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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li Whale Jul 15. 2024

조막손새가슴 스탁클럽

오주의 마법사

브런치 프로필에 작가 설명인 "조막손 새가슴 이지만 할 말 다하는 ENTJ"는 나의 주식성향에서 나온 말이다. 


2020년 전 세계가 코로나19라는 미지의 공포로 벌벌 떨던 때, 나는 처음으로 주식을 시작했다. 그전에 잠깐, 엄마가 원금을 보장해 준다고 하여 엄마 이름으로 투자한 바이오 회사가 있었으나 상장폐지 되는 대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내 자금을 가지고 직접투자를 한 것은 2020년이 처음이다. 내 투자 방향은 확고했다. 분야별 1등 기업에 안전한 투자! Low Risk Low Return. 물론 주식을 한다는 자체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가능성은 있지만 잘 모르는 회사가 아니라 아일랜드 벤자민도 알만한 회사의 주식을 사자는 주의였다. 


2020년 3월 처음 산 주식이 현대자동차였다. 분명히 장이 열리는 시간인데 이상하게 차트가 움직이지 않았다. 미래에셋에 전화를 해도 받지도 않고,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주식 가격이 너무 급속도로 내려가니 갑자기 시장 전체가 셧다운이 되었던 것이다. 그때 6만 원 대에 현대자동차 주식을 30주 사고 그 달에 삼성전자를 분할매수로 60주 샀다. 삼성전자가 삼만전자가 된다는 소문이 있었으나 그렇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4만 원대와 5만 원대 매수했다.  그리고 내 기억에 현대자동차도 삼성전자도 그 뒤로 그만큼 내린 적은 아직까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해에 대한항공을 100주 이상 매수 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쌌던 카카오 10주와 더 비쌌던 네이버를 8주 매수했다.  사실상 단일 주식으로 그 당시 40만 원 대였던 네이버를 8주 산 것이 내가 가장 고액의 거래를 한 것이었고 가장 큰 손실을 봤다. 카카오와 네이버로 각각 -70%, -60%의 손해를 봤고 아직도 들고 있다. 다행히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각각 300% 와 50%의 수익을 가져오면서 두 아이티 기업의 거대 손실을 메꿔 결과적으로 수익이 더 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인생에 다시없을 기회였다! 하지만, 일생일대의 기회에 내가 한 투자의 양은 실제는 내가 할 수 있는 투자의 1/10도 안 되었다. 왜냐하면, 나는 조막손 새가슴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를 한 번에 30주 산 것을 제외하면 다른 주식들은 3~5주씩 분할매수 했다. 그래서 그 당시 나의 별명이 '오주의 마법사'였다. 손해도 적게 봤지만 수익도 소소하다. 


나에게 이런 일은 반복해서 일어났다.   


2020년에는 네이버와 카카오 이외에 CJ ENM에서 또 큰 손해를 보고 한국 주식은 더 매수하지 않았다. 그리고 1년간 어플을 열어보지도 않다가 2022년에 다시 한번 팔랑이며 이번에는 미국주식을 하려고 다시 해외주식 어플을 깔았다. 역시 모르는 기업 말고 미국의 1등 기업들 위주로 5주씩 매수했다.  IT 쪽 1등 기업이라고 하여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과 유튜브의 회사 주식), 엔비디아를 매수했다. 분할 전인 알파벳은 1주가 100만 원이 넘었기 때문에 1주 매수하고 나머지는 5주씩 분할해서 소량 매수 했다. 그것도 심장이 떨려서 또 잠정 중단했다. 그렇게 1년간은 또 주식은 쳐다도 안 봤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엔비디아가 에베레스트 산의 경사로 급등하는 것이었다. 10주 있는데...... 100주 살걸! 


올해 6월에 남편과 예산과 투자에 대한 상반기 평가와 하반기 계획 회의를 했다. 그러면서 하반기에는 수익성이 낮은 저축성 상품을 해지하고 공격적 투자와 미래를 위한 배당주 투자를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회의가 끝나고 우리는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이제까지 심장이 떨려서 손대지 않았던 테슬라 주식을 3주씩 2회 매수했다. 쫌팽이! 더 했어야 했는데, 5주도 아니고 3주씩 매수하며 간을 보다 3주 만에 무려 40%가 올라 추매를 못하고 있다.   


그 당시 부터 지금까지 같이 주식에 대한 대화를 활발히 나눠오고 있는 상담동료가 있는데, 그녀는 나보다 더 손이 작았다. 우리는 1주 2주로 울고 웃는 쫌팽이들이었다. 그래서 우리를 조막손새가슴스탁클럽이라고 불렀다. 그래도 나는 적어도 3주~5주는 샀는데 그녀는 소수점 매수를 했기 때문에 회장은 그녀였다. 둘 다 주식을 팔아서 소고기 한번 사 먹어보지 못하고 주식은 사이버 머니라며 꿈속의 돈처럼 가지고 있다. 오르면 좋고 내리면 슬프다. 


지금은 과거의 성공이며 실패였던 투자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미국의 주요 인덱스 펀드를 적금처럼 매달 매수 하고 있다. 현재의 사이버 머니가 우리 부부의 노령에 안정적인 연금이 되어 주기를 바라며, 은퇴를 향한 폭주기관차는 오늘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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