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상담 A to Z

상담의 효용, 시기, 기간, 방법, 자격

by Lali Whale

i) 상담 정말 도움 돼?

도움이 됩니다!


많은 경우 상담을 받고 '진짜 변하네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게요.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라고 하는데 변하더라고요. A라는 사람이 B가 되지는 않지만, A의 감정과 생각, 태도와 자신을 규정하는 정체성은 달라집니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이 되는 마법은 없지만, 그 사람의 생각을 구성하는 지도는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지도를 가지게 되면 그 사람의 삶의 방향은 과거와는 분명 다르게 흐릅니다. 저는 그 지도를 고치는 작업을 합니다.


생각의 지도를 바꾸는 첫 과정이 '문제의 규정'입니다. 힘든 이유와 무엇이 문제인지는 별개입니다. 직업이 없어서, 애인이 바람을 펴서, 아들이 공부를 안 해서는 힘든 것은, 상황 즉 외부요인입니다. 그것은 정확히 문제 상황이지 문제 자체는 아닙니다. 그리고 그 문제 상황, 외부요인은 상담을 통해 바꾸기 힘듭니다. 상담은 상담실에 온 내담자의 변화를 겨우 이룰 수 있지, 오지 않은 사람과 상황을 바꾸지는 못하니까요. 모두 공감할 수 있는 '힘든 상황'이라도 개인이 경험하는 심리적인 고통의 원인은 다릅니다. 성인이 되었는데 직업이 없으면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는 직업이 없어 경제적으로 힘들고 누군가는 소속감을 느끼지 못해서 또는 자존감이 낮아져서 힘듭니다. 하지만 고통스럽다고 다 문제는 아닙니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지만 , 삶 자체가 모두에게 문제는 아니니까요. 누군가에게는 문제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나의 문제는 나만이 규정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정하는 것이 상담의 시작입니다.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고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직업이 없어 우울하면 그 우울감을 문제로 규정할 수도 있고, 자신감이 부족하면 그것을 문제로 둘 수도 있습니다. 상담은 나의 지금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아는데서 시작하고 그 첫 과제를 푸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조금 덜 막막하고 해결할 만하게 느껴집니다.


두 번째 과정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브레인스토밍 하는 것입니다. 지식이 많은 상담사라면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지 다양한 방법을 알고 있겠지요. 하지만 훌륭한 상담사라면 내담자가 자신의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여기서 끝일까요? 아닙니다! 여기서 세 번째!


중요한 것은 실행! 도전하고 반복하고 실패해도 또 시작하는 것!


다이어트가 방법만 안다고 살이 빠지지 않잖아요. 중요한 것은 실제 내가 변하고자 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 내 생각과 행동과 감정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굳어진 나의 생각과 행동의 패턴은 쉽게 변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실패해도 생각보다 빨리 변하지 않아도 반복해서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살을 빼도 금방 요요가 오고 원래 자기 체중으로 돌아가듯이 마음의 체계를 변화시키는 일도 항상성의 법칙이 크게 작용합니다. 일정기간 의식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금세 원래대로 돌아가니까요. 기존의 생각과 행동의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집중을 기울인 반복의 노력이 필요하지요. 다시 원래의 잘못된, 나를 힘들게 하던 패턴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말이에요.


그리고 상담에서는 내담자가 포기하지 않게, 도망가지 않게, 다시 전으로 돌아가지 않게 끌어주고 밀어주고 지쳤을 때는 옆에 앉아 함께 기다려줍니다.


그렇게 함께 가다 보면 어느 순간 알게 됩니다.


"어, 진짜 변하네요!"



ii) 상담은 언제 받나요?

당신이 힘들 때, 바로 그때입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 정도 문제로 상담을 받아야 할지 모르겠어요."라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상담은 마음이 힘들면 받는 거라고 알고는 있지만 힘들어도 실제 상담실까지 받는 일은 많지 않지요. 사람들은 감기에 걸리면 쉽게 동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먹고 안 나으면 또 가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면역력이 떨어졌나, 추운데 옷을 얇게 있었나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에 갑니다.


하지만 마음에 병이 생기면 어떻게든 스스로 고쳐보려고 자가 처방을 내리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온갖 종류의 민간요법을 동원합니다. 심지어 이건 아픈 게 아니라고 아예 무시하기도 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 가거나 상담센터에 가는 일은 정말 정말 너무너무 힘들 때 마지막 선택이 되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마음의 병은 감기와 달라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유리멘탈"이라는 사회적 평가를 받게 되니까요.


몸과 마음은 다르지만 그렇게 다르진 않습니다.

몸은 보이고 마음은 안 보이지만 몸도 마음도 관리하고 챙기지 않으면 아프고 나의 삶을 위협합니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충분히 운동해 주고 적절한 수면을 취해야 몸이 건강하듯이 건강한 생각을 하고 충분히 느끼고 적절한 인정을 받아야 마음도 건강해집니다. 차사고가 나면 몸이 다치듯 트라우마가 생기면 마음이 크게 다칩니다. 암에 걸리면 죽음의 문턱을 오고 가듯 심한 우울증에 걸리면 창문만 봐도 뛰어내리고 싶고 끈만 보면 목을 매고 싶습니다.


