거야

그땐 진한 입맞춤을 하겠지

이제 망가진 달은 너의 것이야

지는 별똥별이 돼버린 거지

난 널 사랑하는 사악한 꽃향기야

봄에는 봄꽃으로

여름에는 여름꽃으로

가을에는 가을꽃으로

겨울에는 겨울꽃으로 태어나 널 쫓아다닐 거야

네가 나의 향기에 숨이 멀어버릴 때까지

널 지독하게 쫓으며 내 씨앗을 뿌릴 거야

내가 사랑하는 악마야

내 정성에 응답해

내 소원에 응답해

내 입맞춤에 응답해

네가 부박한 나를 돌아보는 순간

아무 힘도 쓰지 못하는 태초의 뿔벌레가 될 거야

루비 눈물이 쏟아지고

오로라 커튼이 찰랑이는 행성에 널 가둘 거야

그리고 다신 내 향기를 맡지 못할 거야

네 응답에 나는 녹아 버릴 거야

어쩌면 물거품이 될 거야

후회 없이 나는

너에게 내 목숨을 바칠 거야





*부박하다 : 천박하고 경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