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봄,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Kinzhal)’을 실전에 처음 사용했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마하 10으로 날아간다는 이 미사일이 방공망을 뚫었는지 여부를 두고 미국과 유럽의 군사전문가들이 분석에 몰두했다. 같은 시기 남중국해에서는 중국의 ‘푸젠(福建)’급 항공모함이 첫 시운항에 나섰다. 미 해군 외에는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전자식 사출장치 (EMALS)를 장착한 항모였다. 두 나라의 움직임은 하나의 신호였다. 냉전 이후 서방이 독점하던 방산 기술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러시아와 중국의 방산산업은 각자의 체제를 지탱하는 전략 수단으로 기능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자, 민간 부문까지 동원하며 사실상 전시경제로 완전히 전환했다. 중국은 기술 자립과 지역 패권을 위해 방산을 국가 산업전략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러시아는 제재를 뚫고 드론과 포탄을 찍어내고 있고, 중국은 자국 해군 전력으로 서태평양을 뒤덮고 있다. 이제 두 나라의 방산을 이해하지 못하면, 전쟁뿐 아니라 국제경제의 방향도 놓치게 된다.
러시아는 지금 ‘대량생산의 제국’으로 돌아섰다. 포탄과 드론, 중거리 미사일을 하루에도 수천 발 단위로 쏟아내는 공장이 돌아간다. 이란의 샤헤드 드론은 러시아의 ‘게란(Geran)’이라는 이름으로 현지화됐고, 북한으로부터 반입한 포탄 수백만 발이 전선에 투입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제재로 반도체나 정밀센서 수급이 막히자 러시아는 불법 우회조달 네트워크를 동원해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품질은 들쭉날쭉해도 ‘양’만큼은 유지됐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러시아는 ‘싸고 많은 무기’로 싸움을 버티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속도와 정교함’을 결합하고 있다. 해마다 새로운 함정을 진수하며 이미 370척이 넘는 전투함을 보유했다. 조선업에서 군수함 건조를 끌어올리고, DF-21D와 DF-26 같은 대함탄도미사일로 미 해군 항모를 견제한다. 스텔스전투기 J-20은 자체 엔진 WS-15를 장착하기 시작했고, 중동과 아프리카에는 ‘Wing Loong’과 ‘CH-4’ 무인기가 대거 수출됐다. 파키스탄은 전투기부터 방공망까지 대부분 중국산으로 무장했다.
하지만 두 나라의 방산이 모두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전쟁으로 인한 수출 급감이라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중국 역시 기술의 ‘벽’을 실감하고 있다. 엔진과 센서,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는 아직 미국·유럽에 못 미치고, 수출한 무인기 일부는 가용률 저하 문제로 운용국들이 불만을 제기했다.
2026년까지의 전망을 보면 러시아는 여전히 포탄과 드론 위주의 대량소모전을 유지할 것이다. 정밀유도무기는 핵심부품 부족으로 개발이 더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WS-15 엔진 장착 J-20의 전력화를 확대하고, 항모와 구축함 건조 속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무인기 수출도 늘어나겠지만 품질관리와 서비스 개선이 시장 확장의 관건이 될 것이다. 결국 미국이 1위, 프랑스 2위, 러시아 3위, 중국 4위의 구도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결국 러시아와 중국의 방산은 단순한 군비 경쟁이 아니라 ‘체제 경쟁’의 도구다. 러시아는 제재 속에서도 생산체계를 전시형으로 바꿔 생존했고, 중국은 기술과 산업기반을 동원해 방산을 국가성장의 엔진으로 삼았다. 이 두 나라를 이해하지 못하면 세계 안보는 물론 공급망·기술전쟁의 본질도 놓치게 된다. 우리가 지금 러시아와 중국의 방산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러-우 전쟁에서 등장한 킨잘(Kinzhal)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마하 10의 속도, 회피불가능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러시아 국방부는 자신들의 기술이 서방이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라 자랑했다.
