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의 생존법 - 기호
줄곧 비가 내렸다. 기후 위기로 6월부터 찌는 듯이 더웠고 7월이 되면 한 달 내내 배가 내렸다. 기호의 집 옆의 비닐하우스에는 동물들의 배설물과 음식물 쓰레기 썩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아무리 창을 닫아도 무너질 듯한 스레트지붕의 낡은 집으로 악취가 들어왔다. 눈치도 보지 않는 바퀴벌레가 사람보다 더 자주 문지방을 넘었고 까만 참깨 같은 벌레들이 옷이나 이불에 따닥따닥 붙어 있었다.
콰직.
하고 낡은 지붕이 종잇장처럼 구겨져 뜯겨나갔다.
20년 이상을 외지에서 떠돌던 기호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것은 화창한 여름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직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작정으로 모친의 마지막 남은 금반지와 금목걸이를 훔쳐 달아났었다. 기호의 모친은 그가 중학교 때부터 침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루게릭이라고 했다. 모친은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유일한 폐물을 뜬 눈으로 아들에게 빼앗기면서도 눈만 꿈뻑일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기호는 일찌감치 팔아버린 모친의 반지 대신 소주병의 초록색 쇠고리를 동글게 말아 이제는 숨도 혼자 못 쉬는 모친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모친의 환자용 침대는 제때 치우지 않은 배설물과 욕창에서 질질 새어 나온 진물이 얼룩져 악취가 코를 찔렀다.
하지만 기호가 집을 나간 것은 모친 때문만은 아니었다.
개장수인 아버지는 비가 오는 날이면 비가 와서 술을 마시고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날이 좋아 술을 마셨다. 비닐하우스로 된 큰 막사 안은 백여 개의 뜬장이 켜켜이 쌓여있었고 죽음을 기다리는 병든 개들이 울음을 삼키고 웅크려 있었다. 그 옆으로 아버지의 집이 간신히 허물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아직도 아궁이가 있는 부엌과 두 개의 방과 욕실이 있었다. 두 개의 방 중에 한 곳은 정체 모를 짐들이 가득 쌓여있었고 남은 하나의 방에 기호네 세 가족이 밤낮으로 엉겨 살았다. 이 집은 기호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살던 곳이었다. 원래는 산이었던 땅에 움막을 지어 도지 농사를 지었다고 했다. 움막은 집이 되었고 농지에는 비닐하우스가 지어졌다. 아버지는 자신의 것이 아닌 땅에 조상부터 살아온 집의 지박령처럼 붙어 있었다. 그린벨트인 터가 정부 사업에 수용되기만을 기다리며 그 집을 벗어나지 못했다.
기호는 단 한 번도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지 않았다. 기호 스스로도 이곳이 집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감히 아버지에게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자고 말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사나흘에 한 번씩 찍소리 못하던 개들을 비닐하우스 뒤에 있는 큰 나무에 묶어놓고 사정없이 패 죽였다. 그러곤 폐기름 통에 쓰레기를 불쏘시개 삼아 개털을 그슬렸다. 아버지는 한 번도 기호에게 손찌검을 하지 않았지만, 자신 역시 뜬장의 개들처럼 아버지에게 찍소리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언제 가는 자신도 저 개처럼 영혼까지 검게 그을릴 것이란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마음을 주지 않으려 해도 자신을 보면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흔들던 검둥이가 의례 아버지에게 맞아 죽던 날 기호는 아버지의 초록색 소주병을 집어 들었다.
기호에게 아버지의 부고를 알린 것은 사회복지사였다.
그간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은 지옥 같은 곳으로 기호는 뚜벅뚜벅 걸어갔다. 뜬장을 꽉 채웠던 개들은 이제 스무 마리도 채 되지 않았다. 아직 아버지의 부존재를 모르는 듯 여전히 두려움으로 가득한 눈이었다. 비닐하우스에는 수백 개의 빈병이 백골의 무덤처럼 봉긋 솟아있었다. 기호는 자신이 가져온 소주병을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곳에 던졌다.
기호의 집 근처로 판교를 버금가는 테크노벨리가 들어온다고 했다.
아버지는 죽기 전날 까지도 한 푼의 보상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데모에 참가했고, 돌아와서는 어김없이 술을 마셨다. 아버지가 가슴을 움켜쥐고 죽어가는 순간에 비닐하우스의 개들이 미친 듯이 짖어댔다고 하는데, 그 사실을 도대체 누가 사회복지사에게 전해주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그는 결국 한 푼의 보상금도 손에 쥐지 못한 채 이 집의 귀신이 되었다.
기호는 남은 스무 마리의 개들을 뜬장에서 풀어 비닐하우스에서 놓아두었다. 개들은 두려움의 눈빛을 거두고 자유를 맞이했지만, 삶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서로 짝짓기를 해 개체가 불어났고 먹이는 부족했다. 기호는 모친이 누워있는 비가 새는 방에서 그의 아버지와 다름없이 술을 마셨다. 아버지가 죽고 반년만에 간신히 숨만 헐떡이던 모친도 마침내 마지막 숨을 토해냈다.
어느 누구도 그 무엇을 돌보지 못했고, 오로지 들개처럼 자기 삶을 살았다.
그렇게 수년이 흘렀다.
비 때문인지 집은 큰소리도 빽 내지 못하고 삽시간에 부숴졌다. 비닐하우스의 개들은 동물연대에서 나와 데려가고 그중 몇 마리가 잡히지 않고 기호의 주변을 서성거렸다.
기호는 다시, 초록병의 소주를 덜덜 떨리는 손으로 부서진 집에 집어던지고 등을 돌렸다.
창.
하고 소주병이 깨졌다.
아버지의 집에서 가져온 마지막 물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