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박하다를 정의하는 법
내가 사랑하는 악마야
내가 사랑에 독을 타도
너는 모른 척 먹어줘
네가 화를 물리치지 못하게 내 정성에 응답해
너는 별똥별에 소원을 빌고
나는 보름달에 소원을 빌면
네 소원은 지구로 달려오다 소멸하거나
한낱 자갈밭에 처박혀 형태가 부서지겠지
내 소원은 다시 돌아오는 거야
달이 뚱뚱하게 차는 날 넌 날 보러 와야 해
네가 우주로 날아가 달을 파괴할 때까지 말이야
네가 달을 파괴해도 난 널 사랑할 거야
그땐 진한 입맞춤을 하겠지
이제 망가진 달은 너의 것이야
지는 별똥별이 돼버린 거지
난 널 사랑하는 사악한 꽃향기야
봄에는 봄꽃으로
여름에는 여름꽃으로
가을에는 가을꽃으로
겨울에는 겨울꽃으로 태어나 널 쫓아다닐 거야
네가 나의 향기에 숨이 멀어버릴 때까지
널 지독하게 쫓으며 내 씨앗을 뿌릴 거야
내가 사랑하는 악마야
내 정성에 응답해
내 소원에 응답해
내 입맞춤에 응답해
네가 부박한 나를 돌아보는 순간
아무 힘도 쓰지 못하는 태초의 뿔벌레가 될 거야
루비 눈물이 쏟아지고
오로라 커튼이 찰랑이는 행성에 널 가둘 거야
그리고 다신 내 향기를 맡지 못할 거야
네 응답에 나는 녹아 버릴 거야
어쩌면 물거품이 될 거야
후회 없이 나는
너에게 내 목숨을 바칠 거야
*부박하다 : 천박하고 경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