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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포, 이스라엘의 방패

by hardy
3967af8f-0fb8-44eb-b69d-dfca7fd39ff2.jpg 2022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포를 요격하려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포를 쏘고 2분 안에 자리를 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프랑스의 세자르 자주포가 전 세계 무기 시장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바로 이 장면에서 시작됐다. 포병 전력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포탄이 아니라 반격이다. 쏘는 순간 위치가 노출되고, 몇 분 뒤 적의 포탄이 그대로 날아오는 것이 포병 전쟁의 일상이다.


세자르는 이 패턴을 깨뜨렸다. 짧은 시간에 사격하고 바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살아남는 자주포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그 결과 '쏘고 튀는 자주포'라는 별명이 붙었다. 화력보다 생존을 우선한 자주포라는 점에서 기존 유럽 무기와 유럽 방산 철학의 방향이 전 세계의 관심 속에 다시 조명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전혀 다른 장비가 다른 이유로 화제가 되고 있었다. 아이언돔이 로켓을 요격하는 장면은 이미 여러 영상에서 널리 알려졌지만, 이 무기가 세계를 놀라게 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이언돔은 위험이 없는 로켓은 막지 않는다. 인명 피해가 없다고 판단되면 요격하지 않고, 꼭 필요한 탄만 골라서 요격한다. 군사 장비가 성능을 끝까지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던 시대에, 이스라엘은 방어를 효율의 문제로 해석했다.


이 접근은 도시 방어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아이언돔은 단순한 방공 무기가 아니라 전쟁의 비용 구조를 바꾼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얻으며, 유럽 무기들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방산 사례가 된다.


이 둘의 공통점은 미국식 무기와 다른 길을 걸어왔다는 점이다. 미국 무기는 압도적인 예산과 규모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전 세계 어디에서든 투입할 수 있는 전력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성능은 최고지만, 유지비와 개발비 역시 천문학적이다.


반면 유럽과 이스라엘의 무기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 유럽은 여러 나라가 비용을 나눠 부담하며, 연합군이 함께 운용할 수 있는 체계를 추구한다. 이스라엘은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실제 전장에서 즉시 검증할 수 있는 실용성을 중시한다. 미국의 무기가 거대한 항공모함이라면, 유럽과 이스라엘의 무기는 작지만 효율적인 전투기 같은 존재다. 규모의 차이가 아니라 방향의 차이다.


흥미로운 점은 유럽과 이스라엘이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음에도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자르가 상징하듯 유럽 무기는 연합과 장기 운용을 중심에 둔다. 다국적 연합군이 함께 쓰기 쉬운 체계, 천천히 진화해도 오래 버틸 수 있는 플랫폼, 표준화된 장비라는 방향이 유럽 방산의 기본 전제다.


반면 아이언돔이 대표하듯 이스라엘 무기는 속도와 실전성이 중심이다. 오늘 밤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환경에서 탄생한 무기들은 빠르게 개량되고 즉시 투입되며, 실패 경험조차 다음 날 업데이트로 반영된다. 한쪽은 오래 버티는 방식, 다른 한쪽은 반드시 살아남는 방식으로 설계가 발전해 왔다.


이 두 방산 세계가 나란히 주목받는 이유는 현대전이 한 가지 답으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쟁은 더 복잡해졌고, 위협은 더 다양해졌다. 드론이 하늘을 채우고, 장거리 정밀타격이 일상이 되고, 정보전과 심리전이 동시에 벌어지는 전장에서 한 가지 무기 철학만으로는 전쟁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유럽식 무기와 이스라엘식 무기가 모두 선택지를 제공하는 시대가 되었다.


