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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르노 Jan 06. 2020

구찌의 패션쇼,지지하디드 캣선글라스의 공통점,'빈트로'

빈티지와 레트로가 만난 빈트로의 등장

조선 시대  민화가 구찌의 인스타그램에 등장했습니다. 구찌는 이미 2018년 SS 컬렉션에서 이름 모를 조선의 민간작가가 그린 한국의 민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패션에 반영하는 등 새로운 모티브를 과거에서 찾고 있습니다.  가장 핫한 구찌의 디자인에 영감을 불어넣은 조선의 민화, 이 둘의 만남이 어쩌면 가장 트랜디함을 만들고 있는 '빈트로'의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간을 두고 유행이 반복되는 경향은 빈티지에서도 나타납니다. 모든 빈티지가 뜨는 것이라기보다 빈티지 중에서도 당시의 유행에 맞는 것들이 뜹니다. 제품에  레트로(Retro :  복고) 경향이 나타날 때 빈티지와 레트로(를 합쳐 빈트로(Vintro)라고 합니다. 레트로가 새롭게 조명되는 트랜드를 전반적으로 일컬어 뉴트로(New + retro = Newtro)라고 부르죠.


바쉐론 콘스탄틴은 레트로 트랜드를 감지해 히스토릭 시계 마케팅을 잘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1955년 울트라 씬 모델을 복각한 '히스토릭 울트라 파인 1955', 1950년대 단 36 피스만 생산된  Ref 6087을 복각한 '히스토릭 콘 드 바슈 (Historic Cornes de Vache)' 같은 시계는 화제를 몰고 다닙니다.


패션 분야에서는

게스 모델로 알려진 지지 하디드(gigi hadid)의 사진 한 장에 있는 고양이 선글라스와 화이트 부츠 white boots 에서 그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화이트 부츠는 Francoise Hardy가 즐겨 신었던 것이며, 스키니 캣아이 프레임이라고 불리는 고양이 선글라스는 마릴린 먼로가 1950년도에 즐겨 썼던 것의 데자뷔입니다.  시간이 순환하면서 오랜 시간이 다시금 반복되는 것입니다. 전통에 또 다른 전통을 입혀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빈트로의 탄생 방식입니다. 조선 개화기의 복식이 시간을 넘어 미스터 션샤인, 암살 같은 영화 드라마에서 레트로 유행을 타고 품격있고 엔틱한 빈트로를 만들어 냅니다. 마치 칵테일을 만들듯  유행도 블렌딩하는 셈입니다.

지지하디드가 애용하는 캣아이 선글라스




빈티지에 쏠리는 관심의 근원을 이해해야 합니다.  최근 빈티지 시계가 인기를 끄는 이유 중의 하나는 IT 종사자 등 무엇보다 새것이 선호되는 분야의 사람들이 오래된 것을 찾는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무엇이든 최신이 선호되고 최신을 좋아할 것 같은 분야에서 최신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몇 달 되지 않아 신제품이 새로 나오고, 버전이 업그레이드되어야 하고, 최선을 다해 만들었던 것들이 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최고의 가격을 받지 못하는 것. 최신이라는 것의 수명이 불과 몇 달, 빠르면 며칠 가지 않는 것 속에 더 최신의 삶이 최고의 삶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는 것입니다. 그들은 그 생각 속에서 변하지 않고 한결같으며 시간을 나이테처럼 간직한 제품들에서 위안을 찾습니다. 모든 것이 빨리 뜨고 또 빨리 집니다.


"연장은 신의 속성이다. 따라서 신은 물체다 - 스피노자'


철학자 스피노자는 세상의 모든 물체는 신이 연장된 것이라고 하며 심지어 연속되어 연장되는 것이 신의 속성이라고까지 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전통을 자랑하는 빈티지를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빈티지는 지속성의 상징이자 연장성의 증거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시간과 인심, 트렌드 수많은 것들이 변해왔지만 예전부터 존재해왔고 변하지 않는 자아가 시간을 타고 계속 연장된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역사를 이어가며 철학이 이어지며 디자인 역시 일관되게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것이 빈티지이며 이는 하이엔드 전략 중의 핵심입니다.  빈티지 마케팅은 마케팅이 아니면서도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최고 단계의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진정 귀한 우리의 시간 우리의 관심을 어디에 쓰고 싶을까요?

얼마 전 한 사회공헌 펀딩사이트에서 최고의 펀딩 금액을 기록한 것은 바로 매듭카네이션이었습니다. 엄마가 된 미혼모들, 한 달에 18만 원의 돈으로 살아가야 하는 미혼모들이 우는 아이를 달래고 자는 시간에 손으로 접어 만든 매듭 카네이션, 그리고 그 마음이 담긴 편지가 들어 있는 패키지였습니다. 달성율은 1,740%, 300만 원 모집 금액에 5,200만 원이 넘는 돈이 모였습니다. 진정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으며 행동하려는 힘도 가지고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 로에베가 한국의 달항아리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무심한듯보이지만 궁국의 미를 자랑하는 달항아리는 국내 한경매에서 소리소문없이 너무도 무심하게 30억원에 새주인을 찾아갔습니다. 세계는 달항아리뿐 아니라 한국 전통 공예품들에 크게 주목하는데, 로에베의 전시가 눈을 끌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조너선엔더슨이 한국의 달항아리에 푹 빠져 그것을 모티브로 적극 채용한 것이죠.  

로에베의 플랫 TV. 로에베는 전통 문화와 자사의 기술을 매칭하기를 좋아한다.


작은 사연들이 알려질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작은 스토리들이 이제 주목받는 시대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작가 김태훈은 한국에 빈티지가 유행한다는 것은 비로소 한국이 선진국이 되었다는 증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산업화시대 새 신발 새 차, 새 아파트 새것만이 환영받았지만 이제 새것들은 너무 많은 시대입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고 세월의 흔적이 담긴 것들이 희소해집니다. 사람들은 손길과 마음이 담긴 것이 진정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진정 도와야 할 사연들, 그리고 이름 모를 조선 시대의 작가가 세계 패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작은 것들의 시대입니다.  향후 뜻있는 작은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우리 주변에 속출할 것입니다. 당신 역시도 그 중의 한 명일 수 있습니다.


정릉시장에서 시작한 한 작은 사탕 가게가 백화점에 입점하는가 하면, 대기업과 제휴를 하고, 개당 3,500원의 고가의 사탕을 척척 팔아내면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보통의 작은 가게들은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데 이곳은 아침 10시에 출근해 6시에 칼퇴근을 합니다. 저도 하기 힘든데 말이죠. 부러울 따름입니다. 그런데도 사업은 번창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으로 홍보하고 인터넷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땡스롤리라는 사탕 가게입니다.

달지 않고 아이들의 엄마가 자신들의 아이들까지 먹어도 될 캔디를 만든다는 스토리에 소비자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주문해 사탕을 먹은 소비자들이 마치 성지순례를 하듯, 연어가 태어난 곳을 찾아가듯, 정릉시장으로 가기 시작합니다.

구찌는 가방 한 개로 시작했습니다. 버버리는 코트 한 벌로 시작했습니다. 자신만의 고집으로 하나의 아이템을 강력하게 만들어서 시장에 알린 후 하이엔드형으로 승부하는 스몰 구찌, 넥스트 버버리의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출처 : 땡스롤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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