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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i Whale Jul 22. 2024

전천후 일당백 상담사

진짜 드림은 잡이 없는것?

분명 상담을 좋아했던 때도 있었다. 다른 재밌는 일들이 하나도 없던 때였던 것 같다. 가령, 미국에서 유학을 할 때라든가 말이다.  


올해로 상담을 18 넘게 하고 있다. 이제는 청소년도 하고 성인도 하고 부부도 한다. 각각이  전문분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진 않다. 상담은 아동상담과 성인상담으로 구분된다. 아동은 주로 놀이치료나 비언어적 치료가 주를 이루고 청소년 이후부터는 언어적 치료가 주를 이룬다. 그렇기에 학교에서 배울 , 아동과 성인은 학과, 전공이 분명히 구별된다. 일반적인 심리상담이라고 하면 청소년 이후의 성인상담을, 아동상담이라고 하면 청소년 이전의 아동 상담을 따로 배운다. 물론  이후에 논문의 타깃 샘플이 있거나, 관련 교육을  받았다면  방향에 전문가로 마케팅할  있다. 부부전문 상담사, 청소년 상담사, 학교상담사, 인지치료 전문 상담사처럼 말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학위는 아동이냐 성인이냐로 나뉘고, 국가공인 자격증은 상담치료 쪽은 청소년상담사, 심리검사와 평가 쪽은 임상심리사가 있다. 그러니 내담자가 오면 부부는 부부 전문가가 청소년은 청소년 전문가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만, 많이  사람이 전문가다. 그리고 나처럼 18 이상 쉬지 않고 하다 보면 대부분의 샘플을 모두 그리고 많이 만난다. 그러니 나는 전천후 일당백 상담사다. 어떤 사례가 와도 겁나지 않는다.     


일을 하다 보니, 면허증과 자격증은 그 구분이 명확했다. 자격증은 능력이나 지식을 인정해 준다는 증서이고 면허증은 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증서이다. 둘 다 전문가이지만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는 법적인 권한이 없다. 법적인 구분 이외의 나의 구분은 자격증에는 대체로 명확한 매뉴얼이 없다는 것이다. 자해를 하는 내담자에게 일관성 있게 내려질 수 있는 심리적 처방이란 없다.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다. 의사는 각 증상에 맞는 약을, 치료 방식을 기준에 맞게 처방 내릴 수 있지만 상담은 아니다. 모든 병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진단에 대한 기준과 그에 맞는 처방, 치료에 대한 프로토콜이 있다. 운전면허증도 변호사 면허증도 분명한 기준이 있고 그 법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습득해야 면허증을 준다. 개인이 그 법을 규칙을 바꿀 수 없다. 변리사 면허증, 세무사 면허증, 간호사 면허증이 그렇다. 그러니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유동적인 지식에는 면허증을 주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니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면허증을 가진 사람에 비해 그 대우가 형편없다. 대학원에 들어가지 않아도 유명학회 소속이 아니어도 경력이 없어도 상담실 문을 열 수 있다. 법적인 권리가 필요치 않으니 사실 개나 소나 상담실을 열 수 있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상담자격증이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20~30시간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 1급 상담전문가 자격증이 나온다는 광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학사는 전공이 다르니 계산하지 않는다고 해도, 석사 2년, 박사 3년의 전공 공부를 한 것 이외에도 학회 수련부터 지금은 이름도 다 기억나지 않는 온갖 워크샵과 국가/민간 자격증이 있다. 그 경력을 다 합하면 이미 1만  시간을 훌쩍 넘었다. 그렇다고 독보적인 권리 따위는 없다. 오늘은 1시부터 2시 상담의 내담자가 오지 않았다. 노쇼다. 페널티가 있지만 상담사는 한 내담자를 위해 1시간을 비워놓기 때문에 이렇게 당일 노쇼가 생기면 당혹스럽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언제나 할 일을 가지고 오지만 그래도 기분은 나쁘다. 시간은 고스란히 쓰는데 임금은 반도 못 받는다. 대부분의 상담사는 자유용역에, 자신이 일 한 시간만큼 돈을 받는다. 상담 쪽은 10년 동안 시간당 급여가 거의 오르지 않았다. 남편과 나는 동일하게 주 4일을 근무하지만, 면허증을 가진 남편은 자격증을 가진 나보다 3~5배를 더 많이 번다. 매해 임금인상율을 비교하면 자괴감이 든다.


그러니 내 직업을 누구에게도 추천하고 싶지 않다. 특히, 내 자식이라면 정말 비추다. 상담사가 직업인 것은 정말 별로다. 상담은 투자대비 수익이 좋지 못한 한국의 주식같다. 안타깝다. 돈도 많이 못 벌고 흥미도 별로 없지만 몸이 편하고 내가 잘하는 일. 그게 지금 나의 직업에 대한 정체성이다. 싫는지 않지만 좋지도 않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 남편도 안 좋아하는 나도 은퇴를 꿈꾸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확히는 나는 좋든 싫든 할 수 있을 때까지 오래 일하겠다는 입장이고 남편은 지금도 칙칙 폭폭 하는 은퇴를 향한 폭주기관차다! 드림잡 Dream Job 이 아니라 진짜 드림은 잡이 없는 것인가보다.        


좋아하는 일에는 큰 능력이 없는 것 같고, 잘하는 일은 재미가 없다. 사실 이정도도 감사한 일인 것을 안다.


난 내가 하는 일에 감사함을 모르는 욕심쟁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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