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 랑.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는 건

by 작가 전우형

그가 떠나고,

남은 공기가 혼잣말처럼 속삭였다.

잠깐의 헤어짐은 아프지 않고 다만 씁쓸하다고.


누군가와 영원히 함께할 수 없다면, '영원'이라는 단어가 인간의 관계를 규정짓기에 터무니없이 사치스러운 단어라면, 우리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별'이라는 단어를. 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길다고도 짧다고도 할 수 없는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 방법뿐이다. 멀어지는 상대에게 때로 끌려가기만 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유구한 거리의 끝에 존재하는, 한편으로는 기억의 소멸 단계에 한 번 도달한 이를 얇고도 가느다란 인연의 실을 의지해 찾을 수 있다면, 그 최종의 희망이 천리향을 거머쥔 채 살아가는 이의 보잘것없는 이유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만남 끝에 헤어짐을 전제로 하는 것이 유한한 삶을 줄타기하듯 살아가는 인간의 고유한 한계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인연이 끊어지는 것이 단지 수명의 칼날에 베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라면, 하루의 끝이 다만 서산 너머로 지는 해의 시간에 달린 종속과 인과의 산물만은 아니라면, 우리는 우리의 인연을 조금 더 '영원'에 어울리는 단어로 치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랑이 물리적 이별을 근거로 그 즉시 소멸되지 않는 것처럼 나는 그의 빈자리를 보며 여전히 남은 그림자와 향기, 그리고 인간의 온기를 느낀다. 그리움일 수도, 아쉬움일 수도, 집착이라 이름 붙일 수도 있을 이 미련 섞인 감정은 사람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일 수 있는지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한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온전히 함께 하는 삶의 가변적 좌표 속에서 일관된 방향을 지시하는 유일한 것은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만남을 향해 숨차게 달리고 이별의 순간을 끊임없이 밀어낼 때도, 만남으로부터 도망치고 이별을 끌어안을 때도, 그 복잡한 함수와 역학 속에서 사랑은 언제나 상수처럼 자리 잡고 있다.


결국 겨울날 솜이불처럼 삶의 온기를 지켜주는 것은 '사랑'. 그 흔한 말속에 숨은 수천의 의미와 수만의 아픔이 틈새의 행복을 유난히 가릴지라도, 팔다리가 후들거릴 때, 못난 눈물이 앞을 가릴 때, 사무치는 그리움에 초침마저 멈출 때 내가 기댈 건 결국 '사랑' 뿐이다. 그러니 틈틈이 광합성하듯 삶의 태양처럼 밝고 따뜻한 사람으로부터 조금씩 사랑을 저축하는 수밖에. 싸온 주먹밥처럼, 주머니 속 손난로처럼 혼자 남은 시간에도 마음의 허기를 채워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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