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이제는 온택트 시대야. 시드니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어서 유튜브에 올려보자.”
잭 선배가 아이디어를 꺼냈다. “오오, 재미있겠어요!”
“내 구상은 이래. 비행 준비 중인 브리핑룸에서 시작해서, 비행 장면으로 전환하고, 그다음 사복으로 갈아입은 우리가 시드니 곳곳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거야. 마지막은 비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데 아이들이 뛰어나와서 반겨주는 장면으로. 어때?” “우와, 진짜 기발해요! 일과 삶의 균형, 거기에 가족애까지. 의미도 있고, 멋도 있고… 200% 완벽한 뮤직비디오가 될 것 같아요.” “음악은 퍼렐 윌리엄스의 ‘Happy’로 하자. 음원은 저작권 때문에 우리 악기로 따로 연주해서 만들면 되겠지.”
인천공항행 셔틀버스 안. 인트로 영상 촬영을 위해 북적이는 우리 모습에, 조용히 이동하던 다른 비행편 승무원들에게 민폐라는 걸 알면서도 들뜬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시드니에 도착하자마자 푹 쉬고, 노을 지는 호텔 앞 바닷가에서 노래와 춤을 선보인다. 아무것도 안 해도 리듬이 되는 디바가 먼저 춤을 추기 시작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몸이 뻣뻣하다.
그 모습은 잠시 눈을 감고 넘기고, 잭 선배의 프리스타일 기타 연주를 화면에 담는다. 역시나 오늘도 완벽하다.
모래 위를 몇 번 오가다 보니 해가 진다. 아쉬운 마음을 맥주 몇 잔으로 달래며 “나머지 씬은 내일 아침에 이어서 찍자”고 약속하고 각자 방으로 흩어진다.
다음 날 아침, 카톡방이 요란하게 울린다. 한 시간 뒤 로비에 집합. 야외 정원이 아름다운 브런치 가게에서 계란 프라이, 아보카도 샌드위치, 딸기 쉐이크를 곁들인 아침을 먹고 시내로 향한다.
첫 촬영지는 보타닉 가든. 디바는 머릿속에서 각 파트의 안무를 순식간에 완성해낸다. 몇 번의 리허설 후, 각자의 몸짓을 고프로에 담는다. 참다 못한 스카이가 외친다. “으이구, 저 몸치들!” 어쩔 수 없다. 어색해도 계속 밀고 나가는 수밖에.
오페라하우스 앞에서도 한참을 찍고, 유람선에 올라 바닷바람 맞으며 잭 선배의 기타에 맞춰 합창한다. 바람이 머리칼을 흩트려 놓고, 그 간지러움에 모두들 깔깔 웃는다.
해가 저물 때까지 이어진 촬영. 여러 장소에서 담은 우리 모습은 어설퍼도 그 자체로 충분히 멋졌다.
이제는 연습실에 모여 직접 연주한 ‘Happy’를 녹음해야 했지만, 완성도 문제와 싱크 맞추기 어려움으로 결국 임시로 원곡을 붙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저작권 문제로 영상이 삭제되었고 음악 없는 뮤직비디오만 남았다.
세상에 공개되지 못한 우리의 뮤직비디오는 오직 우리만의 화려한 추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