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인 출산율

저 세상 생존법 - 하나의료원

by Lali Whale

신월군의 하나뿐인 2차 병원인 하나의료원에서는 폭발적인 출산율로 입원실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저출산으로 인한 고령화문제와 인력 부족에 대한 뉴스가 사람들을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강원도의 산골 마을인 신월군의 특히 병원이 있는 남리는 그런 뉴스를 볼 사람도 없을 정도로 이미 애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였다. 남리는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었고, 이제까지는 시골 요양병원이라고 생각할 만큼 아파도 잘 찾지 않는 병원이었다. 적어도 김간호사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김간호사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모두 알고 있기도 했다. 서울에서 아주 유명한 산부인과에서 오래 일을 했었다고도 하고, 아이가 아홉은 되는 이혼녀라는 소문도 있었다. 가장 유력한 소문은 종합병원 원장의 애인이라는 것이었다. 소문만으로는 신월군의 셀럽이었다. 하지만, 거의 무너져 가다시피 하는 병원을 산부인과로 일으켜 세운 장본인이자 병원의 인사를 손에 쥐고 있는 김간호사에게 모두들 슬슬 눈치를 보며 비위를 맞추려 했다. 막상 만나보면, 친절하고 모두에게 다정한 모습에 사람들도 더 말을 꾸며하진 않았다.


남리 토박이인 지영이 하나의료원으로 취업을 한 것도 놀랄 일은 아니었다. 간호조무사인 그녀에게 큰 병원에서 일하는 것은 경력에 도움이 되기도 했고, 지역의 다른 작은 병원에 비해 근무 조건도 훨씬 좋았다. 다만 외딴 산속에 위치하여 출퇴근이 어려웠고, 어쩔 수 없이 차가 없던 지영은 숙식을 하며 병원에서 생활해야 할 때가 많았다. 그래도 잔소리 많은 엄마와 할머니를 피해 병원에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일을 시작하고 지영은 매일 정신이 없었다. 산모들이 몰려들었고, 한쪽에서는 아기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대부분의 산모들은 외지에서 들어왔다. 그런데 너무나 이상했다. 산모는 있는데, 남편이나 가족이 찾아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같이 있는 사람들이 정말 가족일까 싶게 딱딱한 분위기였다. 가족이라기보다는 관리자 같다고 느껴질 정도로, 그들은 핸드폰으로 뭔가를 계속 기록하고 점검하는 것 같았다. 언제나 같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이 계속 있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사실 이상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산모들은 제왕절개를 통해 아이를 낳았고 최소한의 입원기간이 끝나면 아이와 함께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수술실 뒷정리를 하다 보면 너무나도 말끔했다. 출산 경험이 없는 지영이었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상황과는 매치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간호조무사인 지영은 김간호사 밑에서 회복 중인 산모들을 돌보거나 신생아들을 돌보는 일만 할 뿐 수술 중인 수술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수술실 출입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다. 매우 바빴지만 수술실에 들어가는 것은 원장과 김간호사뿐이었다. 하지만 자기 일만 하면 차곡차곡 들어오는 월급에 어느 누구도 병원의 미스터리에 관심을 갖지 않았고 지영도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럴 수가 없었다. 아무리 눈감으려 해도 커져가는 의혹은 지영을 가만있지 못하게 했다. 이번 주에는 지영이 퇴근할 때 분명히 수술실에 들어갔던 산모가 출근하고 보니 어디에도 없었다. 마치 원래 없었던 사람인 것처럼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수술실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지영은 그 금기를 깨고 수술실 쪽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문은 잠겨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문쪽으로 귀를 가져다 댔다. 너무나 고요했다. 지영은 수술실의 작은 창, 시트지가 찢겨나간 틈으로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희미하여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은 결코 일반적인 수술실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수술실에는 빨간 피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김간호사의 손으로 들려 나오는 아기의 눈이 지영의 눈과 마주쳤다. 그것은 인간의 아이가 아니었다. 물체와도 같았지만 생명체였고 눈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아닐 수도 있었다. 지영은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물러서다 넘어지고 말았다. 그 소리에 수술실의 문이 열렸고, 외계인의 모습을 한 김간호사가 지영의 목을 단숨에 조여 죽였다.


- 인간은 한심하지. 쓸데없는 호기심에 명을 단축하니 말이야. 숙주가 하나 더 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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