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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Jul 29. 2020

이기적 직장인 이기적 유전자

장차 일어날 사회와 경제, 시장과 고객, 지식과 기술에 대한 가정은 무엇인가? 그것들은 정말로 타당한 것들인가. 미래를 가늠해 보는 일은 정확한 미래를 분석하기보다는 우리가 미래에 대해서 새로운 인식을  하기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바로 이거야! 이렇게만 된다면 아무 문제 없어."라고 할만한 그런 미래는 존재하지않는다. 한 개인에게 근사한 미래가 모든 개인과 전 사회에 도래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엄밀히 미래는 희망사항만으로 꾸며진 인식이 될 수 없다. 그런 미래를 설계하려 해서도 안된다. 지금 변화의 흐름이 이끌 미래 특징 중 한 가지는 경제적 요인에서 국제적으로 정치, 사회, 문화적 변화가 촉발된다는 점이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나 미국의 기후협약 탈퇴, 또는 최근의 미중 무역전쟁같은 규모를 더 넘어설수도 있다. 마치 미국이 서부-중부-동부 3개국으로 쪼개지거나, 중국이 북중국-남중국으로 분리되는 것 같은 규모의 사건이 장차 생길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른다. 크든 작든 그런 예상치 못한 변화가 나타날 때 우리는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외부 변화를 염두에 둘 때, 미래의 기업을 위해 필요한 것은 하나의 작고 구체적인 발전이다. 그 발전은 재능이 아닌 용기에서 출발한다. 서툴 수 있고 시작부터 잘 안될 수 있지만, 분명히 미래에는 지금의 조직을 뛰어넘을 대단한 조직이 존재해야 하고 조직 내부에서도 지금의 제품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위대한 변화가 도래해야 한다. 불확실하지도, 위험하지도않은 미래에서 성공하겠다는 생각은 희망에 불과하다.

리처드 도킨슨의 책 '이기적 유전자'에는 기생동물 노세마(Nosema)에 대해서 나온다. 애벌레는 애벌레로 살동안 유약 호르몬을 분비해서 애벌레 생애주기를 유지하다가, 번데기가 되어야할 때는 유약 호르몬 분비를 멈춘다. 거저리 애벌레 (mealworm)에 기생하는 노세마(Nosema)라는 기생 동물은 지속적으로 유약 호르몬을 분비해서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는 것을 막아버린다. 자신들이 살아갈 숙주가 번데기가 되는 순간 자신들의 명(命)이 다하기 때문이다. 마침내 애벌레는 성충 크기보다 세 배나 더 거대해질 때까지  애벌레 형태로만 자라면서 완전한 숙주로써 긴 생애를 마감한다. 번식해서 자신의 DNA를 후대에 전파할 수 있는 성충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기업에도 노세마처럼 성장 억제 호르몬을 분비하며 일하는 구성원들이 있다. 그들은 변화보다 확실성을 추구한다. 안정이 적합해서가 아니라 숙주의 도약적 성장을 위한 변화와 위험을 조금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긴 진화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종은 힘쎈 종이나, 똑똑한 종이 아닌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종이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었다.

왜 기업은 변화에 대비해야하고 또 과감히 착수해야 하는가? 기업의 기회와 위기를 정의하는 것은 기업 스스로가 아니라 시장이다. 시장은 마치 자연선택설이 말하는 원리와 같이 스스로 변할 수 있는 기업만을 선택한다. 시장은 극히 다변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 경쟁에서 미국 GM 자동차가 르노 자동차를 이기면, 궁핍해지거나 실직한 르노 자동차 직원들과 가족들은 싼 물건을 찾기 시작한다. 미국 자동차 회사가 돈을 잘 벌면서 프랑스 대형 마트 까르푸에서 저가 상품 매출이 오르는 현상이 유행처럼 번진다. 그러는 사이 프랑스 르 봉마르셰 백화점에서는 매출이 떨어지면서 변화가 촉구되는 식이다. 이 때 봉마르셰 백화점 사장이 "우리에게 무엇이 문제인가"를 물으면 갖가지 보고가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기업 안의 문제가 무엇이라고 말하는 순간 진짜 문제는 가려진다. 성공이든 실패든  매출 이슈의 원인은 외부 즉, 시장에 있다. 여기에서 문제는 단 하나다. 시장을 보고 따라 변하지 못한 것이다.  국제적 무역 장벽의 철폐, 자유로운 국가간 자본 이동, 선진국 내수 시장 포화, 공격적 수출 정책, 정부 규제 완화, 경쟁의 범세계화로 다투다가 이제는 아이러니하게도 탈세계화(deglobalization)를 알리는 신호탄들이 터지고 있다. 국제 연합체에서 탈퇴하거나, 허물었던 무역 장벽을 다시 쌓아올리고, 지역 경제와 역사, 정치 이슈가 혼합된 복합적 이슈들이 쟁점화 되고 있다.

기업은 이런 시기에 변화를 관리하려 한다. 그러나 변화 관리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하기위한 방법으로 적절치않다. 관리는 측정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형태의 태스크들이다. 하버드 경영대학 교수 존 코터는 저서 '기업이 원하는 변화의 리더'에서, 조직이 혁신을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로 관리지향적 기업문화, 조직구성원들의 오만한 태도, 중간 리더십 부족, 모르는 것에 대한 공포심 등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원인들을 관리 차원에서 정량적으로 측정하며 제거해 나가기란 쉽지않다. 반면 리더십은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고 인간을 이끌어가는 힘이다. 따라서 불투명하고 위험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바탕으로 변화를 리드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 것인지 묻기 보다는 장차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야 할지,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 당연하다. 인류가 긴 역사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미래를 예측하려고 애썼던  이유는 늦기 전에 미리 행동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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