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밴드

by Lali Whale

빨강머리: 야 이 병신아. 네가 자라섬이라고 하지 않았어?

윤따: 자라섬인 줄 알았지...

05: 그나저나 난지도까지 언제 가냐. 난지도가 어디야? 

윤따: 서울...

빨강머리: 어휴 저 찐따새끼. 자라섬하고 난지도가 헛갈릴 일이냐! 저거 드럼 좀 칠 줄 안 다고 껴주는 게 아니었어.

05: 야, 됐고 지금이라도 알아봐. 여거서 얼마나 걸려?

윤따: 택시 타면 1시간 반이면 가겠는데. 너희 돈 좀 있니?

빨강머리: 야 이 미친놈아 돈이 있겠냐? 돈이 있으면 미쳤다고 경기도 구석에 있는 자라섬까지 와서 이 지랄이겠냐고. 생각을 좀 해봐. 저 새끼 저거 대가리에 똥만 찼냐!

05: 그래도 아직 시간 있으니까 서울로 가는 거 뭐라도 타고 가자.


그들은 티격태격하면서도 05의 말을 듣고 그들이 처음 왔던 시외버스 정거장으로 향했다. 3인조 펑크락 밴드를 처음 모은 사람은 영오 였다. 05는 학교를 그만두고 지역 꿈드림센터의 학교밖청소년 동아리에서 베이스를 배우다 기타를 치는 빨강머리를 만났다. 빨강머리는 분노조절장애로 병원에서 진단은 받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그랬다. 학교에서 잠자는 자신을 깨웠다고 선생님의 아구창을 날리고 퇴학을 당했으니 말이다. 05도 빨강머리를 영입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타 하나만큼은 기똥차게 치는 녀석이 그 또라이 뿐이었고, 잘은 아니어도 기타를 치는 애 자체가 없었다. 요새 세상에 누가 밴드를 한단 말인가. 마지막 조각은 05가 학교를 그만두기 전에 누구나 알지만 이름은 모르는 학교 찐따 윤따였다. 학교에서 05를 포함, 학교를 거의 안 나오는 서너 명을 제외하면 모든 얘들이 윤따를 무시했다. 하지만 윤따는 언제나 가방 속에 드럼 스틱을 가지고 다녔고 많은 경우 그 스틱으로 학교 일진들에게 맞곤 했다. 05는 윤따의 드럼 스틱을 눈여겨봤던 적이 있었고, 윤따에게 DM을 보내 제안했다.


05가 이 엉망진창인 팀을 모은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청소년 밴드 경연대회에 나가서 상금을 타는 것이었다. 05의 계산으로는 요새 아무도 밴드 음악은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누구라도 나가면 그 눈먼 돈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우선 신청을 하고 그다음에 급하게 팀을 꾸린 것이다. 05의 예상대로 경쟁률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커버곡 하나만 몇 날 며칠 연습해서 영상 심사에 합격을 했고, 바로 오늘이 실제 경연 날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장소를 잘못 찾아온 말도 안 되는 실수로 오늘의 경연 기회를 날려 버린다고 생각하니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마저 이성을 잃는다면 이미 이성이 없는 빨강머리와 있지만 없는 윤따를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서울 들어가는 버스는 꽤 자주 있었다. 그들은 서울로 가는 버스를 무조건 잡아탔다. 사람도 별로 없는 버스의 맨 뒷좌석에 셋은 나란히 앉았다. 버스 안에서도 다툼은 끊이지 않았다. 그 안에서 05 혼자 난지도까지 어떻게 갈지를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있었다.


빨강머리: 아. 씨발. 그러니까 왜 밴드 이름을 갈매기라고 졌냐고. 존나 새됐잖아.

05: 야 그거 네가 하자고 했거든. 한강 가서 라면 끓여 먹다가 날아가는 새보고 니가 하자고 한 거 기억 안 나?

윤따: 그런데 한강에 왜 갈매기가 있어? 

빨강머리: 미친놈아 그럼 갈매기가 있지 기러기가 있냐?

05: 어휴. 무식한 놈들. 네가 본거 오리였어. 한강에 기러기는 또 왜 있어.

빨강머리: 이 새끼가 보자 보자 했더니. 너 갈매기 있으면 어쩔 건데!

윤따: 비둘기 아니었나?

05: 너 가사나 외워. 또 까먹으면 우린 그때 진짜 엿 되는 거야.


빨강머리도 마침 생각이 났는지 핸드폰을 꺼내 가사를 외우기 시작했다. 윤따도 드럼스틱을 꺼내 자기 파트를 연습했다. 05도 베이스를 꺼내 연습을 하려던 찰나 자리에 모셔두었던 빨강머리의 기타와 05의 베이스, 찐따의 드럼 스틱이 버스의 앞으로 야구공처럼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뒤에서 급히 오던 벤이 버스를 쾅하고 박은 것이다. 그와 동시에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셋의 몸도 좌석 앞쪽으로 훅 밀렸다. 빨강머리의 아구창이 돌아가고 윤따의 머리가 버스의 천정에 도장처럼 박혔다 나가떨어졌다. 중앙에 앉았던 05는 버스의 카드 찍는 곳까지 데굴데굴 굴렀다.


그들을 친 밴에는 국내 정상급의 락밴드가 타고 있었다. 갈매기밴드는 결국 서울의 응급실로 실려 갔다. 그들은 난지도의 경연장에 가지 못했지만 우승상금보다 많은 보상금을 받았다. 합의를 하지 않겠다고 난리를 피던 빨강머리의 미친 짓으로 보상금에 그들을 박은 락밴드의 소속사 오디션 기회까지 덤으로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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