결국 유럽과 이스라엘의 방산을 바라본다는 것은 단순히 장비를 비교하는 작업이 아니다. 서로 다른 전략 환경 속에서 탄생한 두 무기 철학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그리고 왜 지금 다시 세계의 관심을 받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202302010537244282_l.jpg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아우디이우카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군을 향해 프랑스제 세자르 자주포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


유럽의 방산


유럽 무기를 이해하려면 먼저 한 가지 전제를 놓고 봐야 한다. 유럽은 전쟁을 혼자 치르지 않는 대륙이라는 점이다. 유럽은 나토라는 공동 안보 체계 아래 묶여 있고, 전쟁이 벌어지면 연합군이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가 기본값이 된다. 그래서 유럽 무기는 한 나라만 잘 쓰는 무기가 아니라 여러 나라가 오래 함께 쓸 수 있는 무기를 지향해 왔다. 무기 하나로 전쟁을 끝내는 것보다, 오랜 시간 버티며 동맹의 전력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세자르 자주포는 그 철학을 가장 단순하고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이 자주포가 유명해진 이유는 화력이 아니라 생존 개념이었다. 포를 쏘는 순간 곧바로 반격이 날아오는 전장에서 세자르는 사격과 이동을 반복하며 아군 포병의 전력을 최대한 오래 보존하는 장비로 설계됐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세자르가 특히 환영받은 이유는 바로 이 효율성 덕분이었다. 나토의 디지털 사격통제 체계와 탄약 규격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다른 장비와 섞어 운용하기도 쉬웠다. 이 자주포는 성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유지되는 전력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유럽 방산을 상징하게 되었다.


news-p.v1.20230224.a236d9cda99e40278c1d8d658512fd2f.jpg 레오파르트 2

전차에서는 독일의 레오파르트2가 대표적이다. 이 전차는 단일 모델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가며 성장한 플랫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의 여러 국가가 같은 전차를 함께 운용했고, 각 나라가 쌓은 전장 데이터가 개량 과정에 반영되며 전차의 신뢰성과 성능이 자동으로 쌓여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A4, A5, A6, A7로 이어지는 개량 단계는 단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협력의 결과물이었다. 한 세대가 지나면 버려지는 전차가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단단해지는 전차라는 이미지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공군에서는 라팔과 유로파이터가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라팔은 프랑스가 운용 주권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개발한 전투기였고, 유로파이터는 여러 국가가 공동 개발과 공동 운용을 실험한 유럽 컨소시엄의 결과였다. 개발 경로는 달랐지만 방향은 같았다. 연합 작전에서 호환성을 유지하면서도 각국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 하나의 국가가 모든 전력을 책임지는 미국식 구조와 달리, 유럽 전투기는 연합이라는 조건 위에서 태어난 장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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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흐름은 미사일에서도 반복된다. MBDA의 미티어는 단순히 사거리를 늘린 공대공 미사일이 아니라 연합 공군의 교전 범위를 넓히는 무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핵심은 끝까지 추적해 교전권을 확보하는 개념에 있다. 혼자 강한 미사일이 아니라 함께 쓸 때 더 큰 효과를 내는 미사일이라는 점에서 유럽 방산 철학이 그대로 투영된 장비였다.


하지만 유럽의 방산 산업은 그 구조만큼 단점도 뚜렷하다. 가장 큰 문제는 느린 의사 결정이다. 여러 나라가 의견을 조정해야 하니 사업 속도가 자연스럽게 늦어지고, 개발비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A400M 수송기 사업은 대표적인 사례였다. 개발 기간은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고, 예산은 초기 계획을 크게 넘어섰다. 강한 플랫폼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그 과정은 유럽 방산의 비효율을 그대로 드러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생산 속도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자 유럽 주요국들은 뒤늦게 포탄과 장비 생산량을 늘리기 시작했지만, 이미 전쟁은 하루 단위로 변화하고 있었다. 유럽 방산 시스템은 평시 효율에 초점을 맞춘 구조라 전시 생산 체계로 빠르게 전환하기가 어렵다는 약점이 드러났다. 플랫폼은 강하지만, 물량을 단기간에 쏟아낼 수 있는 미국식 군수 시스템과 비교하면 확실한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서 차세대 전차와 차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 방향을 놓고 이견이 반복되는 모습도 나타난다. 공동 방산은 비용을 나누고 기술을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치적 속도는 기술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유럽 무기의 미래가 플랫폼 중심에서 여전히 강점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하지만, 속도와 민첩성이라는 과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유럽 방산을 다시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전쟁을 오래 버틸 수 있는 체계를 만들되, 동맹이 함께 유지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든다. 장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느린 속도와 정치 변수라는 약점을 안고 움직여야 하는 구조 역시 여전하다. 그래서 유럽 무기는 강한 무기라기보다 오래 살아남는 무기, 혼자 빛나는 무기라기보다 함께 쓰일 때 의미가 커지는 무기로 정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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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방산


