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어둠을 헤치고 간 곳

이것은 아침 수다

by 작가 전우형

사방이 밝아지고 잠시 세상이 보인다. 하지만 불빛은 이내 사라지고, 세상은 다시 암흑의 바다에 잠긴다. 발바닥에는 잡동사니 같은 것들이 밟히고 밀리며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낸다. 무언가 물컹한 것들이 밟힐 때면 덜 마른 시멘트 바닥을 밟은 것처럼 발이 쑤욱하고 들어가기도 한다. 벽에 기댄 채 손바닥의 감각에 의지해 한 발자국씩 조심스레 걸음을 옮긴다. 차갑고 단단한 금속느낌의 무엇이 손에 닿는다. 살짝 힘을 주어 돌려본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스르륵 문이 열리고 이전과는 다른 공기의 냄새가 난다. 조금 차갑고 축축하고 환기되지 않은 느낌이다. 등줄기를 타고 전류가 흐른다. 피부 끝이 따갑고 심장의 두근거림을 주체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야만 한다. 이곳에 멈춰있는 한 미래는 없다.


여전히 캄캄하다.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으로 또 조금씩 앞으로 나간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또 한 번 주위가 환해진다. 잠시 상황을 살핀다. 어디로 어떻게 가면 될지 머릿속에 그려두기 위해 애쓴다.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불빛은 사라진다. 걸음을 세 번 옮긴 후 벽면을 더듬으며 버튼 하나를 찾는다. 분명 이쯤이었던 것 같은데. 천천히 오른쪽으로 손을 옮겨본다. 다시 왼쪽. 약간 아래쪽으로 매끈한 벽면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약간의 굴곡이 있다. 차가운 시멘트 벽과는 다른 냉정한 금속성. 나는 버튼을 꾹 눌렀다.


새까만 벽에 빨간 무늬가 그려졌다. 삼각형이 뒤집어진 것 같은 무늬가 그려진 문양. 둔중한 진동음과 함께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약간의 진동과 미끄러짐. 그리고 공기가 제멋대로 압축되며 비명을 지르는 느낌. 얼마 지나지 않아 눈 앞에는 밝은 구체 하나가 바닥으로부터 솟아올랐다. 그 약간의 빛무리만으로도 아무런 빛도 없던 공간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문이 양쪽으로 열리고, 사각형으로 된 공간이 나타났다. 다행히 그 안은 밝았다. 안전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 공간으로 들어갔다.


끝없이 내려갔다. 아래로, 아래로. 귀가 약간 먹먹해졌다. 공기가 바깥에서 안으로 고막을 누르는 느낌. 문이 열리고 새로운 세상이 나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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