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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높은구름 Sep 21. 2022

양산 홍룡사에서

지자요수 인자요산(知者樂水 仁者樂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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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구름 아래 작은 새들이 낮게 날아다닌다.

노나라 사람 공자는 "지자요수 인자요산(知者樂水 仁者樂山)"이라고 했다.

난 물도 산도 다 좋아하니 지혜로운 사람이면서도 어진 사람이 틀림이 없다고 혼자 웃어본다.

여기가 딱 그런 곳이다,
산도 좋고,
또 물도 좋고.

그래서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지혜로운 이와 어진이가 나오나 보다.

하여 원래부터 세상이 평평하지 않다는 걸
인정(認定) 하고 나니 내 마음은 편치가 않다.

옛날 잊힌 큰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라 하시며, 내 힘든 인정(認定)을 더욱더 어렵게 만드시더니만, 여기 작은 절집에서 그 지혜를 내게 주시려고 그러셨나 보다.

산은, 또 물은 그렇게 억겁(億劫)의 세월 동안 가르쳐 주었건만..  어리섞은 이의 가슴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깨달음이 어찌 끝이 있겠냐만은.......

바쁜 걸음의 젊은 승려,
산 빛과 물 빛에 어우러져 주름진 승복이 왠지 더 처연(凄然)하다.
이런 산중 도량(道場)에서 무슨 수행이 가능할지..
속세에 두고 온 그리운 님과 함께 오손도손 살며, 또 부대끼는 게 더 수행이 아닐는지..

절집이 예쁘다, 예쁜 절집이다.

물소리에 새소리가 묻히니 아쉽지만, 그 또한 예쁘다.

  
무량겁의 세월을 흘렀을 폭포는
또 무량겁의 세월을 흐를 거고.

찰나를 즐기고 있는 나는 여기서
또 찰나를 머물고 있고.
.......
긴 기다림, 짧은 만남,
흐릿한 아쉬움......
.
.  
흐르는 폭포수를 무심히 한참을 바라보니,
물소리에 갇힌 새소리도 온데간데 없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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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제 뜻을 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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