하지만 몸의 병은 그럴 수 있는 일인데 유독 마음의 병은 내 탓처럼 느껴집니다. 큰 병에 걸렸을 때 첫 심리적 단계가 분노와 부인이라면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의 첫 단계는 자책입니다. 내가 나약해서, 내가 게을러, 내가 예민해서 그렇다고 생각해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얘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렵게 얘기했을 때 '마음을 강하게 먹어' 같은 평가나 '안 힘든 사람 없어'라는 무시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지요. 그렇게 되면 더 힘들다고 얘기하기도, 스스로 힘들다고 생각하기도 어려워집니다.


몸이 아파 치료를 받는다라고 하면 "어디가 아파? 괜찮니?"라고 묻지요. 하지만 마음이 아파 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그렇게 힘들었어?"라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그 말에는 분명 진심의 위로도 있겠지만 반드시 많이 힘들었어야 도움을 받는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힘들어야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하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아픔만 아픔인가요?


신체적인 고통도 심리적인 고통도 0~10 스케일의 점수를 매기는 것은 '남'이 아니라 '나'입니다.


왜냐하면 고통은 주관적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프면 아픈 거고 내가 힘들면 힘든 겁니다. 그것을 다른 사람이 평가하고 이건 힘든 일이고 이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상대에게 3이지만 나에게는 8인 고통은 설명할 필요 없는 그냥 8인 고통입니다.


물론, 주관적 고통을 가능한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지표들은 있습니다. 상담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질문들이기도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잠을 잘 자는지, 신체 증상이 있는지, 학교나 직장 가정에서 일상생활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어떤 부분에 어려움이 있는지, 심리적 고통의 정도가 스스로 수치와 했을 때 어느 정도 높은 지입니다. 간혹 참을만하다고 하시는데 신체증상이 많은 분들이 있고, 너무 힘들다고 하는데 잘 주무시고 일상생활에도 크게 문제가 없는 분도 있습니다. 마음의 문제를 너무 참기만 하는 것도 건강하지 않지만, 마음의 괴로움을 유독 크게 느끼는 분들은 그들 나름의 고통을 만드는 생각의 틀이 있습니다.



iii) 상담은 얼마나 받아야 할까요?

목표에 따라 다릅니다!

높은 목표를 세우면 오래 걸리고 낮은 목표를 세우면 짧게 걸립니다. 하지만, 문제를 규정하고 방법을 찾고 실제 실행하고 실패하고 다시 실행해서 습관을 이루는 데는 적어도 3~6 개월은 걸린다고 말씁드립니다.


상담을 통한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기도 또는 느리기도 합니다. 어렵게 마음을 먹고 비용과 시간을 들여 상담을 시작했는지만 상담을 시작하고 한 달 두 달이 지나가면 효과가 있는 건가? 하는 불안이나 불만이 올라오는 때가 있습니다. 초반의 불만감을 저희는 저항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겨우 덮어 두고 지내던 마음의 상처를 매주 상담실에 가서 다시 꺼내서 마주 한다는 것이 사실 보통 힘들고 두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그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지 않거든요. 그러면 마음이 들쭉날쭉 요동치게 됩니다. 더 중요한 일이 생기는 것 같고, 돈이 아깝기도 하고, 지금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 정말은 변하지 않을 것 같고, 상담사는 돌팔이 같습니다. 하지만 초반의 저항은 변화에 대한 회피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종의 그대로 힘들게 살으라는 악마의 속삭임 같은 거죠. 그래서 상담을 시작할 때, 미리 알려드리기도 합니다.


"상담을 받다 보면 어떤 순간에는 엄청 오기 싫고 도망가고 싶으실 수 있어요. 적어도 그때는 피하지 말고 오세요! 그런 마음 들면 꼭 저랑 같이 얘기해 봐요."


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변화나 심리적 회복을 목적으로 상담을 받을 때, 변화가 빠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왜 상담을 받았는데 빨리 나아지지 않나요?"라고 물어보기도 하시죠.


상담은 기본적으로 상담자가 아닌 내담자가 주인이고 주체적으로 노력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상담이 달리기 경주라면 선수인 "나와 내 환경의 상태"에 따라서 경주의 시작점도 만족하는 목표지점도 내가 뛰려고 생각한 거리나 난이도도 다 다릅니다.

그리고 상담사는 내담자가 자신의 상태를 알고 맞는 과녁에 목표를 잡고 나아가도록 돕습니다.


프로 수준의 경험치가 있는 사람도 있지만 이제 막 달리기를 시작했거나 목발을 짚고 달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마더 테레사나 부처가 되기 위해 상담을 받는다면 수십 년이 걸려도 부족하겠지만 지금 8까지 힘든데 6까지만 덜 힘든 것을 목표로 잡을 수도 있습니다.


