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비합리적 신념'에 주목하자

비합리적 신념은 감정을 비튼다.

by 작가 전우형

상황이 여러모로 꼬이고 복잡해서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을 때가 있다.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감정과 관련된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감정을 만들어내는 사고방식에 있다. 우리 삶은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하며, 사고의 유연성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 단면만 보고 판단하지 않아야 하며, 성급한 일반화를 지양해야 한다. 흑백논리와 양극화에서 벗어나 부드러운 접근법들이 중요하다.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는 것도 그렇지만 감정의 문제를 생각해볼 때는 이런 접근이 더욱 중요해진다.


마음속에는 무의식적으로 잘못된 방식으로 작동하는 신념들이 만들어진다. 바로 ‘비합리적 신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합리적 신념 하나쯤은 갖고 있다.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비합리적 신념에 지배당한다. 어떤 사람이 어린 시절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던 난폭운전자로부터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사람에게는 ‘모든 운전자들은 위험해’ 또는 ‘모든 자동차는 신호를 무시해’, ‘세상은 안전하지 않아’와 같은 비합리적 신념이 형성된다. 다른 예로,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들이 모두 집안에서 막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람에게는 ‘모든 막내들은 자기중심적이고 주위 사람들의 어려움을 공감하지 못해’, ‘막내들은 집에서 오냐오냐 키우니까 자기들 마음대로 하면 다 되는 줄 알아’와 같은 비합리적 신념을 갖게 되는 것과 같다.


비합리적 신념이 우리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직된 사고방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도로는 위험하며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곳임에는 분명하지만, ‘모든’ 운전자들이 ‘언제나’ 위험을 살피지 않고 난폭하게 운전하지는 않는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비합리적 신념이 마음속에 심어지면, 운전할 때 위험을 피하는 것에만 과도하게 집중하게 만들고 모든 자동차들의 움직임에 불안감을 느끼며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이것은 운전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가족들과 여행을 간다면 2~3시간 정도 운전을 하기 마련이다. 비합리적 신념은 그 시간을 엄청난 위험 속에 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괴로운 시간으로 바꿔버린다. 여행은 피곤해지고 이동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은 소각되며 여행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들이 많아진다.




우리가 겪는 문제들은 그 자체로만 종결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위험해’, ‘모든 사람은 믿을 수 없어’와 같은 비합리적 신념은 주위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편안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두터운 방어벽을 뚫고 들어와 주는 고마운 사람이 있다 해도 여전히 이들에게 세상은 위험한 사람들로 가득한 믿을 수 없는 곳이다. 비합리적 신념은 좁은 관계와 세상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버린다. 회피 성향을 강화해 많은 기회를 상실시키고, 좋은 경험을 형성할 수 있는 시도를 차단시켜버린다. 긍정적인 경험을 만들 기회는 줄어들고, 비합리적 신념을 강화시켜줄 안 좋은 사건들만 기억에 남는다. 자신이 만든 성벽은 더 높고 단단해지며 종래에는 우물과 같은 형태가 된다. 자신만의 세상에 갇힌 채 좁은 하늘 아래 살아가며 사회성은 퇴화되고 사람들로부터 고립된다. 삶 속에 믿을만한 사람 하나 없고 외롭다. 이러한 감정들은 삶을 비관적으로 색칠하고 세상을 빙하기로 만든다. 우리가 가진 내면의 문제들은 이처럼 서로 연결되며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영향력이 커지고 삶 전반을 지배한다.


