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끝났고 마음은 콩밭에
연애를 하면 '아... 이제 곧 헤어지겠구나. 우리의 인연이 다 됐구나.' 하는 느낌이 퐉 오는 때가 있다. 그 때부터는 폭탄돌리기다. 결국 터질 것을 알지만 그게 언제 누구 손에 있을 때 터질지 모르는채 시간을 보낸다. 비겁하지만 먼저 터트리고 싶지도 않고 내 손에 있을때 터지길 바라지 않는다. 그러니 '나만 아니면 돼.'라고 생각하며 지그시 상대에게 폭탄을 넘긴다. 그 때 부터는, 정말은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그냥 만나고 의미없는 시간을 보낸다. 적당히 예의를 지키면서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다. 약속이 깨지면 서운한게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 그때다. 다만 이 폭탄은 터지는 시간이 딱 정해져있다.
일과 사랑은 비슷하다.
일을 처음 만나게 되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일이 연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구직사이트를 찾아보거나 원하는 회사에 적극적으로 구직활동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연애를 시작할 때와 비슷하다. 자만추도 있지만 소개팅을 주선 받기도 하고 데이팅 회사나 앱을 통하거나 스스로 상대를 찾는 적극적인 시작도 할 수 있다. 그 이후의 흥망성쇠 역시 연애와 직장생활이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에 밤낮을 가리지않고 열정적으로 일을 하지만 3개월 3년 단위로 매너리즘에 빠진다. 연애를 시작하면 100일 까지는 눈에 콩깍지가 씌워 모든 것이 다 좋아보이다가 사랑과 증오, 설레임과 지루함, 고마움과 미움이 반복적으로 오르락 내리락 한다. 싸우면 밉고 다른 사람을 더 인정해주면 질투나고 상심하는 것 까지 똑같다. 일이나 사랑이나 인정받고 싶고, 알아주지 않으면 서럽다. 굳이 비교하자면 계약직은 연애, 정규직은 결혼, 프리랜서는 자유연애 쯤으로 해두자. 그리고 어떤 형태이든 진심 열심히 일하고 열열히 사랑했을 때, 끝나면 아프다. 다른 것이라면 직장은 일한 만큼 매 달 월급을 주고 안 주면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연애는 아니다. 내가 사랑한 만큼 매 달 사랑받지 못한다고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없다. 더 받을 수도 있지만 못받아도 항의할 수가 없다. 이혼을 할 수는 있지만, 법원이 사랑을 준 만큼 정확히 되돌려 주도록 정해주지는 않으니 말이다.
나의 사랑 하나가 끝난다.
나의 업무, 나의 내담자들, 나의 사무실, 나의 동료들과 안녕이다. 자유용역주제에 표현이 거창하다. 나름 일부기간 동안은 계약직이지만 4대보험도 받았으니 이해하자. 아직 폭탄이 터지기까지 보름이 남았고 환승할 근무지는 없지만, 마음만은 이미 여럿 찜해놓고 침을 흘리고 있다.
미안. 난 이미 딴 놈(들) 생각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