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판 거라고는 6,500원짜리 속옷 세트 3개와 양말 다섯 켤레가 전부다.
그것도 깎다 보니 남는 게 없다.
장사가 잘 된 적도 없지만, 참 큰일이다.
아이들 공부시키려고 속옷장사를 시작했지만,
울지도 못하고, 울 수도 없다.
아이들과 따뜻한 저녁을 함께 먹어본지가 오래다.
일요일에 쉬어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일에 지친 남편의 늦은 저녁이 외롭다.
깎으려고만 하는 손님들과 한바탕 입씨름을 하고 나니,
시절이 서글프다.
그 옛날 친정엄마가 보고 싶다.
그래도 공부 잘하는 아들이 고맙고 또 고맙다.
어린 딸들에게는 해주고 싶은 게 많은데 어쩌면 좋을까?
나도 먼 훗날 우리 엄마처럼 좋은 엄마로 기억될 수 있을까?
눈물이 나면 안 되는데, 어쩌면 좋을까?
밤늦은 시간 딸아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는 모습이 슬프다.
그래도 이 시간은 눈물 흘릴 수 있어 다행이다.
진짜 먼 훗날 이 아이들과 하루 종일 조잘조잘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일은 조금 더 손님이 많았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단 하루라도 세끼 밥을 함께 다 먹어봤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