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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Apr 10. 2023

살기 힘든 대한민국


2년 전 잠시 온라인뉴스부에서 일할 때 신기한 현상을 발견했다. 갑자기 쓰러진 노인에게 응급처치를 한 청년이나 배달기사를 위해 문 앞에 음료수와 편지를 둔 사연 등 미담기사의 조회수가 의외로 매우 잘 나왔다. 


기자 초년병 시절엔 뒤틀린 공명심으로 똘똘 뭉쳐서 미담기사는 얘기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뒷목을 부여잡을 만한 분노의 기사가 좋은 기사라고 생각했다. 사회는 악으로 가득차 있는데 조그마한 선행을 부풀려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막는 것은 위선이라고 착각했다. 


그런데 생각이 달라졌다. 요즘처럼 납치, 음주운전, 묻지마 폭행과 칼부림 사건이 쏟아지는 나날에는 소소하지만 사람다운 사람들의 사연 한줄이 간절하고 소중한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와 이 공동체가 살만한 곳이라고 느끼며 조금이나마 안심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이다. 


기다렸다는 듯 흉흉한 사건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근래에는 대한민국서 사는 건 커다란 도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헬조선 살이는 왜 이렇게 갈수록 힘들고 팍팍한 걸까. 정신 나간 사람과 더 정신 나간 사건사고는 늘어나는데 오늘 열심히 살고있는 나와 우리는 내일 더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을까. 


대낮에 음주차량 사고를 당한 배승아 양 기사를 읽으며 화나고 분하고 답답해서 눈물이 다 난다. 해당 뉴스를 전하는 피드 밑으로 주말새 지역구 행사를 다녀온 의원들의 활짝 웃는 모습이 어지럽게 이어진다. 정치는 우리가 아닌 그들의 삶만 더 즐겁게 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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