비합리적 신념은 누구에게나 있다. 엄청나게 충격적인 사건이나, 트라우마가 아니더라도 비합리적 신념에 빠트릴 사건들은 도처에 널려있다. 비합리적 신념에 관한 한 가정도 그리 안전한 공간이 못된다. 비합리적 신념이 형성되었다는 것을 모를 뿐, 알음알음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채 사고와 판단, 선택과 결정 과정에 끊임없는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 얼음을 꾸준히 얼려두는 구성원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부지런한 사람은 아침마다 완성된 얼음을 얼음통 채우고 새로운 물을 부어둘 것이다. 여름이 되고 날씨가 더워지면 얼음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아침에 채워두어도 오후에 얼음통은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부지런한 사람은 조금씩 짜증이 난다. 얼음을 썼으면 새로 물을 부어두어야 다른 사람도 쓸 수 있는데 자신 외에는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 같다. 왠지 나만 손해 보는 느낌이 든다. 이런 사소한 경험들 역시 비합리적 신념을 만들어낸다. ‘부지런한 건 바보 같은 짓이야. 사람들은 고마운 줄 모르고 쓰기만 해’


비합리적 신념은 독특한 강화 방식을 갖고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신념에 맞는 근거를 계속해서 찾아낸다는 점이다. 매일같이 청소를 해도 어질러놓기만 한다는 비합리적 신념을 가진 사람은 하루의 수많은 상황 중 어질러져 있는 순간들만을 사진기로 촬영하듯 생생하게 저장한다. 이런 기억들은 비합리적 신념을 더욱 정당한 것으로 둔갑시킨다. 평소라면 이것을 통제할 수 있지만, 간혹 튀어나올 때가 있다. “너희들은 도무지 정리할 줄을 모르니! 맨날 치우는 사람만 치우고! 집이 쓰레기장이니? 어떻게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니!”


이런 말의 단면만 봐도 비합리적 신념을 살펴볼 수 있다. 아이들은 원래 정리할 줄을 모른다. 제대로 가르쳐 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른도 정리를 못하는 사람은 많다. 맨날 치우는 사람만 치우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틈틈이 치우고 있다. 다만 티가 나지 않을 뿐이다. 치우는 행위는 끝이 있다. 어질러진 집도 한 시간 정도 정리하면 깨끗해진다. 사람이 살아가는 한 언제나 생활공간은 어질러지고, 무언가가 소모되며 그 찌꺼기는 남기 마련이다. 이런 사실들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의지력이 상실되거나, 감정이 솟구칠 때가 문제다. 비합리적 신념은 곧바로 이성을 장악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한다. 시간이 흐르고 폭발했던 감정이 수그러들고 나면 남는 것은 후회와 자책뿐이다. ‘내가 왜 그랬을까?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 봐..’ 하지만 비합리적 신념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한 이런 상황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 이것이 부정적 자기 평가로 이어지기도 한다.


내가 가진 비합리적 신념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비합리적 신념을 파악하려면 내가 어떤 순간에 흥분하거나 분노하는지 차분히 복기해보는 것이 좋다. 비합리적 신념은 우리가 가장 심리적으로 취약해질 때를 노린다. 정신은 육체와 연결되어 있기에 몸이 피곤하고 지칠 때면, 정신적으로도 더 날카로워지고 흥분하거나 화를 내기도 쉽다. 적절히 누를 힘을 잃을 때, 비합리적 신념은 어디론가 튀어나온다. 평소 내가 강박적으로, 또는 강하게 주장해왔던 것들이 무엇인지 떠올려보자. 그 안에 단서가 있다. 그것을 바탕으로 그 생각이 얼마나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 차분히 분석해보자. 정말 그런가? 정말 세상은 위험하기만 한 곳인가?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쟁이인가? 남자들은 모두 성폭력 가해자인가? 여성들은 언제나 피해자이며 보호받아야 할 존재인가? 비합리적 신념은 과도하게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거나 확대 해석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모두, 절대, 언제나' 그런 것들은 없다. 그런 강박과 망상은 어떤 계기나 성장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강한 생각들이다. 비합리적 신념의 존재를 알았다고 해서 바로 털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알고 있으면 대처하기가 쉽다. 간혹 자신의 행동이나 말에 놀라더라도 자책에 빠지지 않고 현상을 직시할 수 있게 된다. 감정의 회오리에서 벗어나 상황을 좀 더 명료하게 바라보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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