킨잘은 2018년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개발 소식을 알리며, "무적(Invincible)의 무기"라고 한 차세대 미사일이다. 러시아군의 초음속 전투기 MiG 31 등에 탑재돼 음속의 10배인 시속 1만2000㎞(마하 10) 속도로 비행할 수 있으며, 항속 거리는 약 2000㎞로 알려져 있다. 또 핵무기와 재래식 탄두를 모두 탑재할 수 있으며, 순항고도 20㎞ 이하 저궤도 이동과 회피기동이 가능하다. 그래서 현재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하지만 불과 며칠 뒤,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로 이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진짜냐 가짜냐를 두고 언론은 떠들썩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이 보여준 러시아 방산의 방향이었다. 압도적인 ‘성능’보다는 ‘전시생산과 양적 확장’으로 전쟁을 지속하는 힘, 바로 그것이었다.
러시아의 방산업은 전쟁의 리듬에 맞춰 몸을 바꿨다. 2022년 이후, 러시아는 방산업체를 사실상 군수부문으로 전환시켰다. 탄약공장, 드론공장, 미사일 조립라인이 24시간 돌아가면서 “총알이 떨어지는 순간 전쟁도 끝난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 러시아 정부는 민간 생산라인까지 동원해 포탄을 찍어냈고, 노동자들에게 군복무 면제와 급여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이렇게 급하게 만들어진 탄약이 완벽하진 않다. 폭발하지 않는 불량탄도 많고, 부품 호환성도 떨어진다. 하지만 러시아는 완벽한 포탄보다 ‘지속 가능한 포탄’을 선택했다. 품질이 떨어져도, 하루에 5천 발을 쏠 수 있으면 전선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론 역시 러시아 방산의 변화를 상징한다. 처음엔 이란의 ‘샤헤드-136’을 수입해 사용했지만, 곧 ‘게란(Geran)’이라는 이름으로 러시아 현지 생산에 들어갔다. 타타르스탄의 알라부가 산업단지에는 드론 조립라인이 세워졌고, 러시아 정부는 이를 자립형 무인항공체계의 출발점이라 부른다. 실제로 러시아는 2024년 한 해에만 5천 기 이상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기술을 빌려온 덕분에 생산단가는 낮지만, 폭발력과 정밀도는 충분히 실용적이다.
탄약과 드론만이 아니다. 러시아는 미사일 전력에서도 ‘양산형’ 노선을 택했다. 칼리브르(Kalibr), 이스칸데르(Iskander), 킨잘(Kinzhal), 그리고 순항미사일 하-101(Х-101) 등 다양한 체계를 전선에 투입하고 있다. 실전에서의 데이터 축적은 러시아에게 일종의 ‘실험장’ 역할을 했다. 정밀도와 내구성 문제를 실제 전장에서 시험할 수 있었고, 서방의 방공망 반응까지 동시에 측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러시아의 무기는 완벽하진 않아도 전투지속형이 됐다. 예전처럼 수출형으로 세련되게 꾸며진 제품이 아니라, 전쟁터의 진흙 냄새가 배어 있는 형태다. 전차도 마찬가지다. 한때 차세대 주력전차로 떠올랐던 T-14 아르마타(Armata)는 너무 비쌌고, 복잡했다. 결국 대량생산 대신 기존 T-90M을 개량해 전장에 투입했다. 이는 러시아식 실용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런 전시형 방산모델에는 한계도 많다. 서방 제재로 정밀부품·반도체 수입이 막히면서 고성능 센서나 통신모듈을 장착한 무기를 생산하기 어려워졌다. 일부 공장은 중국이나 터키, 심지어 카자흐스탄을 통해 우회 수입한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부품의 품질이 들쭉날쭉해 같은 모델이라도 성능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또 다른 해결책을 찾았다. 바로 ‘제재 회피형 동맹’이다. 북한에서 포탄을, 이란에서 드론을, 중국 민간기업을 통해 전자부품을 조달한다. 2024년 한 해 동안 북한에서 러시아로 선적된 포탄 컨테이너는 수만 개 단위로 추정된다. 이른바 ‘제2의 무기공급망’이다. 이는 단순한 밀수 차원을 넘어, 제재체제의 허점을 드러낸 국제적 현상으로 평가된다.
이런 방식 덕분에 러시아의 무기생산량은 전쟁 전보다 오히려 늘었다. 러시아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방산 제조업 성장률은 전년 대비 45% 이상을 기록했다. 민간산업이 위축된 대신 군수산업이 GDP의 버팀목이 된 셈이다.