이스라엘의 무기를 이해하려면 먼저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 이 나라는 지리적으로 넓지 않고, 주변국의 위협이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환경에서 국가 생존을 유지해 왔다. 전쟁이 일정 주기마다 반복되고, 테러와 국지전 같은 비대칭 위협이 일상처럼 이어진다. 이스라엘이 화려한 군사 퍼레이드를 하지 않아도 세계에서 가장 실전적인 군대를 가진 나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무기 개발은 화력이나 체급 경쟁보다 지금 당장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지, 전장을 1분이라도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아이언돔은 이스라엘식 사고의 출발점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무기다. 날아오는 로켓을 막는 장면이 자주 알려져 있지만 이 시스템의 핵심은 요격 능력이 아니라 선택적 방어 개념에 있다. 인명 피해가 없다고 판단되는 로켓은 막지 않고, 막아야 할 탄만 골라서 요격한다. 방공 시스템이 요격 자체가 아니라 비용과 효율이라는 문제로 전환된 순간이었다. 아이언돔이 유명해진 이유는 성능보다 사고방식 때문이다. 도시 방어를 어떻게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 것인지, 전쟁을 경제학으로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보여준 사례였다.


육상에서는 트로피 능동방어체계가 대표적이다. 이 시스템은 적의 로켓과 대전차 미사일이 날아오는 순간 탐지하고, 즉시 역탄을 발사해 초탄을 무력화한다. 방어를 장갑 두께로 해결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공격을 아예 하늘에서 지워버리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다. 트로피는 장갑을 두껍게 만드는 대신, 전차를 덜 맞게 만드는 해법을 제시했다. 무게와 기동성 모두를 챙기면서 생존성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은 셈이다.


AKR20230410154500079_01_i_P4.jpg 이스라엘 스파이크 미사일


공격은 스파이크 미사일이 상징한다. 스파이크는 발사 후에도 표적을 수정할 수 있는 유도 시스템과 다양한 사거리 버전을 갖추면서 도시, 산악, 국지전 등 다양한 환경에서 운용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스파이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대전차 미사일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이유는 명중률보다 적응성이다. 실전이 반복되는 나라에서 태어난 무기는 환경 변화에 얼마나 빨리 대응할 수 있는지가 곧 경쟁력이 된다.


1269_3892_444.jpeg 이스라엘 메르카바 전차


이스라엘의 전차인 메르카바 역시 같은 철학을 공유한다. 이 전차는 승무원 보호를 최우선 순위에 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차체 앞에 엔진을 배치해 탑승 공간을 방패처럼 보호했고, 후방 공간에는 승무원을 태우거나 부상병을 수송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전쟁에서 가장 귀중한 자산이 사람이라는 인식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화력 경쟁보다는 생존 경쟁에 초점을 맞춘 전차라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장비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무기가 전쟁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무기를 지배한다는 인식이다. 이스라엘은 위협이 예측 가능하지 않은 환경에서 실전 피드백을 가장 빠른 속도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방산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그래서 이스라엘 무기들은 전시 긴급 대응, 기동, 실제 교전에서 즉각성이 강한 장비들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 방식에도 그늘은 있다. 첫 번째 문제는 비용이다. 아이언돔의 요격 미사일은 로켓보다 비싸고, 갈수록 정밀도가 높아질수록 유지비 부담은 커진다. 두 번째는 정치적 논란이다. 이스라엘 무기가 실전에서 검증된다는 사실은 동시에 실전이 계속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쟁과 분쟁이 이어지는 환경에서만 검증과 개량이 가능하다는 점은 국제 사회에서 늘 비판을 부르는 지점이다. 세 번째는 확장성 문제다. 이스라엘식 무기는 자국 환경에 최적화되어 있어, 대규모 연합 전력 환경에서 적용할 때 제약이 생기기도 한다.


