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의 생존법 - 레오
레오는 능숙하게 칵테일 셰이커를 흔들었다. 그의 손에서 제조되는 알록달록한 빛깔의 칵테일은 손님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았다. 레오의 앳된 얼굴에 깊은 인중 밑으로 도드라진 도톰하고 빨간 입술은 마치 따로 붙여놓은 듯 눈에 띄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 같은 사실 아직 소년 같은 그의 외모에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매료되었다. 얼굴이 그의 무기였고, 강남 한 복판에 있는 고급바에 쉽게 취직할 수 있었던 것도 온전히 실력 덕은 아니었다.
레오가 있는 바 앞으로 젊은 여자 손님들이 여럿 앉아 있었다. 실내조명은 어두웠지만, 레오가 있는 바 안쪽에는 레일 조명이 그의 얼굴을 더 빛나게 보이게 만들었다. 각양각색의 잔에 담긴 칵테일을 홀짝홀짝 마시며 눈으로는 레오를 흘깃흘깃 쳐다봤다. 레오는 그런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 듯 손목에 채워진 스마트워치를 주시했다. 때마침 바 안쪽에 일반 손님들이 들어갈 수 없는 문이 열리며 레오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딱 붙는 미니 원피스는 가슴골이 깊이 파여 있었고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그녀의 킬힐이 바의 바닥에 꽂힐 듯 찍혔다. 그녀의 외형도 눈에 띄었지만, 웬만한 연예인보다 돋보이는 얼굴에 주변의 시선이 모였다. 그녀는 이미 만취한 남자를 간신히 부축하며 레오가 있는 바 근처로 왔다. 그녀가 아무렇게나 남자를 의자에 던져놓고 옆자리에 앉자 주변의 여자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 아. 죽는 줄. 레오, 위스키.
- 이번엔 누구야?
- 이 아저씨? 큭큭 의사야.
- 제대로 물었구나.
- 몰라. 돈은 잘 쓰는데 하우스나 쫓아다니는 변태새끼야. 너만 알아. 여기 작대기 대주는 의사라는데 나야 뭐 받을 것 받으면 그뿐이지만.
- 야 깨나 봐.
레오가 낮게 읊조리며 남자의 얼굴을 매섭게 살폈다. 오른쪽 눈썹 위로 까만 점이 사마귀처럼 불룩 튀어나와 안 그래도 불 품 없는 얼굴이 더 흉측해 보였다. 남자는 바에 고꾸라져 있던 얼굴을 들어 레오를 쳐다봤다.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내 옆에 있는 여자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 레오. 독한 걸로.
여자는 속삭이듯 레오에게 말하고는 자신의 가슴을 짓누르는 기름이 번들거리는 남자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레오는 칼날같이 빛나는 눈빛으로 그를 한 번 더 찍어 보고는, 쏜살같은 손놀림으로 바 밑에 숨겨놓았던 작은 갈색 술병의 술과 바에 나열된 녹색의 압생트를 섞어 잔에 담아 주었다. 여자는 마치 물이라도 되는 듯 이미 취한 남자의 입에 술을 부었다. 레오는 그런 여자의 행동을 유심히 바라봤다.
- 곧 픽업 올 거야. 완전히 취해 있으면 그냥 나오면 돼. 개꿀.
레오는 그녀가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데이트 어플에서 먼저 말을 걸었던 것도 레오였다. 이 바에 취직을 하게 된 것도 그녀의 도움이 컸다. 겉으로는 평범한 칵테일바였지만, 안쪽으로 회원제 클럽이 있었고 그 안에서 암암리에 불법적인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핸드폰으로 콜이 오자 그녀는 남자의 지갑에서 5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 퇴근하고 시간 돼? 나 금방 끝날 듯.
- 오늘 동생 제산데.
- 동생? 아쉽네.
여자는 눈을 찡긋하고는 다시 남자를 깨워 간신히 일으켜 세워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 레오가 테이블 안쪽에 작은 갈색 술병을 주머니에 넣고는 핸드폰을 꺼내 전원버튼을 켰다. 머리가 다 빠진 남자가 환자복을 입고 휠체어에 앉아있고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교복을 입은 여자 아이가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떴다. 오늘의 이벤트에 '제사'라고 적혀있었다. 레오의 동생은 펜타닐 중독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다. 레오가 싫어하던 동생의 남자친구가 동네 의사에게 처방받은 마약성 진통제 패치를 발목을 삐었다는 그의 동생의 다리에 붙였다. 그 남자친구를 찾아갔을 때는 이미 그 아이도 제정신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렵게 그들에게 펜타닐을 처방해 준 의사를 찾았을 때는 암에 걸렸던 아버지도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레오는 상복을 입고 의사의 병원을 찾아갔다. 기름이 번들거리는 얼굴에 흉측한 검은 점이 오른쪽 눈썹 위에 있었다. 레오는 아빠가 채 다 먹지 않은 마약성진통제를 곱게 갈아 작은 갈색 술병에 담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