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양성

이 여자의 생존법 - 주영

by Lali Whale

주영은 병원 복도에 북적이는 사람들을 피해 한쪽 구석에 서 있었다. 복도에 놓여있는 벤치는 물론, 빽빽하게 놓인 간이 의자까지 환자들이 촘촘히 앉아있었다. 모두들 마스크를 쓰고 모자까지 푹 눌러쓰고 두툼한 외투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경계했다. 간혹 고통스럽게 기침을 하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피할 곳 없는 곳에서 사람들은 쥐며느리처럼 등을 보였다.


- 이주영 님, 이주영 님!

- 네. 여기요.

- 이주영 님 양성입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 벌써 4년째에 접어들었다. 처음보다는 바이러스 감염자에 대한 격리도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일주일 동안은 외부 활동을 금지하고 격리를 해야 했다. 걸리면 폐가 망가진다든가 미각이 마비되고 일주일은 죽을 것 같이 아프며 가족들과 격리되어 죽을 수도 있다는 초기의 두려움에서는 많이 벗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남아있었다.


주영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감염되는 일 없이 잘 버텨왔었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사람은 친구가 없는 사람이라는 우스갯말이 있었지만 근거가 없는 말도 아니었다. 주영은 퇴근 후에 친구를 만나는 일도 없었고 코로나 덕에 억지로 참석하던 회식도 거의 하지 않아 팬데믹 기간 동안 꽤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동료들이 코로나에 걸려 1주에서 2주씩 회사를 나오지 않는 것이 부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죽다 살았다는 사람들을 보면 걸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최근 실내 마스크 사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지난 목요일부터 온몸이 으슬으슬하고 목이 칼칼하더니 결국은 코로나에 걸리고 만 것이다. 심적으로 옆자리의 김대리가 의심되지만 이제는 전염경로를 확인하는 일은 하지 않았기에 확신할 수는 없었다.


주영은 금요일에 병원에 갈 수도 있었지만, 꾹 참고 토요일에 병원에 갔다. 이왕 1주일을 격리한다면 굳이 금요일에 회사에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토요일에 확진을 받으면 금요일 까지는 병가를 쓸 수 있으니 주말을 오롯이 쉴 수 있었다.


생각보다 증상은 심하지 않았다. 이미 다들 걸렸을 거라 생각했지만 병원은 여전히 코로나 검사를 받는 환자들로 북적였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 진료를 받고, 또 긴 시간을 기다려 약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중간에 다시 나오지 못할 수도 있어 마트에서 한 주간 먹을 장을 잔뜩 보고, 빵집에 들러 좋아하는 마들렌과 까눌레를 여러 개 샀다. 냉동실에 넣어 놓고 매일 하나씩 꺼내어 커피와 함께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군침이 돌았다.


하지만 이삼일이 지나면서 주영의 몸 상태는 끔찍해졌다. 목구멍을 바늘로 긁는 것 같았고, 고열 때문에 온몸을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장 봐왔던 채소들은 냉장고에서 꺼내지도 못했고, 목이 아파서 빵은 먹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몸은 천근만근 같았고 밥을 제대로 못 먹고 약을 먹으니 속이 쓰렸다. 회사에 가지 않으니 어느 누구로부터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회사 사람들과 친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같은 사무실의 동료들이 코로나에 걸렸다고 하면 배즙이나 레토르트 죽이라도 보냈던 주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까지 아무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영은 서운하고 화도 났다. 과거에 연예뉴스에서 코로나로 격리 중인 연예인들이 먹을거리 선물이 넘쳐난다는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인생을 잘 살았다는 둥 하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비웃었지만, 막상 나에게 닥치니 나는 인생을 잘못 산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다고 관종처럼 잘하지도 않는 인스타에 죽는소리를 하는 멍청한 짓까지는 하지 않았다. 주영은 혼자라는 자유로움이 오늘 따로 지독하게 외로웠다.


처음 병원을 방문했을 때는 가벼운 증상이어 제대로 약을 받아 오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주영은 아픈 몸을 겨우 일으켜 다시 병원으로 갔다. 며칠 만에 밖으로 나오니 세상의 빛이 한꺼번에 자신에게 쏟아지는 것만 같았다. 머리가 멍했지만 뺨을 스치는 바람까지 너무나 싱그러웠다. 오히려 밖으로 나오니 몸도 좀 더 가뿐해지는 것만 같았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병원은 주말처럼 붐비지 않았다. 이번에는 복도가 아닌 대기실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모니터 화면으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주말에 봤던 의사와는 다른 의사가 진료를 보고 있었다.


- 증상은 어떠세요?

- 전보다 많이 안 좋아요. 누런 가래와 콧물도 많이 나오고요.

- 2차 감염이 있었나 보네요. 많이 고생했겠어요. 가족들은 함께 있으시고요?

- 아니요. 혼자요.

- 이런. 혼자 더 힘들었겠네요. 혼자라도 잘 챙겨 먹고요. 아래 죽집에서 죽이라도 사서 꼭 드시고 약 드시고요.

- 네...

- 이 약 드셔 보시고 안 좋으면 다시 오시고요. 몸조리 잘하세요.

- 네. 감사합니다.


주영은 의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왠지 코끝이 찡해졌다. 눈물이 찔끔 날 것 같아, 쓰고 간 모자를 더 푹 눌러썼다. 약을 타러 가는 길에 이번에는 의사의 말대로 죽을 포장 해 집으로 갔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현관문 앞에 택배박스 서너 개가 놓여있었다. 자가격리를 하면서 알람을 꺼놓은 회사의 단톡방 창을 열어보았다. 수백 개의 톡이 쌓여있어 한참을 위로 올려 봐야 했다. 옆자리의 김대리도 코로나에 다시 걸렸고, 다른 사원까지 총 4명이나 코로나에 걸려 사무실은 거의 마비가 되어있었다. 택배박스에는 낯선 이름도 낯익은 이름도 보였다. 주영은 왠지 머쓱해져 택배박스를 안으로 들고 왔다. 주영의 입가에 미소가 스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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