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By 비욘 나티코 렌데블라드
20대 중반, 한창 사회로 나올 준비를 하던 때 읽던 책들은 말했다.
네 안의 잠든 거인을 깨워라.
말한 대로 이루어진다.
너 자신을 믿어라.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면 다 이루어진다.
성공은 단단한 정신력 위에 열정이라는 연료로 달리는 폭주기관차 같았다. 나는 두말할 것 없이 그 기관차에 올라타고 싶었다. 내가 원하면 내가 노력하면 코엘료의 연금술사처럼 돌도 금으로 만들 것 같은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열정이라는 연료는 언제 어디서나 화수분처럼 불어나는 마법의 휘발유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 여름 스콜처럼 쏟아지지만, 가물 때는 아무리 기우제를 지내도 쨍한 하늘 같았다. 열정이 없는 노력은 과녁 없는 화살과 같다. 금방 바닥으로 뚝 떨어지고 만다. 열정만 문제겠는가. 노력도 마찬가지다.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 노력이라는 믿음은 나를 패배자로 만들 때가 많았다. 원하는 대학에 못 갔을 때도, 매번 형편없는 토플 점수를 받았을 때도, 박사를 포기했을 때도 어쩌면 노력해서 될 일을 하지 못한 자신을 비난했다.
물론, 자신을 믿고 갈아 넣고 성장하는 것이 20대의 과제라는 생각도 든다. 젊음은 기관차의 꺼지지 않는 엔진이 되고 불안은 마법의 연료가 된다. 그때, 자기 개발서는 폭주하는 기관차에 날개를 달아준다. 분명 그 믿음이 지금의 나를 키웠다. 그러니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40대의 독서는 이제까지 이룬 것을 무시하라고 말한다.
4의 과정에서 얻은 지혜가 사실은 전혀 지혜가 아님을 깨닫는다.
최근에 읽은 넥서스(유발 하라리. 2024)에서도 줄기차게 하는 얘기는 내가 아는 정보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 확신하지 말고 의심하며 끊임없이 자가검열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시대의 흐름이 모두 내가 틀렸다고 외치는 와중에 나는 브런치스토리의 송지영 작가님의 떠오르는 생각, 전부 진짜일까? 를 읽고 그 글에 소개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를 읽었다.
'틀리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여겼던 바로 '그 믿음'이 틀렸다고 외치고 있었다. 그것이 싱크어게인에서 말한 다섯번째, 이제까지 나를 키운 '나는 옳다'라는 생각이 전혀 지혜가 아님을 깨닫게 해 주는 과정이었다.
스웨덴의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성공가도를 달리던 젊은이가 17년간 태국의 숲 속 승려가 된다. 수행을 마치고 세상으로 나와 그간의 배움을 전파하던 중, 자신이 루게릭병을 앓게 됨을 알게 되고 겸허히 죽음을 수용하는 과정이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저자가 인생을 통틀어 깨달은 가장 값진 가르침, 인생이 뜻대로 흐르지 않을 때 당신의 근심을 모두 지워줄 마법의 주문은 바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130p) 그는 '내가 틀릴 수도 있고 내가 다 알지 못한다라는 생각이 분명 자신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최근 모임에서 만난 팀원이 나와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그렇게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고 그 생각이 절대 강한 사람이 아님에도 불편한 마음이 넘실거렸다. 나도 분명 내 생각에 확신이 있으니 상대의 다른 의견이 더 틀렸다고 판단되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마음속에서 이미 '이번엔 네가 틀렸어. 그러니 나에게 그런 말 하지 마. 당신이 옳다고 믿는 정보가 사실이라고 어떻게 자신하지?'라고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사람에 대해 '무서운 확신을 가진 실천가'라는 생각이 들어 두려웠다.
아들은 수학학원에 다니겠다고 거액의 학원비를 결제하게 만들고는 첫 숙제부터 밀려 셔틀에서 급히 '풀었다'라고 했지만 문제집이 깨끗한 것을 보니 찍은 듯했다. 숙제의 대부분을 틀려온 결과를 마주한 선생님에게 득달같이 연락이 와, 이 실력이 원래 실력이라면 지금 반에는 있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아들은 자신이 하겠다고 하고 안 해서 나를 열불 나게 만든다. 그런 아들에 대해 나는 '실천 없는 의지를 가진 몽상가'라는 생각이 들어 답답했다.
그러는 나는 무엇인가?
아마도 '자기 확신에 빠진 통제자'가 가장 적절할 것이다. 상대의 무엇이 틀렸는가를 찾을 것이 아니라, 나의 무엇이 틀렸는가를 알고, 받아들이고,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각자의 전쟁을 치르는 모든 이들에게 부디 친절하도록, 다정하게 말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좋은 책을 소개해주신 브런치 송지영님 감사합니다.
나티코, 혼돈은 자네를 뒤흔들지 모르지만 질서는 자네를 죽일 수 있다네. p.167
저는 또다시 주먹을 너무 세게 지었던 것입니다. 세상이 마땅히 어떤 모습이여 하는지 다 안다고 상상한 것이지요. 그런데 세상의 모습이 제 생각과 맞지 않자 울컥한 것입니다. 세상이 이렇게 했어야 한다는 생각은 늘 저를 잡고 어리석고 외롭게 만듭니다. 그런 기분을 잘 안다면 주먹을 세계 줬다가 힘을 빼고 활짝 펴 보세요. 간단한 동작이지만 우리가 유난히 집착하는 것을 내려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보여 줍니다. 저는 여러분이 손을 조금 덜 세게 지고 더 활짝 편 상태로 살 수 있길 바랍니다. 조금 덜 통제하고 더 신뢰하길 바랍니다. p.167
인간을 지배하는 생각에는 과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생각과 미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생각이 있다…이 생각들은 둘 다 멋지고 소중한 것들이 가득 든 짐이지만 때로는 잠시 그 짐을 내려놓는다면 어떨까요? 인생에서 좀 더 가까이 당면한 순간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을 반갑게 맞아 보는 겁니다 짐은 어디 가지 않습니다. 언제든 원할 때 다시 집어 들면 됩니다. p.177
짐을 내려놓으세요. 그리고 편히 쉬세요. 푹 쉬고 나면 짐을 더 쉽게 들 수 있어요. p.178
통제 욕구를 내려놓고 당면한 상황을 의식하려면 불확실성에 직면할 용기를 내야 합니다. p.185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는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어느 정도 삶을 미리 계획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계획을 세우는 것과 그 계획이 반드시 결실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지 계획 자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삶을 뜻대로 휘두르려고 노력하는 건 끊임없이 흐르는 물살을 맨손으로 붙잡으려는 것과 같습니다. 끊임없는 변화는 자연의 속성입니다. 186.
만나는 사람마다 네가 모르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 친절하라 그 어느 때라도. p. 277
그날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모든 사람과 반드시 이별할 것입니다. 그것만이 확실하며 그 나머지는 다 추측이고 가능성입니다. 그러므로 다정하게 다정하게 다가가야 합니다. p. 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