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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높은구름 Dec 07. 2022

뉴스 좀 틀어줄래?

워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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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좀 틀어줄래!"


시험기간이라서 블릿 동영상으로 공부를 하고 잠시 쉬러 나오는 중2 딸에게 부탁한 말 한마디가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아빠 뭘 틀어야 하는 건데? TV는 리모컨으로 눌러서 보고 싶은 채널을 보는 거야!"

"........"


나는 얼른 인터넷 사전을 찾아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틀다


   1. 방향이 꼬이게 돌리다.

          몸을 틀다.

   2. 나사나 열쇠 따위를 돌리다.

          수도꼭지를 틀다.

   3. 음향 기기 따위를 작동하게 하다.

         라디오를 틀다.

                           (NAVER 국어사전)


다행이다.

아직 틀다는 말의 의미가 살아 있다.

음향기기는 아니지만..분명 전자기기에 쓰이고 있다.

다행인 건가?

꼰대로 보이지는 않겠지?

............!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는 그 역사적인 흐름을 몸소 은 나는 채널을 틀다가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다.

배불뚝이 브라운관이 장착된 옛날 TV는 채널을 로터리 방식으로 툭툭 비틀어 돌려야만 보고 싶은 채널을 볼 수 있는 그런 구조였다.

채널이라고 해봐야 3개 정도가 전부였지만 말이다.

'틀다'는 아마 여기서 계속 남아, 리모컨, 알라딘의 램프요정(지니) 시대에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 같다.


맞다. 리모컨이나 알라딘의 램프요정(지니)을 찾아 말로 부탁하면, 보고 싶은 채널을 찾아주는 정말 편한 시절이다.

그래도, 그래도 가끔씩 그 불편함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리고 로터리 방식의 채널을 돌릴 때 그 채널과 채널 사이의 노이즈 가득 지지직 거리는 화면도 말도 안 되지만 다시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지금은 지지직 거리던 그 화면은 TV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디지털의 편하고 예민하리만큼 선명한 장점을 잘 안다. 

나 아날로그 특유의 불편한 여유는 사라져 버렸으니 조금 아쉽기도 하다.


내친김에 내가 중2 딸아이 나이 즈음의 최첨단 음향기기를 찾아 보여주었다.


소니 '워크맨'

sony TCM-200DV, sony WM-GX688

 

카세트테이프를 넣어, 줄이 길게 늘어진 이어폰으로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니, 딸아이 참 밝게 웃어줘서 좋다.

스마트폰에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의 그 쨍한 음악이 분명 더 좋음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지만, sony 워크맨(walkman) 안의 카세트테이프 소리는 그렇게 밝게 웃을 수 있는 따뜻함이 있는 것 같다.


또 한참을 구석 서랍을 뒤져서 sony 워크맨과 경쟁하던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인 아이와(aiwa)도 찾았다.

aiwa  RX500

내 기억이 맞다면 aiwa 카세트 플레이어는 sony 카세트 플레이어보다 편한 최첨단 기능들이 있었다.

이어폰에 버튼을 달아 그걸로 play, REW, FF기능, 또 최첨단 기능인 auto reverse를 가능하게 만들어, sony의 음질을 만회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 물론 sony에도 다 있었던 기능들이지만 말이다.


다들 참 오랜만에 보니 너무 반갑기도 하고, 시대를 이끌던 시절이 사라지고 구석 깊은 곳에서 끝도 없이 쉬고 있어 애처롭기도 하다.


중2 딸은 카세트 속 테이프가 돌아가는 모습이 신기한지 눈을 못 떼고 이리저리 돌려보며 음악을 듣고 있다.

내가 CD(compact disc)가 처음 나왔을 때 느꼈던 그 신기함과 비슷한 것 같아 이기도 하다

parasonic portable CD player

               

요즘 내 딸아이에게는 삼성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과 갤럭시 스마트폰이 시절을 기억하게 하는 음악을 제공하고 있다.

내가 그 시절 기억하는 음악들이 소니 워크맨들이 만들어준 것처럼 말이다.

그 시절의 음악은 그 시대로 이끄는 타임머신이라 생각되는데, 내게는 워크맨이고, 딸아이는 갤럭시 스마트폰이다.


나는 그 시절 소니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워크맨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들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고 세계를 지배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내게 그 시절의 좋은 기억들을 많이 만들어준 소니에게 감사하고, 또 그걸 넘어버린 우리 기업들이 자랑스.

또 앞으로 어떤 것들이 시대를 기억하게 해 줄지 기대도 된다.

  

2010년대 소니가 만든 거의 마지막 위크맨(sony TCM-450DV) 정경화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넣어 한참을 들었다.

1980년대 중반 아날로그가 정점에 이른 어느 겨울로 마지막 워크맨과의 여행이 설렌다.

 마지막(2010년) 워크맨 sony TCM-450DV, Samsung Galaxy Bud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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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엔하이픈하고 바투 나온데, 뉴스 말고 그거 좀 ..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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