수출 측면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러시아 무기는 과거처럼 ‘팔리는 브랜드’가 아니다. 인도, 베트남, 알제리 등 전통적 고객국들이 잇달아 불안감을 표했다. 부품 공급이 끊기고, 결제망이 막히고, 서방의 2차 제재가 걸리면 계약 이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도는 여전히 S-400 방공체계의 인도를 기다리고 있지만, 결제와 운송 문제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결국 러시아의 무기수출은 2020년대 들어 급감했다. SIPRI 통계에 따르면 2015~2019년 대비 2020~2024년 러시아의 수출은 64% 줄었다. 같은 기간 프랑스는 라팔 전투기 수출 호조로 러시아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세계 3위의 무기수출국이라는 타이틀은 유지했지만, 실질적 영향력은 줄어들었다.
러시아의 문제는 단순히 돈이 아니라 신뢰였다. 전쟁으로 자국 내 생산이 내수 위주로 바뀌면서, 해외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었다. 예비부품이 부족해 고장난 전투기를 고치지 못하는 사례가 늘었고, 정비인력 파견이 중단되기도 했다. 게다가 결제는 루블화나 현물로 진행돼야 해 금융 리스크가 크다. 한마디로, ‘사고 싶은 나라’보다 ‘팔고 싶은 나라’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러시아 방산의 저력은 무시할 수 없다. 냉전 시절부터 축적된 군사기술, 특히 미사일과 방공체계 분야에서의 전문성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S-400 방공체계는 인도, 터키 등에서 실전 배치되었고, S-500 차세대 체계도 일부 러시아 본토에 배치되었다. 칼리브르, 이스칸데르, 킨잘로 이어지는 미사일 라인은 다양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갖춘 러시아의 상징이다.
또한 극초음속 기술 분야에서는 러시아가 여전히 ‘첫 손가락’에 꼽힌다. 미국과 중국이 실험단계에 머무를 때, 러시아는 이미 전장에서 이를 사용했다. 물론 실제 성능과 선전에는 간극이 있지만 “전장에 배치된 첫 극초음속무기”라는 타이틀은 상징성이 크다.
러시아 방산의 또 다른 특징은 ‘현장 적응력’이다. 자원이 부족하면 재활용하고, 인력이 모자라면 자동화로 채운다. T-62, T-72 같은 구형 전차를 개조해 재투입하고, 낡은 헬리콥터를 무인화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는 혁신보다 변용에 강한 나라라고 평가한다. 완전히 새것을 만드는 대신, 있는 것을 어떻게든 굴리는 능력. 이것이야말로 러시아식 전쟁경제의 핵심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런 방산체계를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국가 존속의 축’으로 본다. 국방예산은 매년 늘어 2025년에는 전체 재정의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민간 인프라보다 무기 공장이 먼저 지어지고, 드론 조립라인이 신흥 일자리로 여겨진다. 모스크바의 한 경제학자는 “러시아의 GDP는 전쟁을 중심으로 다시 설계되고 있다”고 말한다.
러시아의 방산업은 또한 정치적 무기다. 무기를 수출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활동이 아니라 동맹 형성의 도구다. 과거 아프리카나 중동에서 러시아 무기는 ‘반미 블록’의 상징이었다. 지금은 그 영향력이 줄었지만, 여전히 일부 아프리카 국가는 러시아의 저가 무기에 의존한다. 와그너 그룹이 떠난 자리를 ‘국가 차원의 방산 외교’가 메우는 셈이다.
그렇다면 러시아 방산의 미래는 어떤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완벽한 기술국가’로 가기보다는 ‘끝까지 버티는 생산국가’로 진화할 것으로 본다. 제재와 기술격차를 완전히 극복하기 어렵지만, 내수 중심의 전시경제 구조를 유지하면서 일정 수준의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 러시아는 서방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보다는,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비서방 군수축’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중국산 민간 드론, 센서, 공작기계가 러시아 군수라인에 들어가고 있고, 이 흐름이 체계적으로 제도화될 조짐이 보인다.
결국 러시아의 방산은 완벽하지 않지만, 끈질기다. 싸고 많으며,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한다. 러시아가 보여주는 것은 현대전의 또 다른 얼굴이다. 첨단보다 지속, 효율보다 생존. 전쟁이 길어질수록 이런 방식은 더 위력을 발휘한다.