또, 나의 주관적인 불편함이 클수록, 잘 달리고 싶은 마음이 절실할수록 더 빨리 목표지점에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절실함은 목표지점을 가르는 가속도고 달리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내가 아무리 애써도 간혹 환경이 도와주지 않는 경우는 언제든 있습니다. 잘 달리고 있는데 비가 오기도 하고 갑자기 폭탄이 떨어지기도 하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합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트랙은 완벽하게 관리되어 어떤 장애도 없는 상태로 유지된다고 자신할 수 없습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내 트랙은 부서지고 찢어지고 끊어질 수 있습니다. 아우토반을 달리다 히말라야 산을 오르면 속도가 나긴 어렵겠죠. 놀랍지만 인생은 그런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상담을 받을 때 무시할 수 없는 한 가지는 나의 자원, 즉 돈입니다. 경제적으로 매우 여유로운 경우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사실 아닌 경우가 더 많이 있습니다. 어떤 상담사들은 앞으로의 삶이 변하는 문제인데 가방 하나 값도 안 쓰려고 하면 안 된다고 실제 내담자에게 그렇게 얘기하는 분들도 계시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일반인들이 명품 가방하나를 그렇게 쉽게 살 수 없지요. 우리나라에서 상담은 북미권처럼 의료보험이 되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비쌉니다. (진실로 말하건대 상담사들의 연봉이나 월급을 실제 아신다면 아주 깜짝 놀라게 되실 거예요. 좋은 쪽이어서 놀라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눈물 주르륵...) 그렇다고 50분에 최소 8만 원에서 12만 원을 내는 것이 결코 적은 비용은 아닙니다. 월 40만 원 이상을 치료에 쓴다는 것은 큰 각오가 필요한 일이죠. 그렇기에 나의 문제의 중요도를 우선 평가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내가 가진 비용이나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상담 회기 안에서 나의 문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목표를 세우는 일은 아주 중요합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고,

무엇이 가장 불편하며,

무엇을 가졌고,

어디까지 달라지고 싶으신가요?


iv) 상담은 어떻게 받나요?

가까운 상담실에 연락하세요!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국가에서 다양하고 양질의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다양한 방식의 상담을 손에 닿는 곳곳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만 9세부터 만 24세까지의 청소년에게 약 6~12회기 정도의 무료 상담을 제공하고, 1388 전화상담, #1388 문자상담, 1388 사이버 상담에서 온라인 채팅상담을 실시간으로 제공합니다. 학교 안에서는 위클래스를 운영하고, 학교 밖에서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센터에서는 심리상담과 자원연계 및 지원을 담당합니다. 성인이라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가족상담이나 개인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해외 이주자라면 다문화지원센터에서 다문화 상담을, 술이나 도박과 같은 중독 문제가 있다면 지역마다 중독통합지원센터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각 대상 별, 문제 이슈 별로 다양한 정부지원 상담이 제공되고 있으니 확인해 보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지역에서, 원하는 상담사에게 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사설 상담센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v) 상담실 추천해 주세요!


지인들도 저에게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어느 상담센터가 좋으냐는 것입니다. 그럼 저의 답은 거의 동일합니다. 지금 많이 힘들면 가깝고 예약이 빠른 곳에 가시라고 합니다. 보통 상담실에는 여러 명의 상담사들이 자유용역으로 계약되어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담직은 기업이나 학교에서 고용하는 상담직이나 정부에서 일하는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이 아니라면 대부분 프리랜서입니다. 그 말은 상담사들은 대체로 여러 상담실을 돌고 돕니다. 매스컴을 탄 일부 유명 상담사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상담실도 있겠지만, 그 상담실도 실제 가보면 고용된 상담사들이 다수입니다. 학원에 가면 모든 학원이 원장 직강이 아니고, 강사님들이 수시로 바뀌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내가 특정 상담사를 오래 기다려 꼭 그분에게 받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어디에 가든 마주할 수 있는 상담사는 랜덤입니다.


다만, 상담사는 면허가 아니라 자격증이라 그 자격증을 발급한 주체를 확인할 필요는 있습니다. 아마도 인터넷에서 40시간 강의를 듣고 받은 '1급 상담전문가'에게 비용을 내고 상담을 받고 싶은 내담자는 없을 테니까요. 언어를 도구로 쓰는 상담사의 이력에서 확인할 부분은 상담 관련 석사 이상의 학력과 아래의 자격증이 대표적이고 그 밖의 자격증과 수료증은 참고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는 철저히 저의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국가공인 자격증

-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상담사

-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임상심리사


학회 자격증

- 한국상담심리학회(KRCPA)의 상담심리사 자격증

- 한국상담학회(KCA)의 전문상담사 자격증


* 임상심리와 아동심리상담 분야는 일반 상담심리와는 공통분야도 있지만 그 전문성과 업무, 대상이 구분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학회와 자격증이 상이합니다.

keyword
이전 01화아무튼 상담,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