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자의 생존법 - 수희 친구
“그 터널로 들어가면 죽은 사람 한 명을 데려올 수 있대. “
그 얘기를 들은 것은, 도박을 하던 동거남으로 인해 생활고를 겪던 고향 친구인 수희가 한동안 사라져 있다 어느 날 산사람도 죽은 사람도 아닌 것 같은 얼굴로 나타나 나에게 한 얘기였다. 왜 그렇게 오래 연락이 안 되었냐고 걱정했었다는 나의 물음에 어떤 것도 답하지 않고, 무슨 터널에 대한 얘기만 중얼거렸다. 우리가 어릴 적 살던 동네라고 했다. 시골 동네였고, 터널이 들어올 만한 자리가 없었다. 그 친구가 제정신이 아니어서 한 얘기라 생각하고 무시했다.
그렇게 잊혀졌던 그 터널이 다시 떠오른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나의 결혼을 일주일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영호가 죽었다. 결혼 전에 이미 집을 계약하고 우리는 그 안에 신혼살림을 채워놓았다. 냉장고가 들어왔고, 세탁기와 건조기, 침대가 들어왔다. 그날 아침에 새로 산 시트를 씌운 새 침대에 누워 퇴근하고 저녁에 뭘 먹을지 즐거운 고민을 했었다. 영호는 치킨에 맥주를 마시며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자고 했고, 나는 살찌면 드레스가 맞지 않는다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도 나는 치킨을 사놓고 영호를 기다렸다. 영호가 돌아오면 치맥을 주고 나는 정말 조금만 먹어야지 하는 다짐을 했었다.
영호의 부고를 들은 것은 그날 새벽이었다. 교통경찰이었던 영호가 신호를 위반하고 질주하는 차에 매달려 2킬로 미터를 끌려갔었다고 한다. 낮이었고, 하늘이 맑은 날이었는데 왜 그 운전자는 술에 취해 미친 광기를 부린 것일까. 그 운전자는 결국 경찰에 체포되었지만, 영호는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수희가 살던 곳 수희가 일하던 곳 수희가 있을 만한 모든 곳을 찾아다녔지만, 그녀를 찾을 수가 없었다. 수백 통의 통화 수백 통의 문자를 남겼지만 답이 없었다. 미친 사람처럼 날뛰며 가까스로 영호의 장례를 미루고 난 무작정 고향으로 차를 몰고 가서 수희가 말한 터널을 찾아 헤매었다.
띠링
‘모든 걸 잃어도 된다면 그곳으로 가. 너의 선택이야.’
수희의 문자였다. 문자에는 터널 입구로 보이는 곳의 이정표가 보이는 사진이 있었다. 나는 핸드폰 내비게이션에 그 이정표의 주소를 넣어 차를 몰고 갔다. 이십 년 가까이 산 곳이었지만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었다. 차를 몰고 한 시간이 넘게 산길을 따라갔다. 그리고 수희가 보낸 사진과 비슷한 곳을 마주했다. 그곳은 사람이나 겨우 지나갈만한 터널이 뚫려 있었다. 핸드폰 만을 챙겨 나는 미친 듯이 그 터널로 들어갔다. 한 참을 터널 안으로 들어갔을 때, 난 정말 영호를 보았다.
영호가 다시 눈을 뜬 것은 기적이라고 했다. 그가 죽고 6일이 지나던, 우리가 결혼하기로 한 그전 날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결혼식은 예정대로 치러질 수 없었다. 그 터널에서는 오직 한 사람만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도박 빚을 지고 자살한 여자 친구를 찾으러 갔던 수희의 남자친구도 더 이상 수희 곁에 없었다. 터널에서 되돌아올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