최근에는 중동 정세 악화와 가자지구 전투로 인해 방산 윤리 논쟁이 다시 부상했고, 이스라엘 무기의 수출 확대를 둘러싸고 일부 국가에서 정치적 부담을 드러내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실전성과 효율이라는 장점이 유지되더라도, 외교적 리스크와 이미지 문제는 이스라엘 방산이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이스라엘 방산은 살아남는 무기를 만드는 산업이다. 실전에 곧장 투입되고, 결과가 기술개발로 곧장 환류되는 구조 속에서 속도와 실용성을 극대화해왔다. 그 과정에서 강력한 무기 경쟁력을 얻었지만, 동시에 정치와 윤리를 뒤따라 안아야 하는 특수한 한계도 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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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vs 이스라엘 그리고 한국


유럽과 이스라엘의 방산은 같은 무기 산업이지만 서로 다른 전쟁을 전제로 움직여 왔다. 유럽은 전쟁을 오래 버티는 대륙이었다. 국경이 맞닿아 있었고, 갈등은 반복됐지만 대규모 전면전은 오랜 기간 억제하는 구조 속에 있었다. 그래서 유럽의 무기는 혼자 싸우지 않고 연합의 틀 안에서 긴 호흡으로 움직이는 전력에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이스라엘은 전쟁이 반복되는 국가였다. 위협이 일상처럼 도로 위와 도시 위에서 출현했고, 전면전과 국지전이 모두 가능하다는 특수성이 있었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무기는 싸우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싸울 수밖에 없는 시간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관점의 차이는 무기의 목적을 갈라놓았다. 유럽은 무기가 오랫동안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연합 운용과 플랫폼 중심 사고가 발달했고, 결과적으로 호환성의 무기를 만들어냈다. 반대로 이스라엘은 무기가 즉시 효과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전에서 검증되지 않은 무기는 가치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강했고, 그래서 속도와 효율이 가장 앞에 놓였다. 유럽식 무기는 견고함과 표준화로 설명할 수 있고, 이스라엘식 무기는 적응성과 실전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5812818a-822f-4048-9e01-ab3ed377c265.jpg 지난 2023년 9월 5일 폴란드 K-2 전차병이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제31회 폴란드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MSPO) 외부에 전시된 K-2 전차 앞에서 엄지를 세우고 있다.


여기서 미국과의 차이가 대비된다. 미국은 세계 어디든 전력을 투사하는 군사 전략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예산과 스케일이 우선순위로 배치된다. 미국의 무기는 다국적 연합작전을 염두에 두지만, 기본값은 압도적 성능과 물량이다. 유럽은 연합운용이라는 틀 속에서 현실적인 균형을 추구하고, 이스라엘은 생존을 전제로 극도의 실용성을 추구한다. 결국 미국은 힘으로, 유럽은 구조로, 이스라엘은 생존으로 전쟁을 설계해온 셈이다.


오늘의 전쟁은 더 복잡해졌다. 드론이 전장을 바꾸고, 정밀타격이 일상화되고, 정보전과 사이버전이 실제 전투만큼 중요해졌다. 이때 유럽식 무기와 이스라엘식 무기가 동시에 주목받는 이유는 현대전이 이제 한 가지 방식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시대에 들어섰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버텨야 하는 국가는 유럽 방식을 참고할 것이고, 당장 전장을 뒤집어야 하는 국가는 이스라엘 방식을 찾을 것이다. 정답은 한쪽에만 있지 않다.


한국의 방산도 이 지점에서 중요한 질문 앞에 서게 된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전시 위협이 상존하는 국가이면서, 동시에 동맹 구조 속에서 움직인다. 유럽과 이스라엘이 걸어온 길이 나란히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플랫폼 중심 개량과 연합 운용 능력은 유럽에게서 배워야 할 영역이고, 빠른 개량 속도와 실전 데이터 기반 전력 운용은 이스라엘에게서 참고할 지점이다. 어느 쪽으로 기울어야 한다는 결론보다, 두 방식 중 무엇을 어떤 비율로 가져올지 스스로 선택해야 할 시대에 한국이 놓여 있다.


유럽은 오래 버티는 방식으로 무기를 만들었고, 이스라엘은 반드시 살아남는 방식으로 무기를 만들었다. 한쪽은 시간이 무기였고, 다른 한쪽은 시간이 적이었다. 이 두 경로는 서로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 서로 다른 대답에 가깝다.


현대전은 하나의 답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둘을 비교한다는 것은 두 개의 해답 중 하나를 고르는 작업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 된다. 한국의 방산업계도 이런 2개의 사례를 참고해서 더 나은 발전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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