중국의 방산산업은 러시아보다 훨씬 세련됐다. 러시아가 전쟁으로 ‘생존형 군수’를 택했다면, 중국은 ‘성장형 산업’을 택했다. 중국의 무기 공장은 더 이상 회색 콘크리트 건물이 아니다. 항저우, 시안, 다롄의 방산단지는 유리 외벽과 자동화 라인을 갖춘 첨단 제조단지로 변했다. 방산도 하나의 브랜드 산업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중국은 방산을 국가산업정책의 최상단에 놓았다. 해마다 7% 안팎의 국방비 증가율을 유지하며, 민간과 군수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군민융합(軍民融合)’이라는 개념이 바로 그것이다. 민간기업의 기술을 군이 흡수하고, 군의 연구성과를 민간이 응용한다. 인공지능, 반도체, 드론, 위성통신까지 모두 이 체계 안에 들어간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해군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PLAN)은 현재 전투함 370척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보다도 수적으로 많다. 055형 구축함은 1만 3천 톤급으로 ‘아시아의 이지스함’이라 불리고, 075형 대형강습상륙함은 병력과 장비를 한 번에 운반할 수 있다. 중국의 조선소는 군함을 마치 자동차처럼 찍어낸다. 상하이 장난조선소는 3개월마다 한 척이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이 모든 것은 중국의 속도전 덕분이다. 중국은 설계에서 진수까지 걸리는 기간이 서방의 절반 수준이다. 군함뿐 아니라 항공기도 마찬가지다. 스텔스 전투기 J-20은 불과 10년 만에 실전배치를 이뤘다. 1990년대만 해도 러시아에 엔진을 의존하던 중국이 이제는 자국산 WS-15 엔진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아직 성능이 F-22 수준엔 미치지 못하지만, ‘완전 자립형 엔진’이 만들어졌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중국의 무기 체계는 ‘A2/AD(접근거부·지역거부)’ 전략에 맞춰 설계되어 있다. DF-21D와 DF-26은 세계 최초의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며, 최대 4천 킬로미터 떨어진 목표를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이 미사일은 중국 해안선에서 발사돼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 접근하는 미 해군 항모전단을 직접 위협한다. 이 전략의 목적은 명확하다. 적이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싸우기 전에 겁주는 것이다.
공중에서도 중국은 빠르게 성장했다. J-10C, J-16, J-20으로 이어지는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고, 항모형 FC-31 전투기 개발도 막바지 단계에 있다. 여기에 드론까지 더해지면서 ‘유무인 복합전력’ 개념을 실험 중이다. 작전 시 유인 전투기가 드론 편대를 지휘하고, 드론은 적의 레이더를 교란하거나 자폭공격을 수행한다. 이른바 ‘로열 윙맨(Royal Wingman)’ 개념이다.
중국은 또 하나의 강점을 가졌다. 바로 ‘가격과 금융 패키지’다. 서방이 복잡한 인권조항과 승인절차를 거칠 때, 중국은 계약을 단순하게 만든다. 원하면 빌려주고, 갚을 때까지 이자도 낮다. 파키스탄, 이집트, 나이지리아 등은 이런 이유로 중국산 무기를 선택했다. 한 번에 전투기, 방공체계, 정비교육까지 묶은 ‘패키지형 계약’은 개발도상국에 매력적이다.
특히 중국의 무인기 수출은 독보적이다. Wing Loong, CH-4, CH-5 시리즈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집트, 모로코 등 15개국 이상에 수출됐다. 미국이 ‘무기기술통제체제(MTCR)’를 이유로 무인기 수출을 제한하자, 그 공백을 중국이 메웠다. 저렴하고 빠르게 공급되는 중국제 무인기는 중동 전장의 ‘가성비 무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장밋빛만은 아니다. 일부 수입국에서는 중국 드론의 가용률이 낮고 정비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요르단은 결국 CH-4를 운용 중단했고, 이라크는 미군의 기술지원이 끊기자 부품을 자체 조달하지 못했다. 즉, 가격은 싸지만 유지비가 비싸고 부품이 늦는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중국이 앞으로 극복해야 할 숙제다.
