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장. 돌덩이처럼 무거운 소비자의 지갑 열기!!

(20대 두가이네의 우격다짐)

by 향상

만드는 것과 판다는 것의 갈림길을 경험하다.

빵을 배우던 시간을 돌아본다.
우리에게 그 시간은 즐겁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둘은 손재주가 남달랐고
속도감도 다른 사람들을 추월했다.
우리는 금세 자신감이 붙었고
그 사실 자체가 주는 기쁨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판매였다.

오랜 시간 우리는 소비자였다.

그것도 빠르게 선택하고 빠르게 돌아서는
20대 여성의 소비 패턴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비싸면 거르고,
없으면 다음을 기다리고,
짧은 시간에 무리 없이 선택했다.

조금 잘못된 선택이 되어도 그 책임은 내가 아니라 부모님의 몫이었다.

돈을 벌지 않고 살았던 어린 시절이 가진 특권이자 한계였다.



선택의 순간에 주어지는 무게감

그런데 이번 단체 주문을 경험한 뒤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들의 선택은 너무나 길고 까다로웠다.
몇 번이고 재고하고,
몇 번이고 변경하고,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다.

마음속에서 이런 말이 올라왔다.

빵을 사는 일이
무슨 세상을 구하는 일인가?


어떤 소비자는
카운터 앞에서 계산을 기다리는 우리의 목이 마르도록
긴 시간 선택에 몰두했다.

처음엔 불평 그리고 이상하게 존중이 동시에 밀려왔다.

나와 같은 소비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 낯섦이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 감정은 지인들 앞에서도 드러났다.

당연히 사 줄 것이라 생각했던 마음.
지금 돌아보면 어리고, 한심하고, 부끄러운 기대였다.

맛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고 얼굴이 붉어지는 순간도 많았다.


차라리 사지 말고
그 말도 하지 말지—
속이 끓어오르고 심지어 그 관계를 생각하면 괜스레 화가 치밀었다.


사람들의 선택이 이토록 예민하고 까다로운지 처음 알게 되었다.

숨이 가빠지고 조급함이 올라왔다.

당연함이 거절로 돌아오는 순간의 부끄러움, 그리고 반대로 구매해 주는 사람에 대한 깊은 감사.

두 감정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래서 조금씩 바뀌어 갔다.

누군가의 선택을 존중하게 되었고 며칠씩 이어지는 기다림 속에서 소비자의 무게를 배우게 되었다.

괜찮을까?
비싸게 느껴지진 않을까?
받아보는 순간 실망하진 않을까?

대답 없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더 작아지고 있었다.



표정 하나,
건네는 서류의 순서 하나,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단체의 마음을 만족시켜야 하는
비용의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

안목으로 평가받는 자리에 서 있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누군가의 기준 위에 조심스럽게 발을 내미는 사람이 된 것이었다.


순간!
자세를 고쳐 앉게 되고,
말의 속도를 낮추게 되고,
돌아오는 길에 내가 했던 한 문장을 오래 떠올리게 되었다.

존중이라는 감정이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배어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어른들의 세계가 왜 조용하고 느린지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어릴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그제야 또렷하게 보였다.

그래서 마음이 달라졌다.

더 잘 팔고 싶은 마음보다 까다로운 소비자의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


이제
가게 안에 서 있는 나의 위치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여전히 같은 공간,
여전히 같은 하루.

하지만
그 시간을 바라보는 마음의 높이가 조금씩 낮아지기 시작했다.

지갑이 열리기까지의 그 길고 긴 시간을 견디도록 도와준 사람들,
다시 깊은 감사가 밀려왔다.


고마워요! 농심.
그리고 한국가스공사와 무한상사.
다양한 제품을 알릴 수 있도록 도와준 사회적 협동조합 더 컴퍼니씨.
삼성화재와 여러 중·고등학교.

우리는 이제
숨 막히는 기다림의 시간들에 묻어 있는 소비자의 마음을

그 고마운 이름을

더 많이 더 오래도록 이곳에 기록으로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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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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