중국의 방산은 기술·산업·외교가 한 몸이다. 중국 정부는 무기를 단순히 ‘수출상품’이 아니라 ‘관계상품’으로 본다. 무기를 통해 외교적 입지를 넓히고, 무기계약에 따라 인프라와 금융까지 묶는다. 예를 들어, 파키스탄과의 JF-17 전투기 공동개발은 군사협력뿐 아니라 산업협력, 인적교류로까지 확장됐다. 이렇게 무기는 관계를 만드는 매개체가 된다.
국제정치적으로 보면 중국은 ‘대체 공급자’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미국이 제재나 수출통제를 가할 때, 그 틈새를 중국이 채운다.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동의 많은 국가들은 서방이 거절한 장비를 중국을 통해 구매한다. 중국은 무기와 함께 외교적 유연성을 제공한다. 우리는 당신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 이 한마디가 강력한 무기다.
또한 중국은 ‘희토류’와 ‘전략소재’로 서방의 방산을 압박한다. 갈륨, 저마늄, 리튬 등 첨단무기 필수소재를 수출통제하며, 기술경쟁을 경제안보전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서방이 반도체·소프트웨어를 통제하면, 중국은 소재로 대응한다. 이렇게 양측은 ‘공급망 무기화’의 시대를 열었다.
그렇다면 중국 방산의 약점은 무엇일까. 첫째, 실전 경험이다. 러시아는 전장에서 매일 데이터를 쌓고 있지만, 중국은 아직 ‘테스트 중’이다. 둘째, 품질과 신뢰성이다. 부품 하나의 오차가 전체 무기체계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셋째, 동맹 네트워크의 부재다. 중국 무기를 쓰는 나라들은 대부분 일회적 거래 관계다. 서방처럼 정비·훈련·작전 표준이 공유되지 않는다.
하지만 약점보다 강점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중국은 속도로 승부한다. 미국이 F-35를 업그레이드하는 동안 중국은 새 전투기를 만든다. 러시아가 전쟁에 매달릴 때, 중국은 산업을 확장한다. 그리고 서방이 규칙을 만들면, 중국은 다른 규칙을 만든다.
세계 방산시장은 이제 세 갈래로 나뉜다. ‘비싸지만 확실한’ 미국, ‘싸고 많은’ 러시아, 그리고 ‘빠르고 유연한’ 중국. 러시아가 전장에서 버티는 힘을 보여줬다면, 중국은 기술과 생산능력으로 패권을 노린다. 미국은 여전히 압도적인 1위지만, 이 세 나라의 경쟁이 만들어내는 파급력은 단순한 무기시장을 넘어선다.
유럽은 러시아 덕분에 재무장을 가속했고, 중동은 중국을 통해 선택지를 넓혔다. 아시아는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줄타기 중이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 체계에 편입돼 있지만, 동남아 여러 국가는 이미 중국 무기를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 방산은 군비가 아니라 외교의 언어가 되었다. 무기 수출은 신뢰와 동맹의 지표이며, 생산능력은 국가의 기술력과 직결된다. 러시아는 생존을, 중국은 확장을, 미국은 유지와 통제를 선택했다.
결국 세계 방산경쟁의 본질은 ‘총’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누가 더 빨리 만들고, 누가 더 넓게 팔며, 누가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러시아는 끝까지 버티는 체제, 중국은 빠르게 변하는 체제, 미국은 규칙을 정하는 체제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각국은 어느 체제에 설 것인가를 고민한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K2전차, FA-50, 천궁 미사일 등 한국의 방산수출이 급증하는 지금, 러시아와 중국의 사례는 반면교사가 된다. 러시아처럼 ‘전시형 생산력’을, 중국처럼 ‘패키지형 외교력’을 참고하되, 한국만의 신뢰와 기술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강한 방산국으로 남을 수 있다.
러시아의 포탄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오르고, 중국의 조선소에서 새 항모가 진수되는 지금. 총성이 들리지 않아도, 이미 전쟁은 시작됐다. 그것은 기술, 자원, 그리고 시장을 둘러싼 전쟁이다. 우리가 러시아와 중국의 방산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단지 무기를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새 질서를 만드는 나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